프로야구 부실 중계 논란에 고개 숙인 티빙 “서비스 만족도 제고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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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후원사 배려 않는 태도로 빈축
22번 타자 등장에는 야구팬들 ‘깜짝’
“응원 생태계 구축 일조” 청사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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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빙 중계 화면 캡처

올해부터 3년간 한국프로야구(KBO)를 독점 중계하는 티빙의 무성의한 태도가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리그 메인 후원사를 배려하지 않은 태도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기본적인 야구 지식도 갖추지 못한 모습으로 빈축을 산 것이다. 티빙은 이같은 비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23일로 예정된 정규 리그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우려에서 기대로, 기대에서 실망으로

12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 9일 시범경기 일정을 시작한 한국프로야구(KBO) 모바일 중계를 3년간 독점한다. 모회사인 CJ ENM이 1,350억원(약 1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KBO로부터 중계권을 따낸 결과다. 티빙은 시범경기를 포함한 3월, 4월 경기를 무료 중계할 방침이며, 5월 이후 열리는 경기는 월 구독료 5,500원~1만7,000원의 유료 가입자에게만 공개한다.

당초 야구 유료 중계에 거부감을 보이던 시청자 사이에서는 개막 시즌이 다가오며 우려보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뉴 미디어 활용이 익숙지 않은 일부 시청자를 위해 한 달여간의 적응 기간을 두겠다는 티빙의 노력을 높이 산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일 시범경기를 기점으로 야구팬들의 민심은 다시 악화했다. 티빙의 시범경기 중계가 각종 비상식적 행위로 얼룩지면서다.

가장 먼저 지적된 부분은 티빙이 화면 우측 상단에 자사 로고를 노출하는 과정에서 리그 메인 스폰서 로고를 가렸다는 점이다. 현재 KBO 리그의 메인 후원사는 신한은행으로, 리그 공식 명칭 또한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로 명명돼 있다. 2018년부터 이어져 온 양측의 후원 계약에 따라 KBO는 중계 화면에 메인 스폰서의 로고를 노출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프리미어 금융을 비롯한 각종 혜택과 후원을 받는다.

이는 시범경기에는 적용되지 않는 내용으로 법적 책임까지는 번지지 않겠지만, 시청자들은 티빙이 후원사를 존중하지 않는 비도덕적 행태를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상의 예외적 허점을 이용해 자사의 유료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TV 중계를 맡고 있는 지상파 3사(SBS‧MBC‧KBS)의 스포츠 채널은 물론 스포츠전문 채널 SPOTV는 모두 자사 로고와 함께 메인 후원사의 로고를 포함해 중계하고 있다.

티빙의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행보는 본격적인 경기 중계에서도 이어졌다. 출루에 성공한 주자가 후발 타자의 타격으로 진루에 성공한 상황에서 3루 주자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표기하거나, 3루를 지나 홈 플레이트를 밟고 점수를 낸 것을 의미하는 ‘홈인’을 ‘홈런’으로 적는 등 기본적인 야구 지식마저 갖추지 않은 자막이 이어진 것이다. 심지어 한화이글스의 타자 채은성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자막에 ‘22번 타자’라는 내용이 노출되기도 했다. 22번은 채은성의 등 번호로, 한 팀당 9명의 타자가 출전하는 야구의 기본 지식도 숙지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은 무례한 언사도 문제가 됐다. 문자 중계에서는 롯데자이언츠 야수 전준우를 전근우라고 표기하며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가 하면, 경기 전반부에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선수가 후반부 안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했을 때는 ‘집 갈 때 되니 퇴근 안타’라는 무례한 자막을 입혀 팬들의 빈축을 샀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에서 활동하는 개인 스트리머들의 소위 ‘편파 중계’가 아닌 이상, 이같은 무리수는 공감 대신 불쾌감만 안긴다는 게 시청자들의 주된 의견이다.

‘독점 중계권자의 책임 의식 부재’ 비판 쇄도

스포츠 해설계에서도 티빙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정우영 SBS Sports 캐스터가 대표적 예다. 정 캐스터는 시범경기 이틀 차인 지난 10일 부산사직종합운동장에서 열린 SSG랜더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를 중계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부산 내려오는 길에 티빙을 통해 어제 경기들을 쭉 훑어봤다”고 운을 떼며 “작년에도 프로야구를 중계했던 티빙은 이제 디지털 뉴미디어 독점사가 됐음에도 과거의 잘못을 조금도 개선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정 캐스터는 시청자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티빙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지적했다. 그는 “(티빙은) 프로야구를 전체 영상, 하이라이트, 주요 장면 이렇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마치 드라마처럼 1화, 2화, 3화 이런 식으로 넘버링을 해놨다”고 짚으며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생중계겠지만, 다시 볼 수 있는 가공 영상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티빙이 올린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활약했는지에 대한 단 한 줄의 소개도 없다. 원하는 영상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수백 개에 달하는 영상을 하나하나 재생해야 하는 셈이다.

미숙한 중계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 캐스터는 “SAFE가 SAVE로 둔갑하고, 22번 타자나 32번 타자가 등장하는 것은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다”면서도 “정말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전혀 개선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검색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규 시즌 개막에서는 팀별 전용관과 선수명 검색 기능 등 야구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으로 거짓말처럼 바뀔 것으로 믿는다”며 “그 정도 각오와 고려도 없이 독점 중계에 나서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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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희 티빙 대표가 3월 12일 열린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에서 발언 중이다/사진=티빙


티빙 “수익 재투자로 콘텐츠 선순환 이끌 것”

유료 중계 준비에 한창인 티빙은 KBO 중계와 관련해 쏟아지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향후 안정적인 중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야구 관련 콘텐츠를 적극 제작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빙은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티빙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최주희 티빙 대표(CEO)는 이날 “시범경기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시범경기 시작과 동시에 쏟아진 비판 기사들은 물론 야구팬들의 목소리까지 모두 확인했다는 그는 “이번 사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주말 동안 실시간 대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구팬 사이에서는 여전히 티빙의 중계가 무료보다 못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와 같은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최 CEO는 “서비스를 빨리 안정화해 23일 열리는 개막전에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며 “유료화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구독료 수익을 지속해서 재투자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 퀄리티를 높여 콘텐츠 선순환 과정을 진정성 있게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티빙은 쿠팡플레이와 함께 국내에서 서비스를 전개 중인 OTT 중 스포츠 중계에 가장 열심인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는 SPOTV가 운영하는 스포츠 전문 OTT SPOTV NOW를 꼽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경쟁이 과열되며 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서 비용의 증가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티빙은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비용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CEO는 “모든 상품이 그러하듯 스포츠 중계권도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이에 대한 투자가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특히 프로야구의 경우 충분한 수요층이 있는 만큼 플랫폼의 수익 다각화 등을 위해서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티빙은 스포츠를 비롯한 모든 콘텐츠 및 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로 소비자 만족도 제고를 꼽았다. 이날 행사 말미 최 CEO는 “미디어가 스포츠를 중계할 때는 팬들이 해당 스포츠에 재미를 더 느끼도록 하고, 그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차원의 투자금 회수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보는 만큼 지금은 서비스 만족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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