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도 예외 없다” 불법 공유 기승

OTT 오리지널 불법 공유 기승 불안정한 시청 환경-개인정보 유출 우려 시청자의 자정 노력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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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성장 한계에 직면한 OTT 업계를 위협하는 실체가 불법 사이트의 기승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기업의 수익성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됐던 ‘계정 공유자’들과 ‘메뚜기족’은 오명을 벗게 됐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등 동영상을 공유하는 N 사이트의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4일 현재 해당 사이트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 1화는 660만 조회수로 ‘음지 흥행’ 중이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넷플릭스 <더 글로리> 1화는 약 230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공개 후 4주 동안 [오늘의 OTT 통합 랭킹] 최상단을 지켰던 <더 글로리>의 흥행을 떠올려본다면 계정을 공유할지언정 넷플릭스를 정당하게 이용 중인 시청자가 디즈니+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5일 시즌2 공개를 앞둔 <카지노>는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디즈니+의 지난해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디즈니+는 <카지노> 시즌1을 전부 공개한 1월 한 달 한국에서 약 20만 명의 이용자를 추가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불법 공유를 통해 드라마 1화를 시청한 660만 명 중 절반만 디즈니+를 구독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4분기 회사가 잃은 글로벌 구독자를 상회하고도 남는다. 지난해 4분기 디즈니+는 전 세계에서 약 240만 명의 구독자를 잃었다.

불법 공유 사이트 “무조건 무료”의 함정

N 사이트는 해외에 소재지를 두고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각종 드라마는 정식 방영 또는 공개일에 실시간 업로드되며 극장 상영 영화의 경우 ‘캠 버전’이라 불리는 저화질 영상이 개봉 후 수일 내에 올라오곤 한다. 최근에는 연일 쏟아지는 OTT 오리지널 신작들이 해당 사이트로 네티즌을 불러들이고 있다.

“무조건 무료 시청”을 외치는 불법 공유에도 함정은 있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N 사이트 외에도 F TV, P TV 등 다수의 불법 사이트가 적극적으로 광고를 올리며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OTT 이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이 수익을 올리는 수단은 사이트 내 곳곳에 위치한 배너 광고다. 문제의 배너 광고는 콘텐츠 및 카테고리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접속자들의 클릭 실수를 기다린다. 교묘히 배치된 배너를 클릭하는 순간 각종 불법 도박 사이트와 성인 사이트가 펼쳐진다. 한 시간 남짓한 콘텐츠 한 편을 보기 위해 접속자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광고를 지나쳐야 한다.

불안정한 시청 환경 역시 감상과는 거리가 멀다. 모바일과 웹, TV 앱에서 화질 및 자막 유무를 선택할 수 있는 정식 OTT 서비스와는 달리 이들 사이트는 단 한 가지 화질을 제공하며 자막 선택의 자유도 없다. ‘배속재생의 생활화’로 한국어 작품에도 자막을 띄우는 것이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자막 없는 콘텐츠에 불편함을 느낀다. 동일한 콘텐츠 내에서도 에피소드별로 다른 화면비와 음량 등에 대한 불편함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광고를 교묘히 통과하고 자막의 유무 등이 시청을 방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접속자들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애니메이션 불법 공유 M 사이트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운영자가 사이트를 폐쇄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각종 불법 사이트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해외에 기반을 두고 운영 중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 M 사이트가 그랬듯 ‘사이트 폐쇄 후 잠적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추후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불법 사이트를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도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기는 쉽지 않다.

갖은 노력에도 법망 빠져나가, ‘콘텐츠 강국’까지 먼 길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OTT 업체다. 디즈니는 지난해 4분기 디즈니+가 포함된 소비자 직접판매(DTC) 부문에서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3천억원)의 손실을 봤으며, 국내 OTT 티빙은 지난해 1,1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갈수록 커지는 제작비와 광고료에 비해 구독자 증가세는 정체된 탓이다. 매달 결제되는 구독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OTT 사업의 수익 모델에서 불법 공유 사이트의 기승은 뼈아픈 손실을 낳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저작권을 위배하는 이들 사이트에 대한 제재를 강력히 요청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내 접속을 차단하는 등 움직임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는 접속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며 업계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주소를 메신저로 알리는 것도 모자라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것을 독려하기까지 한다. 마땅히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콘텐츠 저작권은 물론 이를 제재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정당하게 요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 중인 OTT 구독자들까지 모두를 비웃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영화와 드라마로 대표되던 K-콘텐츠는 이제 예능 프로그램까지 장르를 확대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우리만의 독보적인 스토리텔링과 참신한 연출은 대한민국을 ‘글로벌 콘텐츠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기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한다면 언제까지 그들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손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통하면 다 통한다”는 미디어 업계의 정설처럼 K-콘텐츠의 글로벌 제패는 시청자들이 그 키를 쥐고 있다. 불법 공유에 대한 시청자들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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