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원 펀드 조성해 콘텐츠 업계 핵심 화두 ‘IP 보유’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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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 발표
“세제 확대·펀드 조성,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
세계관 공유 ‘웹툰-드라마-게임’, IP 보유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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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3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위원회 전체외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국무총리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의 시장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내 OTT 및 제작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OTT 사업자를 지원하고, 제작사에는 세액 공제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우리 콘텐츠가 미디어 시장 내 경쟁력과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의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국민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치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발전방안에 의하면 기존 제작사 규모에 따라 최소 3%에서 최대 10%까지 차등 적용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는 최대 15%로 확대된다. 여기에 제작비의 국내 지출 비율이 80%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최대 15%를 추가 공제한다. 이같은 내용에 따라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는 최대 30%로 확대 조정된다.

콘텐츠 집중 투자를 위해서는 2028년까지 1조원대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펀드를 통해 조성된 재원을 우수한 콘텐츠에 적극 투자하고,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을 내 제작사 또는 OTT가 보유할 수 도록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대다수 작품의 IP가 해외 OTT에 귀속돼 우리 콘텐츠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이같은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 다각화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LG 등 국내 가전제품 제조사의 스마트TV에 국내 OTT 콘텐츠를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광고 기반 무료 콘텐츠) 형태로 제공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K-콘텐츠 전용 채널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 총리는 “미디어 콘텐츠는 한류의 원천인 동시에 우리 경제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산업”이라고 짚으며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환영받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만큼 우리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나 협력에서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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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와이제이엠게임즈, 넷플릭스


IP 보유 여부 따라 수익 ‘천차만별’

정부의 발전방안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수 콘텐츠의 IP 소유권은 최근 관련 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IP의 활용과 그에 따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장으로는 게임 산업을 꼽을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기존 콘텐츠를 통해 확보한 팬층을 자연스럽게 부가 콘텐츠로 유인할 수 있다는 특징은 물론,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어 게임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와이제이엠게임즈와 액션스퀘어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PC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킹덤: 왕가의 피’는 IP의 확장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 시리즈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해당 게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출몰하는 좀비’ 콘셉트로 단숨에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달 초 정식 출시된 ‘킹덤: 왕가의 피’는 사전 예약에만 100만 명이 넘는 유저가 몰리며 <킹덤> 신화의 부활을 알렸다.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흥행작 <오징어 게임>도 게임화에 한창이다. 마이크 베르두 넷플릭스 게임즈 부사장에 따르면 해당 게임 프로젝트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세계관에 등장하는 게임(놀이)들을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경쟁하는 형태로 구현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게임 타이틀이나 개발사, 출시 일정 등은 알려진 바 없다.

<킹덤>과 <오징어 게임>의 게임화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IP 보유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2019년 시즌1을 공개한 <킹덤>의 경우 웹툰 「신의 나라」를 원작으로 했다. 웹툰의 스토리를 쓴 김은희 작가가 드라마의 극본에 참여하긴 했지만, 작품의 원천 IP는 웹툰 출판사인 와이랩이 가지고 있다. 덕분에 와이랩은 영상화 판권을 통한 수익과 와이제이엠게임즈의 게임화에 따른 수익을 모두 취할 수 있었다.

반면 별도의 원천 스토리가 없는 상태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오징어 게임>의 IP는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다. 해당 작품의 제작사는 국내 스튜디오 ㈜싸이런픽처스로, 제작사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얻은 수익은 제작비 253억원 수준에 그친다. 업계 추산 1조원에 달하는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효과가 모두 IP 보유자 넷플릭스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공개된 <오징어 게임>의 스핀오프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흥행, 일본 반다이와 협력해 선보인 피규어 판매 수익 등을 감안하면 실제 넷플릭스가 손에 쥔 이익은 훨씬 막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콘텐츠 쏠림 현상 완화 가능할까

이처럼 핵심 IP 보유가 콘텐츠의 수익성을 좌우할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확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백악관 만찬에서 “앞으로 4년간 한국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월 한국 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투자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 ‘투입 금액 대비 최대 효과’를 안겨주는 한국 콘텐츠에 넷플릭스가 엄청난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우수 IP를 쓸어 모으는 동안 국내 OTT의 경쟁력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 3사(KBS·MBC·SBS)와 SK텔레콤이 합작한 국내 OTT 웨이브가 자사 플랫폼 최대의 흥행을 기록한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의 차기 시즌 제작 권한을 넷플릭스에 양보한 사례는 토종 OTT의 경쟁력 약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정부의 ‘국내 OTT 살리기’ 방안이 이같은 넷플릭스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성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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