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웹툰 ‘아쿠아맨’ 日서 드라마화 결정, 세계로 뻗어나가는 韓 ‘원천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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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웹툰 인기 웹툰 IP '아쿠아맨', 日 후지TV 통해 영상화·방영 결정
다양한 취향 겨냥하는 콘텐츠 시작, '아쿠아맨' 비롯한 BL 작품 수면 위로
드라마 넘어 IP까지 수출, 日 애니메이션 시장 중심으로 K-IP 영향력 커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웹툰 <아쿠아맨>을 후지TV와 일본 현지 드라마로 공동 제작한다. 카카오엔터와 일본 최대의 민영 방송사 후지TV는 지난 26일 일본 현지서 열린 ‘2023 후지TV 글로벌 사업 전략 발표회’에서 웹툰 IP(지식재산권) 개발 및 확장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 이같이 밝혔다.

한편 소식을 접한 업계에서는 국내 원천 IP가 해외에서 재탄생한다는 사실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다. 한국이 드라마, K-팝 등 이미 완성된 대중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원천 IP를 직접적으로 수출하는 ‘콘텐츠 강국’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낙관적인 분석이다.

카카오웹툰 아쿠아맨, 영상화한다

업무 협약과 함께 발표된 카카오웹툰 <아쿠아맨>의 일본 현지 드라마 제작 소식은 카카오엔터와 후지TV의 첫 번째 협업 프로젝트다. 2025년 공중파 방송인 후지TV와 후지TV의 자체 OTT 플랫폼인 FOD를 통해 동시 방영 예정이며, 카카오엔터는 공동 제작사로 원작 IP 제공과 함께 기획 및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 일본 현지 제작·기획은 후지TV에서 직접 진행하며, 제작진은 추후 발표된다.

<아쿠아맨>은 사랑과 우정 등으로 고민하는 신나루, 최소라, 최성준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청춘 로맨스 장르 웹툰이다. 세련된 감성과 수려한 그림체, 진로·연애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퀴어 코드 등으로 인기를 끌며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약 2억 조회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를 넘어 일본, 중국, 태국 등에서도 인기리에 연재를 마쳤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황재헌 카카오엔터 IP 사업팀 팀장은 “그동안 ‘무빙’, ‘사내 맞선’ 등 수많은 성공 사례를 통해 카카오엔터의 차별화된 IP 가치와 가능성, 무한한 확장성이 전 세계에 입증됐고, 이에 오늘 한국과 일본의 대표 엔터 사업자 간에 이렇게 뜻깊은 협업도 성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쿠아맨’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후지TV와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협업 사례를 만들어 가면서,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더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웹툰 ‘아쿠아맨’/사진=카카오웹툰

소수 취향 겨냥했다, ‘BL’의 대중화

주목할 만한 점은 <아쿠아맨>에 남성 간의 사랑, 즉 ‘BL(Boy’s Love의 준말)’ 코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금껏 BL 작품은 여성 소비자를 위한 ‘서브컬쳐 장르’로 여겨졌으며, 창작 및 소비 역시 주로 음지 플랫폼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웹툰·웹소설 플랫폼의 발달로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작품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BL 장르 역시 음지에서 벗어나 막강한 영향력을 얻게 됐다. 이에 더해 OTT 열풍이 불며 ‘소수의 취향’을 공략하는 영상 제작사가 늘었고, BL 장르 IP가 하나둘 영상화되기 시작했다.

국내 BL 작품 IP가 영상화된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카카오페이지 BL 웹툰 <호형호제>는 태국 드라마로 제작돼 26일 OTT 플랫폼 아이치이를 통해 전 세계 180개국에 공개됐다. <호형호제>는 <결혼 장사>, <장르를 바꿔 보도록 하겠습니다> 등의 작품을 쓴 KEN 작가의 웹소설을 웹툰화한 노블 코믹스 작품으로, 주인공 상화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이금을 만나 성장하고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태국 배우 민 니차쿤, 칭 크리타눈이 각각 주인공인 강이금, 이상화 역을 연기한다.

BL 웹툰이 아닌 웹소설이 영상화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리디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왓챠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대표적인 예다. 웹소설 <시맨틱 에러>는 2018년 리디북스 BL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오디오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변주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시맨틱 에러> 역시 지난해 2월 공개 이후 2주 넘게 왓챠 시청 순위 1위를 유지했다.

韓, 이제 대중문화 아닌 ‘원천 IP 수출국’

한편 업계에서는 퀴어 코드보다도 매력적인 국내 원천 IP의 가능성을 알아본 해외 제작사가 ‘직접’ 작품 제작에 나섰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드라마, K-팝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 수출국을 넘어 엄연한 ‘원천 IP 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는 분석이다.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사진=디앤씨웹툰비즈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한국 웹툰 ·웹소설 원천 IP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의 인기 웹소설 IP인 <나 혼자만 레벨업>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의 A-1 Pictures와 협업을 통한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이 지난해 본격적으로 전해졌고, 지난 7월 미국 ‘LA 애니메 엑스포(LA Anime Expo)’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프로모션 비디오(PV)가 공개됐다.

이외에도 네이버 웹툰 △<노블레스>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선배는 남자아이> △<고수>를 비롯해 카카오엔터 <외과의사 엘리제> 등 다양한 국내 원천 IP가 일본에서의 애니메이션화 소식을 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수많은 자국 연재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글로벌 IP’로 성장시켜 왔다.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로 뻗어나가는 국내 원천 IP들 역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슈퍼 IP’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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