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스트라이크로 프로야구 품은 티빙, 스포츠를 바라보는 미디어의 다양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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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Ranking
3년간 KBO 리그 모바일 중계 독점한 티빙
“야구 팬덤 생태계 확장 위해 노력”
유럽방송연맹 스포츠 전문 무료 OTT로 눈길
kbo tving 20240304
사진=티빙

앞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프로야구를 관람할 때는 유료 OTT를 구독해야 한다. 토종 OTT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와 중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료 중계를 즐기던 야구팬들은 최소 월 5,500원(약 4달러)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인기 리그의 유료화를 둘러싼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스포츠 시청 환경 변화에도 많은 이목이 쏠린다.

전 경기 시청 위해선 4만원가량 지출 불가피

4일 티빙과 한국야구위원회는 KBO리그 뉴미디어 분야 유·무선 중계권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티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한 KBO 리그 전 경기의 중계 권한을 비롯해 동영상 스트리밍(VOD) 권리 및 재판매 권리 등을 확보하게 됐으며, 계약기간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3년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월 티빙 운영사 CJ ENM을 KBO 중계권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후 세부 사항을 조율해 왔다.

시장에서는 티빙이 실시간 방송에 한해 KBO 경기를 무료 중계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티빙은 서비스 유료 제공 방침을 밝혔다. 중계권 확보를 위해 투입한 자금이 3년 총액 1,350억원(약 1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구독료 수익을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른 OTT 플랫폼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는 점도 티빙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현재 티빙이 제공하는 요금제 가운데 가장 저렴한 구독 모델은 월 5,500원에 판매 중인 ‘광고형 스탠다드’다. 통상 3월 말 또는 4월 초에 개막하는 프로야구는 구단별 144경기의 정규 시즌을 거쳐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이르는 포스트 시즌까지 치르고 나면 10월 말 또는 11월 초 막을 내린다. 최단기간인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구독한다 해도 38,500원(약 29달러)에 달하는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올해 KBO 리그는 오는 23일 개막 예정이며, 개막 전 9일부터 19일까지 시범 경기를 치른다. 티빙은 시범경기와 3월, 4월 경기 무료 중계 후 5월 경기부터는 KBO 전 경기를 유료 서비스할 방침이다.

“디지털 소외 계층 어쩌나” 비판도

야구팬 및 시청자들의 적응 기간을 고려한 티빙의 중계 일정 발표에도 KBO 중계 유료화에 부담을 느끼는 야구팬들의 원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두루 즐기는 스포츠인 만큼 OTT 앱 이용이나 구독이 힘든 시청자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디지털 소외’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티빙은 “TV 중계는 기존대로 지상파 3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며 야구 팬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야구 중계를 활용한 40초 미만 분량의 숏폼 콘텐츠를 제삼자가 제작, 유통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을 비롯해 응원 구단 설정, 경기 시작 및 종료 알람, 단체 응원 채팅 기능 등을 도입하고, 매주 1경기 이상 프리뷰 및 리뷰 쇼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2010년 설립 이래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온 티빙이 1,000억원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프로야구 중계권을 독점한 배경에는 ‘토종 OTT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짙게 깔려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월 기준 티빙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656만4,000명으로 넷플릭스(1,281만9,000명)와 쿠팡플레이(778만5,000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이면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쿠팡플레이의 분전에 스포츠 중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쿠팡플레이는 2022년 7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홋스퍼FC와 스페인 라리가 소속 세비야FC를 초청해 ‘제1회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열며 축구 팬들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고, 이듬해에는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FC와 라리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프랑스 리그앙 소속 파리생제르맹FC를 초청한 제2회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스포츠 맛집’의 수식어를 단단히 새겼다. 올해는 미국 메이저리그야구(MLB) 소속 구단 LA다저스와 샌드에이고파드리스를 초청한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티빙의 프로야구 중계권 확보를 위한 이번 결단은 이같은 해외 명문 구단 초청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 중계 라인업을 갖춘 쿠팡플레이에 맞선 회심의 일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큰 탓에 최소 3~4일 간격을 두고 경기를 치르는 여타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정규 시즌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열려 야구팬들의 이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5년간 KBO 리그를 무료 생중계한 네이버는 이 기간 누적 시청자가 8억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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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로비전스포츠

‘미지근’하던 넷플릭스도 10년짜리 통 큰 베팅, 유럽은?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9개월에 달하는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들을 플랫폼에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운 스포츠는 미국에서도 OTT 업계의 새로운 경쟁력 강화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스포츠를 비롯한 실시간 방송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넷플릭스가 지난 1월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인기 프로그램 ‘RAW’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0년간 RAW 중계권을 독점하기 위해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의 자금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외에도 애플TV+와 프라임비디오, 피콕 등 미국에서 사업을 전개 중인 OTT 기업 대부분이 인기 스포츠 리그를 독점해 구독료 수익과 광고 수익을 동시에 올리고 있다.

반면 유럽은 인기 스포츠를 무료 또는 공공의 영역으로 남겨두려는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유럽방송연맹(EBU)이 지난 2월 5일(현지 시각) 론칭한 스포츠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유로비전스포츠(EUROVISION SPORT)는 이런 취지에서 출발했다. 현재 유로비전스포츠는 육상, 체조, 스키,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무료 중계하고 있으며, 전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 FIFA+를 흡수하기 위한 논의에 한창이다. 유로비전스포츠가 FIFA+를 흡수하게 되면 영국과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4대 축구리그도 비독점 방식으로 무료 중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28개 국제 연맹과 계약을 맺고 연간 4만3,000시간에 달하는 스포츠 경기를 중계 중인 유로비전스포츠는 최소 25개 이상의 연맹과 추가 계약을 통해 7개의 주력 종목 라인업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광고 수익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렌 킬레인(Glen Killane) EBU 스포츠 전무이사는 “우리는 올림픽이 여러 세대에 걸쳐 해 온 것처럼 세계 각국의 스포츠를 한데 모으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히며 “곧 전 세계로 뻗어나간 유로비전스포츠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필요 이상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스트리밍 서비스의 과잉이 소비자들을 도리어 ‘끔찍한 경험’으로 이끄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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