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독주’ 막아라, 세계 각국 규제 강화·연합군 결성에 ‘총력’

글로벌 OTT 시장 40% 점령한 넷플릭스, 세계 각국 ‘독점 막아라’ 비상 캐나다 ‘온라인 스트리밍법’ 정착 임박, 호주·영국 등도 규제 강화 움직임 일본·미국 토종 OTT 플랫폼 합병, 국내에서도 웨이브-티빙 합병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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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시장 독주를 막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넷플릭스 등 ‘공룡 OTT’의 콘텐츠 업계 독점을 경계하는 양상이다. 캐나다에서는 ‘온라인 스트리밍법(Bill C-11)’ 제정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일본 등에서는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대등한 경쟁을 위한 ‘콘텐츠 연합군’이 형성됐다.

국내에서도 OTT 플랫폼과 방송사업자 사이 의무·규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토종 OTT 플랫폼의 합병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규제 확립과 합병설 모두 현실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업계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에 국내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 각국의 ‘넷플릭스 견제’ 움직임

시장조사업체 패러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글로벌 OTT 시장 점유율은 약 40%(작년 4분기 기준)에 달한다. 2·3위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11.1%), 디즈니+(10.2%) 대비 압도적인 수치다. 이에 최근 캐나다 정부는 스트리밍 업체의 자국 내 콘텐츠 투자를 의무화하는 온라인 스트리밍법 세부 사항 논의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 4월 말 캐나다 의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됐으며,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투자액 산정 방식을 논의하는 단계다.

미국의 미디어그룹 WBD는 지난 5월 자사 OTT 서비스 ‘HBO맥스’(가입자 약 7,400만 명)와 ‘디스커버리플러스’(약 2,000만 명)를 통합한 거대 OTT 플랫폼 ‘맥스’를 내놨다. 운영·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1억 명에 가까운 통합 OTT 가입자를 확보해 넷플릭스를 추격하겠다는 구상이다. 맥스는 HBO 채널, 워너브러더스의 영화·드라마와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 일본에선 OTT ‘U-NEXT’를 운영하는 유선 방송사업자 ‘유센’이 타사 OTT인 ‘파라비’를 인수했다. 일본 OTT 업계에서는 드라마·애니메이션 콘텐츠가 강점인 U-NEXT와 다양한 예능 콘텐츠를 보유한 파라비가 통합되며 콘텐츠 라인업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라인 스트리밍법’이란?

캐나다에서 통과된 온라인 스트리밍법은 OTT 플랫폼에 기존의 방송법안을 적용, 기존 방송사·유료방송 사업자와 동일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에 따라 캐나다에 진출한 OTT 플랫폼 회사들은 방송 매출의 일부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국내 콘텐츠 개발 및 인력 활용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아울러 캐나다 다른 방송사들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게 되며, 캐나다에서 올린 수익의 최소 30%를 캐나다 미디어 콘텐츠 및 제작자들에게 재투자할 의무가 생긴다.

만약 플랫폼이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 및 기타 재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단 캐나다의 온라인 스트리밍법은 OTT 플랫폼뿐만 아니라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 대다수 콘텐츠 플랫폼에 적용된다. 이에 캐나다 내에서는 해당 법안이 개인 창작자들을 통제하고 알고리즘을 조작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콘텐츠 시장 규제 움직임은 캐나다 외 국가에서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호주 당국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자국 콘텐츠를 일정 부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새로운 문화 정책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 또한 스트리밍 플랫폼이 “분명히 영국산인” 콘텐츠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를 고려 중이다.

국내 유료방송 업계에서도 OTT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들의 기여 의무와 규제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OTT는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며, 각종 방송법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반면 방송법 규제의 영향을 받는 국내 IPTV(인터넷TV)나 케이블TV 등은 준 세금처럼 방송 매출의 1.5%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기 위한 신고 수리에만 통상 한 달이 소요된다.

‘뭉쳐야 산다’ 합병 시도하는 토종 OTT들

한편 방송국, OTT 플랫폼 등 스트리밍 업자들이 손을 잡는 사례 역시 세계 각국에서 급증하는 추세다. 막강한 자본력과 이용자 기반을 보유한 글로벌 ‘공룡’ OTT 서비스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과열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모두 원활하지만은 않다.

프랑스의 양대 민영 방송사인 M6 그룹(MMTP.PA)과 TF1(TFFP.PA)은 프랑스 방송 시장을 집어삼킨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5월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 방송 규제 기관이 ‘합병 회사’의 광고 시장 장악 등을 이유로 압박을 가했고, 결국 합병 계획은 무산됐다.

국내에서도 CJ ENM이 최대 주주인 ‘티빙’과 SK스퀘어·지상파 3사가 주축인 OTT ‘웨이브’ 간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6월 기준 티빙의 월 사용자는 519만 명, 웨이브의 월 사용자는 395만 명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이들이 손을 잡을 경우 넷플릭스의 국내 사용자(1,142만)와 몸집이 비슷한 거대 토종 OTT 플랫폼이 탄생하는 셈이다.

다만 CJ ENM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양사의 복잡한 주주 구성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의무 지분 요건 충족 등 걸림돌로 인해 사실상 합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토종 연합군’ 결성 여부가 사실상 불투명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국내 콘텐츠 시장이 넷플릭스에 점령당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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