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수요 아래 폭발적 성장 이룬 ‘불법 사이트’들, 짙게 드리운 ‘저작권 침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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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수사역량 강화하는 정부, "범죄 수사 장비도 확충"
불법유통의 무대는 해외로, "국지적 수사만으로는 한계 뚜렷해"
선진국 대비 저작권 인식 낮은 韓, "사후 대처'보단 '사전 차단'해야"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범죄 과학수사대’를 출범하고 ‘저작권 범죄분석실’을 새롭게 운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화·지능화되고 있는 K-콘텐츠 불법유통 범죄를 더욱 엄정하고 치밀하게 수사하기 위함이다. 다만 일각에선 불법유통을 뿌리 뽑기 위해 저작권과 관련한 시민의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콘텐츠에 대한 ‘내돈내산’ 기조를 확실히 함으로써 불법유통에 대한 ‘수요’부터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체부 “저작권 범죄 과학수사대 출범”

문체부는 23일 저작권 관련 수사역량을 전문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해 기존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의 수사팀을 4개 수사팀으로 개편하고 전자 법의학(디지털포렌식) 기반 과학수사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체부는 최근 1년 동안 불법 웹소설 유통 사이트인 제주커피, 카카영, 바다닷컴을 수사해 운영자 4명과 업로더 8명을 검거한 바 있다. 이외 불법 IPTV 서비스인 BeeTV로 무단 방송 송출을 감행한 일당 3명과 비트토렌트 코인 채굴을 위해 국내 방송 및 OTT 영상물을 토렌트로 공유한 헤비업로더 1명, 국내 웹하드 17개에서 드라마·애니메이션을 공유해 1억3,700만원의 수익을 올린 헤비업로더 1명을 검거하는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문체부의 저작권 침해 사범 검거 의지는 매우 높다. 그러나 저작권 범죄 양상은 점차 해외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하고 있어 저작권 범죄 수사에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지난 4월 폐쇄된 누누티비와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대규모 콘텐츠 불법유통 사이트는 VPN 우회 기술,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기술 등을 활용하고 텔레그램 등 사적 경로를 통해 은밀하게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아 검거가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작권 범죄가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역량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탓이 크다.

이에 문체부는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의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수사팀을 기획 수사 전담, 국제공조, 국내 범죄, 수사 지원 등 4개 팀으로 개편한 저작권 범죄 과학수사대를 출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기획수사전담팀은 저작권 범죄 수사·조사 업무 담당 기간이 평균 6.8년”이라며 “15년의 저작권 범죄 수사경력을 갖춘 수사팀장과 최고의 사이버 수사 역량과 투철한 사명감을 갖춘 전문인력 5명이 뭉쳐 수사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또 디지털포렌식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세종시 내 저작권 범죄분석실을 신설하고 최신 디지털포렌식 소프트웨어와 증거물 복제·분석 장비, 워크스테이션을 도입하는 등 첨단 범죄 수사를 위한 장비도 확충했다. 이번에 신설한 저작권 범죄분석실은 지금까지 압수물 분석에만 의존하던 수사 상황을 극복하고 저작권 경찰과 포렌식 전문가가 합동으로 불법 사이트와 유통경로를 사전에 조사·분석해 신속하고 밀도 있는 수사와 포렌식 분석, 디지털 증거물 관리의 안전성 확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사진=넷플릭스

미래 먹거리 된 콘텐츠 산업, 성장성 유지하려면

최근 <오징어 게임>, <킹덤> 등으로 K-콘텐츠에 대한 해외 관심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업계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그러나 강력한 빛 아래엔 그만큼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법, 누누티비 등 불법유통 사이트는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엔 미국 IPTV 업체 대표와 국내 송출조직권 등 7명, 국내 운영총책 1명이 국내 방송사 및 미국영화협회 저작권을 침해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국내 방송사와 미국영화협회의 저작권을 침해하면서 국내 방송·영화 등 K-콘텐츠를 불법 송출하는 방식으로 해외 교민들(22개국, 2만5,000여 명)에게 해당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체 보급한 수신전용 셋톱박스를 이용해 22개국 해외 교민을 상대로 월 시청료를 받으면서 합법 IPTV 방송사인 것처럼 영업하는 등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K-콘텐츠 불법유통의 무대는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K-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부문인 만큼,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처로 불법유통 사이트의 뿌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외부적 요인의 내부 성장 요인을 짓누르는 행태를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경찰이나 정부가 가만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문체부와 경찰은 지속적으로 저작권 침해 합동단속을 통해 저작권 침해 사범을 검거해 왔다. 그러나 합동단속은 수사와 검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저작권 침해 피해자들의 상담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문체부가 저작권 범죄 과학수사대 등을 신설한 이유도 이 같은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사후 대처’만으론 부족, 인식 개선 필요해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사후 대처’만으론 저작권 침해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에 대한 시민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결국 수요에 맞춰 불법유통 공급이 성행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이에 문체부는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Copyright, Right Now)’이라는 저작권 보호 인식 전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콘텐츠 불법유통을 뿌리 뽑기 위해 콘텐츠를 이용할 때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K-콘텐츠 내돈내산’ 사회적 인식을 심겠단 취지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콘텐츠 창작과 소비의 중심인 청년세대가 중고장터, 대학생 커뮤니티 등 자신들의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저작권 보호 메시지를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세대이자 콘텐츠 주요 소비자인 청소년들에게 공정한 저작권 의식이 확립될 수 있도록 저작권 관련 인정교과서를 개발하고 교육용 저작권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겠다고도 밝혔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저작권 인식이 낮은 수준이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는 풍토가 다소 부족한 탓이다. 소프트웨어연합(BSA)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률은 38%에 달했다. 저작권 침해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관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저작권자의 땀과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웹소설, 웹툰 등 콘텐츠 산업은 아직 발전 과도기에 놓여 있는 상태다. 우주선이 한계고도에 도달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불법유통 콘텐츠 근절을 위한 각 시민들의 의식이 결집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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