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캐릭터·오락성은 만점, 스토리는 글쎄? 넷플릭스 ‘황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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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
‘액션 맛집’ 입소문→글로벌 랭킹 1위
축소된 서사, 장르물에 득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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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마동석의 액션에는 실패가 없다.

영화 <황야>가 화려한 액션을 앞세워 글로벌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오직 힘만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무술 감독으로 활약한 허명행 감독이 첫 연출에 나섰고, 마동석과 이희준, 이준영, 노정의 등이 허 감독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채울 배우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야기는 도심의 한 연구실에서 시작된다. 광기 어린 눈빛의 기수(이희준 분)는 침상에 누운 딸을 살리기 위한 실험에 한창이다. 사람들의 만류에도 그는 의식 없는 딸아이의 팔에 주삿바늘을 꽂아 넣고, 결국 특수부대원들의 무력으로 제지당한다. 실험실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이 창밖에선 고층 건물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린다. 그날의 대지진은 기수의 실험실은 물론 도시 전체를 붕괴시켰다.

한때 도시였던 폐허에는 이제 악어가 출몰한다. 홀로 폐허를 걷다 악어를 발견한 지완(이준영 분)은 불붙인 화살로 악어를 쏘는 데는 성공하지만, 도리어 공격본능을 자극해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때 남산(마동석 분)이 등장한다. 힘으로 악어를 제압한 후 능숙하게 숨통을 끊은 그는 “맛있겠다”는 말과 함께 군침을 흘린다.

남산과 지완은 사냥한 악어를 가지고 버스동에서 물물교환에 나선다.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쌀이나 옷, 모자 같이 아끼던 물건을 하나씩 내놓으며 고기를 한 덩이씩 얻어 돌아간다. 버스동 인근에 사는 수나(노정의 분)와 할머니도 마찬가지. 특히 수나는 과거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과 할머니를 구해준 남산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지니고 있다.

평화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큰 위협도 없이 살아가던 버스동에는 어느 날 차를 탄 깡패 무리가 쳐들어온다. 무고한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잡아들이던 깡패 무리는 10대 소녀인 수나까지 납치하려다가 남산에게 혼쭐이 난다. 깡패들이 떠난 후 수나와 할머니의 움막에는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는 한 여자와 청년들이 찾아온다.

선생님(장영남 분)은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 안전한 은신처와 식량,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있으니 함께 가자고 말한다. 고민하던 수나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편한 곳에 모시고 싶은 마음에 그들을 따라나선다. 믿고 의지하던 남산, 지완과 헤어져 낯선 이들을 따라나선 수나는 어느 순간 할머니와도 헤어져 혼자 아파트동으로 향한다.

수나의 할머니를 의료진에게 안내한다던 낯선 이들은 이동에서 낙오된 노인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남산과 지완은 수나를 구하기 위해 아파트동을 찾아 떠난다. 우연한 기회에 두 사람과 엮인 은호(안지혜 분)도 아파트동에 갇힌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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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당초 극장 개봉을 염두에 뒀던 <황야>는 제작사와 배급사의 오랜 논의 끝에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공개를 택했다. 그 결과 작품은 지난달 26일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차트 영화(비영어) 부문 1위로 직행했다. 불과 사흘 만에 1,430만 뷰-2,60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면서다. 지난해 국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한 <서울의 봄>이 1,30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황야>의 넷플릭스 공개는 더 많은 관객과 만나겠다는 목표를 충실히 이뤄나가고 있는 셈이다.

시청자들은 <황야>의 높은 오락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허 감독과 마동석이 빚어낸 대체 불가 액션이 순간순간 짧게 치고 빠지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특히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형사 역을 맡은 탓에 ‘맨주먹’밖에 쓸 수 없었던 마동석은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사냥꾼의 옷을 입고 마체테와 장총, 심지어 수류탄까지 활용하며 화려한 액션으로 보는 이들에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이준영의 새 얼굴도 화제다. 통상 배우의 새로운 모습이라 하면 선역에서 악역으로의 변신을 떠올리지만, 그는 정반대의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시리즈 <D.P.> 속 탈영병 정현민 또는 <마스크걸> 속 최부용을 눈여겨봤다면 <황야> 속 지완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준영은 이제야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한 모습으로 작품에 현실감을 부여했다. 비록 사냥꾼으로서는 서툴기만 한 극 중 지완이지만, 기쁨과 분노, 서운함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그의 모습은 10대 청년 그 자체다. 이 작품으로 이준영은 ‘댕댕미’ 남자 배우의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남산과 지완의 대척점에 선 메인 빌런 기수로 분한 이희준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극 중 기수는 멸망 후 지구에서 생존에 용이한 신인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인물이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쳐버린 그는 또 다른 아이들을 실험대에 눕혀 희생시키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애쓴다. 이희준은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자, 근거 없는 광기에 사로잡힌 기수를 빛나는 연기로 채워 넣으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는 작품에서 가장 큰 재미가 저마다의 생존 또는 신념을 위해 싸우는 다양한 인간군상에 있다면, <황야> 속 기수는 이와 같은 막중한 임무를 혼자서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본격적인 등장 전까지 영화는 그저 무법천지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싸우는 사람들을 그린 액션물에 불과하기 때문. 기수의 ‘미친’ 활약 덕분에 영화는 디스토피아 장르물이란 타이틀을 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처럼 뚜렷한 정체성을 띤 캐릭터가 기수 단 하나뿐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인공 남산은 ‘딸이 있었다’는 단 한 마디의 대사로 소개될 뿐,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아 그저 ‘싸움 잘하는 아저씨’에 불과하며, 그의 곁에 선 지완 역시 어쩌다 남산을 따르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제한된 러닝타임에 모든 이야기를 녹여내야 하는 영화의 특성상 디테일한 서사는 축소 또는 생략되기 마련이지만, 지나친 간소화는 작품의 재미를 떨어트린다. 그리고 극장이 아닌 OTT에서 영화를 즐기는 이들은 ‘이야기’에 몰입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배속재생이나 건너뛰기를 누르곤 한다. 화려한 액션으로 단숨에 전 세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황야>가 이같은 한계를 딛고 흥행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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