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크리처는 거들뿐, 시대의 아픔을 그린 넷플 ‘경성크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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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
3주 연속 글로벌 TOP10, 흥행 질주
“크리처보다 그 시대에 더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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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시작은 아쉬웠지만, 여운은 깊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 태상(박서준 분)과 채옥(한소희 분)이 인간의 탐욕에서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여우각시별>, <가족끼리 왜 이래> 등의 강은경 작가와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박서준과 한소희를 필두로 수현-김해숙-조한철-위하준-박지환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당초 700억원의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는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디즈니+의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보다도 큰 규모. 두 개의 시즌이지만, 시즌1 10편, 시즌2 7편으로 총 분량은 일반적인 미니시리즈와 비슷하다. 한 편당 약 41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셈. 또한 한류 스타 박서준과 한소희의 캐스팅 소식은 공개 전부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뜨거운 기대 속에 <경성크리처>는 지난해 12월 22일 파트1(1~7화), 지난 5일 파트2(8~10화)를 공개하며 시즌1을 마무리했다. 파트1 공개 후 OTT-TV 통합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올랐던 이 작품은 파트2 공개 후 [오늘의 OTT 통합 랭킹] 최상단에 등극, 이번 주 내내 차트 왕좌 행진을 이어가며 흥행을 시작했다. 파트1이 공개 후 단 이틀 밖에 왕좌를 지키지 못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

또한 <경성크리처>는 파트1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에 랭크, 3주 연속 글로벌 차트를 지켰을 뿐만 아니라 1월 1주차 TV(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흥행 신호탄을 쐈다. 작품은 한국은 물론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1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22개국 TOP1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 기간 일본에서 차트 6위에 자리하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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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파트1은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경성 제1의 정보통 태상(박서준 분)이 명자(지우 분)를 찾아내라는 이시카와(김도현 분)의 협박 속에 실종자를 찾아내는 토두꾼 부녀 채옥(한소희 분), 중원(조한철 분)과 함께 옹성병원으로 잠입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옹성병원에서 이들은 조선인들에게 갖가지 실험을 자행하는 병원과 일본군의 추악한 실체와 마주하고, 생체 실험으로 이성을 잃은 괴물과 대치한다.

태상과 채옥, 중원은 명자뿐만 아니라 옹성병원에 갇혀 끔찍한 실험을 당해 온 포로들을 데리고 옹성병원을 탈출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을 활보하는 괴물과 채옥, 중원의 관계와 괴물이 괴물이 된 이유 등이 밝혀진다. 하지만 낙오자가 있었다. 태상이 채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남아서 시간을 벌겠다고 자처한 것.

파트2에서는 옹성병원을 벗어난 후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채옥 일행이 빠져나가고, 태상은 병원에 온 마에다 유키코(수현 분)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탈출, 채옥을 비롯한 금옥당 사람들과 재회한다. 하지만 주인공들과 옹성병원의 지독한 인연은 끊기지 않는다. 중원은 병원과 괴물의 비밀을 알고 다시 옹성병원으로 들어가고, 채옥은 병원장 이치로(현봉식)에게 복수를 하다 옹성병원으로 붙잡혀온다. 태상은 그런 채옥을 구하고, 끔찍한 실험이 이어지는 그곳을 폭발하기 위해 옹성병원으로 잠입한다.

이 가운데 옹성병원에서 이루어진 모든 실험과 비극의 흑막이 밝혀진다. 모든 일의 배후에는 마에다 유키코가 있었다. 남편의 내연녀인 명자를 옹성병원으로 보낸 것도 마에다 유키코였으며, 옹성병원에서 이치로와 가토(최영준 분)의 보고를 받는, 옹성병원의 최고 후원자였다. 마에다 유키코는 태상을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태상에게 거절당한 후 태상과 채옥을 쫓으며 그들을 죽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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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경성크리처>는 파트1 공개 후 큰 호불호를 끌며 흥행에 적신호를 켰다. 크리처물임에도 파트1의 중반부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크리처와 부실한 액션, 괴물에게 쫓기고 비극적인 운명을 겪는 중 개연성 없이 끼어드는 로맨스, 과한 신파 등이 혹평의 원인. 또한 시대극이면서 갑자기 등장하는 팝송과 유치한 대사는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해쳤다.

파트1 공개 후 작품은 “크리처, 로맨스, 시대극, 신파 하나도 잡지 못했다”, “<스위트홈>과 <미스터 션샤인>, <김비서가 왜 그럴까> 짬뽕 버전”, “700억이 아깝다”, “소재만 좋았다”, “박서준과 한소희 연기력 논란까지 생길 듯”, “개연성 어디 갔냐”, “크리처물인데 괴물 분량이 없다” 등의 혹평을 이끌었고, 작품은 파트1 공개 후 큰 호불호와 함께 주춤한 흥행세를 보였다.

작품의 혹평에 대해 강은경 작가는 “우리가 가려고 했던 방향과 이 작품에 걸려있던 기대가 달랐던 것 같다. 시대극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고, 크리처를 접목해 당시의 아픔을 그려내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주인공 태상과 채옥을 비롯해 독립운동가, 본점거리 상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크리처도 다 때려죽이는 모습으로만 그리고 싶지 않았다. 가슴 아픈 크리처를 탄생시키는 게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트2 공개 전후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극의 후반부로 돌입할수록 몰입감이 높아지는 스토리와 일본 731부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룬 점, 출연 배우들의 섬세한 표현력과 탄탄한 연기력 등으로 정주행을 마친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시작되며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 특히 “시대의 아픔을 그리고 싶었다”는 강은경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올 거다”는 주인공들의 대사는 묵직한 울림을 자아내며 작품의 여운을 이었다.

또한 시즌1 엔딩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태상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등장, 호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올해 공개 예정인 시즌2는 경성이 아닌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될 예정. 또한 시즌2에는 배우 이무생과 배현성이 새롭게 합류해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예고했다. 연출을 맡은 정동윤 감독은 “시즌2에서도 크리처가 나온다. 그리고 태상과 채옥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와 경성의 잔재를 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1945년, 벚꽃이 피고 지는 시간 동안 짧은 만남을 가졌던 태상과 채옥은 2024년의 서울에서 다시 재회한다. 새로운 배경에서 시작되는 시즌2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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