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증가세에 티빙은 ‘골골’, 국내 최초 ‘광고 요금제’로 재기 성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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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1위 자리 지키는 쿠팡플레이, 티빙은 "적자 유지"
수익성 개선 나선 티빙, 하지만?
과거의 영광 좇지만, "넷플릭스식 정책 효과 있을지 의문"

쿠팡플레이가 3개월째 토종 OTT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추격하는 티빙이 국내 최초로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고 구독료를 20%가량 인상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콘텐츠 투자를 계속해 ‘킬러 콘텐츠’를 지속 발굴하는 데 주력하는 티빙과 스포츠 중계권 확대에 집중하는 쿠팡플레이의 상반된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당분간 국내 OTT 1위 자리를 둘러싼 플랫폼 간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따라가는 티빙, 구독료 20% 인상

6일 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527만3,105명으로 넷플릭스(1,137만6,799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티빙은 510만1,821명으로 3개월 연속 3위에 그쳤으며, 이외 동기간 국내 OTT 플랫폼 중 웨이브는 422만9,105명, 왓챠는 62만2,069명을 기록했다. 당초 국내 MAU 1위 자리는 티빙의 몫이었다. 그러나 티빙은 지난 8월 처음으로 쿠팡플레이에 MAU 1위 자리를 내 준 이후 한 번도 쿠팡플레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8월 당시 티빙(539만8,255명)과 쿠팡플레이(562만5,295명)의 MAU는 약 22만 명 차이까지 벌어졌다. 둘 사이의 격차는 그나마 지난 9월엔 약 19만 명, 지난달엔 17만 명으로 점차 좁혀지는 추세를 보였지만, 이것이 티빙의 역전을 시사한다고 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티빙은 적자 부담 및 콘텐츠 투자비 감당을 위한 조치로 국내 최초 광고형 요금제(AVOD)를 출시함과 동시에 기존 요금제 구독료를 20%가량 올리기로 했다. 티빙은 지난 2020년 61억원,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개편으로 티빙의 요금제별 구독료는 베이직이 월 7,900원에서 9,500원으로, 스탠다드는 월 10,900원에서 13,500원으로, 프리미엄은 월 13,900원에서 17,000원으로 인상됐다. 티빙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구독료 상승이 아닌 이용자 선택권 다변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티빙은 “글로벌 시장에서 최초로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던 넷플릭스도 요금제 출시 만 1년 만에 광고 요금제 가입자 수가 1,500만 명에 달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화에 성공한 바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CJ vs 쿠팡’의 치열한 ‘밥그릇 전쟁’

티빙의 모기업 CJ와 쿠팡플레이의 모기업 쿠팡은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전쟁을 이어왔다. 지난해 쿠팡은 CJ제일제당과 햇반 등 상품에 대한 납품단가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즉석밥 등 일부 제품을 아예 쿠팡에서 구매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그 유명한 ‘햇반 전쟁’이다. 쿠팡이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업계 강자인 CJ올리브영을 “다른 유통업체와의 거래를 방해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뷰티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엔 CJ대한통운이 ‘택배 없는 날’을 놓고 쿠팡을 저격하고 나서면서 ‘택배 전쟁’도 벌어졌다. 택배 없는 날에 불참하던 쿠팡이 ‘쿠팡은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는 보도자료를 내자 이를 CJ대한통운이 반박하면서 갈등 전선이 확대됐다.

이른바 ‘OTT 전쟁’도 이의 연장선에 가깝다. 다만 최근 들어선 ‘전쟁’이라기 보단 쿠팡 측의 일방적인 ‘짓누르기’에 가까워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을 통한 이용자 수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티빙을 앞서 나갔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혜택 중 하나로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지난해 가입자 수 1,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올해 6월까지 1,100만 명을 초과했다. 로켓배송, 로켓직구, 로켓프레시 등 쿠팡의 주요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국내 OTT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이다.

쿠팡플레이의 적극적인 콘텐츠 발 넓히기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초 쿠팡의 OTT는 빈약한 콘텐츠 탓에 무료 배송을 이용하기 위해 가입한 와우 멤버십의 다른 서비스 중 하나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엔 콘텐츠 강화를 이끌어 가면서 쿠팡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SNL 코리아>와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K-리그, 포뮬러원(F1) 등 스포츠 중계의 ‘투트랙 전략’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스포츠 중계권 집중은 독자 콘텐츠를 확보하면서도 콘텐츠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수익성 개선과 이용자 수 증가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전략으로 평가된다. 쿠팡플레이는 앞으로도 투트랙 노선을 유지할 계획이다. 쿠팡플레이는 작년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5년 독점 중계권을 따낸 데 이어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의 4년 독점 중계권도 확보했다. 2025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국가대표·클럽 경기 중계도 맡을 예정이다.

쿠팡플레이가 진행한 파리 생제르맹과 전분 현대 경기의 중계진/사진=쿠팡플레이

하락세 못 면한 티빙, “격차 가시화”

반면 티빙은 뚜렷한 상승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적자도 심각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티빙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데 대해 CJ ENM 측은 “대외적인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 사측이 1조원가량을 투입하며 사활을 걸었던 미국 스튜디오 피프스시즌도 할리우드 파업으로 제작이 정상화되지 못해 대규모 적자를 유지 중”이라며 “OTT 산업 특성상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점도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적자 문제를 무작정 외부로 넘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콘텐츠 퀄리티 자체에서부터 티빙은 쿠팡플레이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 문제에 따른 격차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쿠팡은 나스닥 상장 이후 아직 자금이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지만, 티빙은 적자를 이어가면서 속된 말로 ‘똥줄’ 타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운영 인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자금 위기와 국내 대기업 특유의 폐쇄적 문화가 역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인력 수준이 떨어졌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콘텐츠 퀄리티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퀄리티는 이용자의 만족도와 직결된다. 넷플릭스의 성공 신화를 모티브로 구독료 인상 및 광고 요금제 도입에 나선 티빙이지만, 정작 티빙은 넷플릭스만큼의 콘텐츠를 지니지 못했다. 오히려 구독료 인상으로 구독자 이탈 현상이 발생해 쿠팡플레이와의 MAU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군다나 넷플릭스의 정책도 지역별로 먹히는 정도가 달랐다. 미국에선 정책 시행 후 나흘 동안 하루 평균 가입자 수가 7만3,000명을 기록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스페인에선 정책 시행 이후 1분기에만 이용자 100만 명이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OTT 플랫폼의 구독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구독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라며 “티빙이 앞으로 얼마나 인기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남은 건 티빙이 앞으로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해 내느냐다. 치열해진 자리싸움에 티빙이 다시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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