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전략] 글로벌 시장 휩쓰는 국내 IP, 이제 ‘돈 벌 방법’ 궁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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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K-콘텐츠가 먹힌다, 웹툰 비롯한 국내 원천 IP '흥행 가도'
글로벌 웹툰 시장 독점한 네카오, 애플 등 빅테크까지 웹툰 시장 진출
흥행에서 끝나면 안 된다, 추가 수익 창출 위한 '슈퍼 IP' 확보 전략 세워야

국내 콘텐츠 시장의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증된 웹툰 IP를 활용한 OTT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족족 글로벌 대흥행을 거두면서다. 실제 △디즈니+ <무빙> △넷플릭스 <마스크걸> △tvN <경이로운 소문> 등 최근 국내 콘텐츠 시장을 뒤흔든 ‘대박 작품’ 대다수는 웹툰 IP에 근간을 두고 있다.

영상화에 중점을 둔 OSMU(One Source Multi-use·하나의 IP를 다른 장르에 접목) 전략이 시장 수요를 정확히 꿰뚫자, 웹툰을 비롯한 IP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지 역시 점차 확고해지는 추세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제 IP를 활용한 추가 수익 창출을 도모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즈니와 같은 이른바 ‘슈퍼 IP’를 길러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웹툰 IP=대박’ 콘텐츠 시장의 흥행 공식

강풀 작가의 초능력 세계관 시리즈 중 하나인 카카오웹툰 『무빙』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활약을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에 녹여낸 작품으로, 국내 누적 조회 수 2억 회를 기록하며 흥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재탄생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누적 조회 수 1억9,000만 회를 기록한 장이 작가의 웹툰 『경이로운 소문』도 영상물로 변신해 시청자들을 찾았다. 2020년 시즌1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은 11%에 달했으며, 지난 7월 방영된 시즌2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역시 최고 시청률 7.7%를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지난 7월 지니TV와 ENA 채널에서 방영한 <남남>, 지난 8월부터 SBS에서 방영된 <국민사형투표> 역시 카카오웹툰 IP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올 들어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플랫폼 웹툰·웹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상 콘텐츠는 자그마치 20편 이상으로, <마스크걸>, <방과 후 전쟁활동>, <사냥개들>, <사내맞선> 등 대부분 이름만 대도 알 만한 ‘흥행작’이 대부분이다. 기존에 검증된 IP를 통해 ‘이야기’를 확보하고, 이를 화려하게 재구성하는 OSMU 전략이 콘텐츠 시장의 주축으로 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웹툰 시장 휩쓰는 국내 기업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 시장의 웹툰 IP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구 콘텐츠 시장의 중점을 이루는 영화업계에는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킬 만한 대흥행이 흔치 않다. 하지만 국내 웹툰 IP 작품의 경우 공개되는 족족 글로벌 시장에서 ‘초대박’을 치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웹툰 플랫폼 강자들은 글로벌 시장 확보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웹툰이 히트작 발굴의 ‘지름길’로 떠오르며 원천 IP로 주목을 받자, 두 기업은 ‘웹툰의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던 미국 시장에 당당히 진출해 선두 주자 자리를 꿰찼다.

모바일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미국 웹툰 플랫폼 시장 내 네이버웹툰(라인웹툰)의 활성화 이용자 수는 975만 명(70.5%)에 달한다. 압도적인 1위다. 이외에도 리디의 만타코믹스(9.7%),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타파스(8.0%), 태피툰(3.90%), NHN 포켓 코믹스(3.12%) 등 다수의 국내 기업이 미국 웹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사진=네이버 웹툰

최근 들어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웹툰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인 애플북스는 일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로로 읽는 만화'(타테요미망가) 페이지를 신설했다.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하며 읽는 형식의 만화, 즉 웹툰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시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이라는 이름으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 플립툰에서는 키다리스튜디오·레진코믹스 등 국내 업체의 웹툰 작품이 다수 제공된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애플과 아마존이 만화·애니메이션 시장이 발달한 일본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이후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이미 글로벌 웹툰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만큼, 빅테크 기업들의 웹툰 서비스가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IP는 아직 ‘원석’일 뿐이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이제 IP 확보보다도 IP를 통한 ‘수익 창출’에 집중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IP 커머스를 포괄하는 ‘캐릭터·라이선스’ 분야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3,000억 달러(약 403조4,700억원)로 전체 콘텐츠 시장 규모의 10.8%를 차지했다. 특히 콘텐츠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작년 시장 규모는 약 1,625억 달러(약 218조4,975억원)로 전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의 절반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대박 IP’를 대거 배출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슈퍼 IP’ 권리 확보와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IP 사용료 수입·지급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이 IP로 벌어들인 돈은 80억7,000만 달러(약 10조8,509억원) 수준이었다. 같은 시기 미국은 한국의 15.5배, 일본은 5.9배가량의 IP 수익을 올렸다. 

이미 국내 콘텐츠의 ‘슈퍼 IP’화 가능성은 입증된 상태다. 일례로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관련 IP 커머스 상품의 누적 매출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신비아파트>는 처음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됐으나, 이후 자체 IP를 활용해 게임, 영화, 오프라인 이벤트, MD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왔다. 이 같은 OSMU 사업이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확산하기 위해서는 흥행 IP들이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다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IP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실용성이 부족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상품도 ‘IP’의 힘을 빌리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세상이다. 최근 콘텐츠 시장을 휩쓴 영상화부터 게임, MD(굿즈) 등 IP 활용의 길은 이미 활짝 열려 있다. 이제는 정부가 그 길을 닦고, 기업들이 움직여 K-콘텐츠 시장에 날개를 달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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