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응원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청춘,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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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 배우들 연기 변신에 이목 집중
빠른 전개-압도적 몰입감으로 호평
예측 불가 결말에 원작 웹툰 관심도↑
사진=웨이브

누구나 지나왔을 ‘청춘’의 날들을 혼란과 암울함으로만 그려낸 <거래>지만, 자꾸 가해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어진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는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인질로, 다시 내일의 공범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우남20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탄생한 드라마 <거래>는 청춘 배우 유승호, 김동휘, 유수빈을 만나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갖추게 됐고, 이는 악인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피카레스크 장르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설득력’ 항목에서 매우 좋은 점수를 얻는 결과로 이어졌다.

작품은 지난 6일 첫 공개 후 10일 [오늘의 OTT 통합 랭킹] 8위에 이름을 올리며 흥행에 시동을 걸었고, 이후 꾸준히 차트를 지키며 순항 중이다. 지난해 웨이브의 최대 흥행작 <약한영웅 Class1>의 화제성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거래>가 매주 단 2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순차 공개 방식을 적용한 만큼 얼마든지 수직 상승의 여력이 남아있는 상태다.

드라마는 군대에서 막 전역한 준성(유승호 분)과 친구 재효(김동휘 분)의 만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준성의 제대를 기념하기 위해 만난 이날의 술자리에는 고등학교 동창 민우(유수빈 분)도 함께한다. 졸업 이후 처음 만난 준성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술 좀 한다”던 민우는 그런 허세가 우스울 정도로 빨리 술에 취하고 만다. 재효는 술에 취한 민우의 주머니를 뒤져 술값을 낼 정도로 계산적이지만, 정신을 못 차리는 친구를 버리고 갈 만큼 매몰찬 인물은 못 된다. 그렇게 재효와 준성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민우를 데리고 재효의 자취방으로 향한다.

사진=웨이브

민우의 어머니는 아들의 늦은 귀가에 전화를 건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남자는 “당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다”며 “살리고 싶으면 10억을 준비하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민우 어머니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그 남자 재효를 본 준성은 처음엔 장난인 줄 알지만, 생각보다 진지하고 단호한 재효의 태도에 놀란다.

우발적인 납치극을 시작한 재효는 촉망받는 의대생이다. 하지만 온라인 시험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부정행위가 들통나 퇴학 위기에 놓여 있기도 하다. 함께 부정행위를 저지른 친구들이 모두 경고 수준의 징계로 빠져나가자, 재효는 친구들이 집안의 재력으로 담당 교수를 매수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시작된 납치극은 자신 또한 돈으로 퇴학 위기를 모면하고픈 재효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준성의 상황 역시 최악이다. 군 입대 전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 사채까지 끌어다 쓴 그는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도망치듯 군에 입대했고,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일부를 갚아줬음에도 전역하자마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마주하게 됐다. 결국 준성은 민우의 어머니에게 10억을 받아 5억씩 나누자는 재효의 제안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인다.

예기치 못한 납치극의 인질이 된 민우는 의외로 차분하다. 처음부터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민우는 좁은 공간에서 몸을 움직여 시야를 확보하고, 도망칠 기회를 노리는 등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준성과 재효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비밀 금고를 알고 있으며, 자신을 무사히 살려 보내 준다면 최소 100억원에 달하는 비밀 금고 속 재산을 넘기겠다는 것. 과연 세 친구는 저마다 원하는 것을 손에 쥘 수 있을까.

드라마는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재효의 자취방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좁고 초라한 공간에서 눈을 둘 곳은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뿐이며,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다소 거칠게 느껴질 정도의 빠른 전개에도 몰입을 방해받지 않는다. 납치극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투입된 조연들이 잠깐씩 등장하긴 하지만, 세 친구의 시점만 따라가도 이야기의 맥을 잡는 데는 무리가 없다. 작품 공개 직후 “초반 몰입감이 엄청나다”는 평가가 쏟아진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사진=웨이브

초라한 것은 비단 재효의 반지하 자취방뿐이 아니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배우들은 미소 대신 깊은 미간 주름과 칙칙한 옷을 걸친 채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최악의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떠나 이들의 초라한 몰골과 어수룩한 범죄 행위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찌질하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 TV 드라마가 아닌 OTT 오리지널 작품의 특성상 최소한의 작품소개조차 접하지 않은 채 드라마를 보는 이들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유승호와 김동휘의 팬들에게는 ‘내 배우의 재발견’이라고 하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다.

부잣집 아들 민우 역을 맡아 유일하게 멀끔한 모습으로 등장한 유수빈은 인질에서 공범이 되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처음 납치된 직후 민우는 막연히 재효와 준성이 자신을 묶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추측일 뿐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시야가 확보되고 사건의 주체와 그들의 요구사항, 발단이 된 배경까지 알게 된 후에는 그들의 계획에 따르는 것도 모자라 더 큰 이득을 제시함으로써 공범을 자처했다.

범죄 행위를 공동으로 실행하거나 실행한 사람을 의미하는 ‘공범’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에 따라 그들 사이의 우위가 갈린다. 일반적으로 사건 또는 피해자와 관련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 그 범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해 가장 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공범 관계에 있어 정보량의 차이가 곧 범죄 기여도의 차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거래> 4화까지의 이야기에서 민우가 말한 아버지의 비밀 금고는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상태. 결국 100억으로 사이즈를 키운 이 납치극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민우가 된다.

이렇게 민우는 범죄의 피해자에서 사건 기여도가 가장 높은 가해자로 정체성을 갈아탄다. 피해자답지 않은 피해자, ‘진짜 최악이다’라며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싶은 가해자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최악의 선택을 한 청춘들의 이야기인 <거래>가 그려낼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이 커지는 이유다.

재효의 이웃이자 납치 사건의 목격자인 수안(이주영 분), 하나뿐인 아들을 잃을 위기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민우 어머니(백지원 분), 민우의 행방을 쫓는 범죄조직의 해결사 용호(김도윤 분)와 토쟁이(어성욱 분)의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되는 가운데 원작 웹툰을 향한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며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호기심도 증폭됐기 때문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결말을 달리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완결된 원작이 있다는 사실은 극의 전개와 결말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런 힌트들을 얻는 순간 작품의 재미는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니 그저 감독이 안내하는 대로, 배우들이 그려내는 대로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를 막연히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 드라마는 순수하게 즐기는 사람에게 가장 큰 선물이니 말이다. 웹툰 정주행은 드라마 <거래>의 모든 이야기를 완주한 2주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한편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는 현재 4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됐으며,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2개의 에피소드를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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