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충무로 유망주들의 위험한 도전, 힙한 감성으로 완성한 ‘발레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 스토리는 아쉽지만, 액션-미술-OST는 만점 韓 영화의 새 가능성 연 이충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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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핏빛을 아름답게 그린 전종서의 존재감.

넷플릭스 오리지널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 분)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 분)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 프로(김지훈 분)를 쫓으며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복수극이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의 원작이 된 동명 단편 영화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콜>을 제작한 이충현 감독과 그의 연인이자 연기하는 작품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으며 극찬을 받았던 전종서의 신작이다.

충무로의 유망주이자 영화계 대표 커플 이충현 감독-전종서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제작 소식과 동시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공개 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되며 영화 팬들의 기대감을 드높였다. 또한 힙합 뮤지션계의 대표 프로듀서 그레이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폭넓은 예비 시청자 확보에 성공했고, 2023년 콘텐츠 분야의 대표 키워드 ‘복수극’과 ‘여성 서사’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폭발적인 화제성을 이끌었다.

지난 6일 공개된 <발레리나>는 옥주가 최 프로를 쫓게 되는 이유로 시작한다. 희망이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옥주는 우연히 중학교 동창이자 발레리나인 민희를 만나고, 깊은 우정을 나눈다. 각자의 삶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살짝 소원해질 무렵 옥주에게 민희의 전화가 걸려 온다. 전화를 받은 옥주는 바로 민희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옥주가 도착했을 때 민희의 숨은 이미 끊어진 상태. 민희는 옥주에게 “복수해 줘”라는 유언을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옥주는 민희의 쪽지에서 최 프로의 흔적을 발견한 뒤 복수를 결심한다.

옥주가 파헤친 최 프로는 극악무도한 ‘인간쓰레기’다. 마약을 만들거나 유통할 뿐만 아니라 클럽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약을 먹이고, 성폭력과 함께 불법 영상을 촬영한 후 이 영상으로 여성들을 협박하며 노예로 부려왔다. 옥주는 일부러 그와 마주치기 위해 불법 행위가 이뤄지는 그들의 진영에 스스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옥주는 최 프로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감금돼 있던 한 여고생(신세휘 분)과 함께 탈출한다.

진짜 복수는 이제부터다. 옥주는 같이 일을 했던 문영(장윤주 분)에게 부탁해 총포사 할머니(김영옥 분), 할아버지(주현 분)에게 무기를 구매하며 차근차근 복수를 계획한다. 그러나 가만히 당할 수 없는 최 프로 또한 옥주를 찾아내기 위해 이를 간다. 그러던 중 최 프로가 옥주와 함께 도망친 여고생을 납치한다. 이에 분노한 옥주는 바로 최 프로의 뒤를 쫓고, 아름답고 무자비한 복수극의 정점을 펼친다.

사진=넷플릭스

<발레리나>는 그 어떤 미화도 허락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범죄가 발생하는 자극적인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극의 빌런들은 그 어떤 말로도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인간쓰레기’다. 그중에서도 최 프로는 찌질함까지 겸비한 최악의 빌런이다. 최 프로 조직의 대표인 조 사장(김무열 분) 또한 악의 큰 주축을 담당하는데, 총 한 방으로 최후를 맞이하는 그의 모습은 통쾌하기 그지없다. 이충현 감독은 ‘악’에 어떤 서사나 설명을 담지 않은 채 담백한 스토리로 “악은 악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늘어지는 서사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이충현 감독은 빌런들의 서사뿐만 아니라 주인공 옥주의 이야기까지 담백하게 풀어냈다. 옥주는 친구 민희의 유언에 따라 복수를 시작했고, 그저 복수만을 향해 빠르게 질주한다. 스피드한 전개는 액션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전종서는 맨몸 격투부터 칼, 총을 이용해 남자들 사이에서 쉴 틈 없는 액션을 펼쳤고, 꾸밈없이 화끈한 액션을 이어가는 전종서의 모습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다만 개연성의 부재는 혹평을 이끌기도 했다. 실제로 <발레리나>는 ‘옥주의 복수극’으로 짧게 요약되는 작품이지만, 옥주가 복수까지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충분하지 않다. 옥주와 민희의 사이가 그 정도로 친밀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또한 민희가 최 프로의 늪에 걸리게 된 이야기 또한 최 프로와 민희의 전화와 최 프로의 집에 있던 USB 등 여러 가지 단서를 조합한 암시로 예측해야 한다.

부족한 타당성은 극명한 호불호로 나타났다. 추측에만 의존해야 하는 <발레리나>의 전개에 일각에서는 “둘이 그렇게 친했는지 모르겠어서 왠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개연성이 끝장나게 없다”, “스토리에 연관성이 없다”, “옥주가 친구의 복수를 하는 건 알겠는데 둘이 그렇게 친했던 건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냈고, 완결성이 없는 스토리에 “쓸데없이 잔인하기만 하다”, “몰카, 성폭력, 마약 같은 자극적인 소재만 모아놨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하지만 전종서의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트렌드’로 중무장한 감각적인 연출과 영상미, 그레이 음악감독의 ‘힙’ 감성이 잔뜩 담긴 OST는 <발레리나>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확립했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던 영상과 연출이 일부 시청자들에겐 다소 어렵고 불편하게 비춰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색감이 인상 깊다”, “영상이 너무 예쁘다”, “전종서 특유의 아우라와 <발레리나>의 몽환적임이 너무 잘 어울린다” 등 극찬을 보냈다.

특히 네온사인을 연상케 하는 극의 배경과 외국 영화에 나올 법한 공간들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조명으로 표현한 옥주와 민희의 이야기, 아름답지만 어딘가 음산한 발레리나들의 무대, 옥주의 자비 없는 액션씬에 입혀진 강렬한 색채, 밝은 색감으로 코미디의 매력까지 더한 무기 구입 장면 등은 실제가 아닌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이처럼 <발레리나>는 다소 폭력적인 장면과 개연성 없는 전개로 ‘극 불호’를 이끌기도 했지만, 전종서의 폭발적인 액션과 더불어 영상미, 연출, OST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만큼 흥행 질주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늘(12일) 넷플릭스 영화 2위(플릭스패트롤)를 달성, 한국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이 작품이 어떤 성적으로 레이스를 마무리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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