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뻔한 이야기도 쫄깃할 수 있다, 디즈니+ ‘최악의 악’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최악의 악’ 누아르 장점 농축한 촘촘한 스토리 ‘무빙’으로 난 디즈니+, ‘최악의 악’으로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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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순도 100%, 진한 누아르의 탄생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 분)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의 조감독을 거쳐 <남자가 사랑할 때>를 연출한 한동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신세계>, <헌트>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지창욱-위하준-임세미를 필두로 김형서(비비)-우강민-임성재-금광산-윤경호-정만식 등이 출연한다.

지난 9월 27일 1~3화를 공개한 이 작품은 경찰 부부 준모와 의정(임세미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경찰 집안’인 처가에서 준모는 무시 받기 일쑤다. 아내인 의정은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준모는 ‘시골 경찰’에 지나지 않기 때문. 능력이 없는 자신의 모습에 속상해하던 준모는 도형(지승현 분)에게 새로운 일을 제안받는다. 마약 무역을 하는 조직폭력배를 검거하는 일. 준모는 두 계급 특진을 조건으로 내걸고 언더커버로 기철(위하준 분)의 강남연합에 잠입할 계획을 세운다.

기철은 나이트클럽에서 DJ를 하면서 사장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를 찾아온 경출(정만식 분)은 사장 자리를 제안하고, 기철은 이를 수락한다. 1년 뒤 자리를 잡은 기철은 경출에게 마약 유통 이야기를 꺼내며 큰돈을 벌자고 하지만, 경출은 이를 거절한다. 기철은 경출의 말을 듣지 않고 조직을 세운 후 그를 급습한다. 이때 경출은 기철의 친한 친구 태호(정재광 분)를 죽이고, 이에 분노한 기철은 경출을 죽인다.

준모는 태호의 사촌 승호로 위장해 강남연합 잠입에 성공한다. 조직의 막내로 생활을 시작한 준모는 기철과 그의 식구들에게 의심을 사기도 하지만, 경찰들과 함께 꾸며낸 급습에서 기철을 보호하는 데 성공하며 기철의 최측근까지 올라간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는 의정이 있다. 남편이 위험한 작전에 투입된 것을 알고 함께 뛰어든 의정은 기철과의 과거 인연을 이용해 준모를 돕는다. 의정은 기철의 첫사랑이었고, 기철은 아직 의정을 잊지 못한듯하다.

의정에게 계속 다가가는 기철이 준모는 불편하다. 아내가 위험한 일에 끼어든 것도 싫고, 의정을 좋아하는 기철의 마음을 알아버리며 ‘거친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속고 속이는 게임 속 의정은 기철에게 거짓으로 이혼했음을 고백하고, 기철은 준모에게 “의정 누나랑 잘되게 도와주면 꼭 성공하게 해줄게”라며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추석 연휴를 정조준하며 공개된 이 작품은 강렬한 액션으로 서막을 열었다. 언제든 정지할 수 있고, 멈출 수 있는 OTT의 특성상 첫 화의 첫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최악의 악>은 영리한 선택을 했다. 작품은 첫 장면부터 살기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최악의 악>의 액션은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이 있다. “대규모로 치고받는 액션씬이 많다. 액션 구상만 4~5개월 걸렸다. 액션의 모든 키워드는 ‘분노’다”는 권지훈 무술 감독의 말처럼 작품은 ‘멋만 잔뜩 든’ 보여주기식 액션이 아닌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액션으로 몰입감을 더했다. ‘검은 세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만큼 이런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휘몰아치는 액션은 보는 재미를 극대화하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야기의 중심을 이끄는 준모, 기철, 의정 세 캐릭터의 묘한 관계도 눈길을 끈다. 각자의 복잡한 사정으로 ‘꼬일 대로 꼬인’ 관계가 돼 버린 세 사람의 관계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혼란 속으로 빠져들 전망. 특히 처절한 액션 장면이 담긴 첫 화의 첫 장면에서 기철과 함께 의정이 등장, 이를 지켜보는 준모의 모습이 그려졌을 뿐만 아니라 남편 준모와 고등학생 시절 애틋한 감정을 품었던 기철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모습이 그려질 예정인 만큼 앞으로 그려질 세 사람의 관계에 긴장감이 높아진다.

사실 <최악의 악>은 <신세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 등 언더커버물의 스토리를 모두 가지고 있는 뻔한 누아르물이다. 섬세한 디테일과 전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언더커버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는 만큼 결말까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스토리다. 하지만 <최악의 악>은 젊은 캐릭터들을 내세움과 동시에 미묘한 삼각관계를 넣어 작품만의 독보적인 포지션을 구축했다.

지창욱과 위하준을 필두로 한 이야기는 누아르 특유의 허세를 덜어냈고, 영화와 달리 12부작의 드라마임에도 불필요한 장면을 삭제해 스피드한 전개로 늘어짐을 막았다. 최근 많은 작품에서 많은 회차를 인물들의 서사를 설명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과 달리 빠르게 흘러가는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눈과 손을 묶었고,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만 ‘익숙한 맛’과 빠르기만 한 전개는 보는 이들의 피로감을 높이기도 한다. <최악의 악>은 범죄물의 단골 소재와 익숙한 이야기라는 클리셰를 깨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배치했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와 대사는 작품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또한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고자 했지만, 앞으로 남은 회차가 많은 만큼 색다른 이야기 없이 비슷한 포맷의 이야기만 반복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5화까지 공개된 작품을 향한 반응은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 시청자들은 “언더커버의 장점을 모두 모았다”, “서로를 속이고 속는 장면과 몸을 쓰는 장면이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밀도 높은 연출과 탄탄한 이야기”, “지창욱과 위하준의 눈빛이 살아있다”, “디즈니+ 또 수작 내놨네” 등 촘촘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공개와 동시에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의 역대 기록을 갈아치운 <무빙>에 비하면 미미한 성적이지만, 강렬한 이야기로 서막을 연 <최악의 악>은 공개 일주일 만에 국내는 물론 홍콩, 일본, 대만 등에서 TOP5에 오르며 K-콘텐츠의 인기를 입증했다. 또한 공개 4일 만에 OTT-TV 통합 드라마 화제성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앞으로의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총 12부작의 이야기 중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최악의 악>이 끝까지 촘촘하고 탄탄한 이야기로 ‘익숙한 맛’의 단점을 이겨내고 독보적인 포지션을 지켜낼 수 있을지 남은 이야기에 궁금증이 높아진다.

한편, <최악의 악>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디즈니+에서 2~3화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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