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판로 의존성 높은 K-OTT, ‘지속가능한’ 성장의 시발점은?

K-OTT ‘지속가능성’ 문제 대두, “판로 개척 필요한 시점” 불어나는 토종 OTT 영업적자, 드리우는 ‘전략 실패’의 그림자 국내 영향력 커지는 넷플릭스, 토종 OTT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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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등 대한민국 콘텐츠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외국계 OTT에만 판로를 의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티빙, 웨이브, 왓챠 같은 토종 OTT가 자리 잡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선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토종 OTT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건 정책적 지원 부족이 아닌 자사 역량 부족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속가능성 약한 국내 OTT, 정책적 지원 필요해”

18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주최한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포럼 7’에선 ‘국내 OTT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을 주제로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다. 우선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아시아 시장에서 스트리밍 가입자의 절반이 K-Wave 쇼를 시청했다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토종 OTT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글로벌 OTT에 콘텐츠 판로를 의존하거나 매각하는 것만으론 우리의 K-콘텐츠에 미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OTT는 협소한 자국시장, 글로벌 사업자 선점 등으로 지속가능성이 약하다”며 “국내 OTT 사업자의 고민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넷플릭스와 점유율은 차이가 나지만 해외에서도 드물게 자국 OTT가 2,3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성장잠재력이 있다”며 “국내시장 육성 및 글로벌 진출 지원, 규제 중심에서 진흥 중심으로의 전환, ‘콘텐츠+플랫폼’ 중심의 경쟁력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누누티비 등 해적 서비스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누누티비의 월간 이용자 수는 약 1,000만 명으로, 넷플릭스의 1,151만 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이는 티빙(475만 명), 쿠팡플레이(401만 명), 웨이브(376만 명)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거기다 누누티비는 누적 조회수 18억 회 이상, 피해액 약 4조9,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저작권 침해 현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임상혁 변호사는 “해외 서버를 이용할 경우 실체법상 구제수단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법유통행위 자체를 실효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만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고게재 및 이로 인한 광고 수익 제공이 불법스트리밍 업체가 유지되는 원인이므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확장성에 초점 맞춘 OTT, 사실상 ‘전략 실패’?

토종 OTT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수익성보단 확장성에만 초점을 둔 OTT의 전략 실패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OTT는 콘텐츠 산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업계 또한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크게 요동쳐 왔다. 그러나 OTT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론은 불거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룡 OTT 넷플릭스마저 구독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며 관련 주식이 폭락했고, 타 OTT 브랜드 역시 구독자 수 감소로 손해를 보기 시작하며 광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OTT 업계는 부랴부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콘텐츠 제작 비용을 줄이며 ‘양보단 질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국내 OTT 사업자(티빙, 웨이브, 왓챠)의 영업 적자는 지난 2020년 385억원에서 2022년 2,964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사실상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업계 스스로가 내쳤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사이에선 정책적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정부 또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정작 업계에선 볼멘소리만 쏟아진다. 국내 OTT 산업의 성장을 위해선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사이의 균형 잡힌 입법과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원 사이드 규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웨이브 측은 “국내 OTT는 해외 국가로 진출했을 때 저작권, 개인정보보호 등 시장 정보들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사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만한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OTT 활성화지원팀은 “국내 OTT 사업자가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3대 정책 과제를 추진 중에 있다”며 “당장 오는 10월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연계를 통해 국제 OTT 축제를 개최해 국내 OTT 산업의 인지도 향상, 투지 유치 등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대형 콘텐츠를 육성하는 ‘미래콘텐츠전략’과 해외 규격에 맞는 콘텐츠 현지화 지원 등 제작 지원도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는 “K-콘텐츠 불법유통근절대책의 필요성에 동감한다”며 “디지털 기반의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한 범정부적 및 국제적 협력 대응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모습/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역량 부족’ 목소리도, “정말 정부 노력의 문제일까?”

다만 일각에선 국내 OTT 사업자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론적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결국 글로벌 판매 채널을 얼마나 확보했느냐, 콘텐츠 1개당 얼마의 수익을 낼 수 있느냐 등에서 글로벌 OTT와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그 역량을 토종 OTT가 제대로 갖추고 있느냐에 물음표가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이어진다 한들 토종 OTT 사업자의 역량 제고가 선행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라며 “성공할 만한 역량이 보이지 않는데 무작정 정책만 내놓으라 하는 건 새집 주고 헌 집 받으란 얘기 아니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토종 OTT가 취할 수 있는 타협점은 글로벌 판매 채널을 가진 기업과의 협력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이들도 있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분쟁을 마무리하고 결합 상품을 출시하고 나선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당초 그간 SK브로드밴드는 소송전 여파로 인해 넷플릭스와 협업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경쟁사인 KT나 LG유플러스가 앞다퉈 넷플릭스 결합 요금제를 내놓으며 이용자 유치에 나선 데 답답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국 콘텐츠에 3조원 이상 투자하겠다”며 한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넷플릭스 측의 계산도 분명 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사실상 한국 시장이 두 손 든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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