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한국에 다 뺏겨”, ‘오징어 게임’에 이어 ‘무빙’까지, K-콘텐츠의 일본 침투

일본보다는 한국 투자하는 글로벌 OTT 내수에 만족한 일본, 시장 개척해야 했던 한국 한일 합작법인 설립 나선 TBS, 역대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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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시리즈 ‘무빙’ 포스터/사진=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한국 드라마를 접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대히트에 이어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무빙>까지 매회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면서, 콘텐츠 강국으로 꼽혔던 일본에선 “이러다 콘텐츠 시장을 한국에 다 뺏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OTT 기업들, 너도나도 한국 투자

<무빙>이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사실상 아시아 OTT를 점령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열광은 물론, 쏟아지는 광고와 프로모션까지 최근 아시아에는 그야말로 ‘무빙 신드롬’이 일고 있다.

많은 일본 매체들은 디즈니+가 한국에 역대 최대 제작비(500억원)를 투자했다는 점, 그것도 웹툰 기반의 드라마에 투자했다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 드라마의 높은 완성도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일본이 최강자로 자리 잡은 애니메이션을 제외하면 영상 콘텐츠, 특히 드라마를 일본이 단시간에 한국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디즈니+ 등 글로벌 OTT 기업들도 일본이 아닌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의 확장성 및 가성비를 그 이유로 꼽는다. 디즈니+ 관계자는 “한국 작품은 지역, 글로벌 관점에서 모두 훌륭한 콘텐츠”라며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라면 아시아와 글로벌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갈수록 진화하는 K-드라마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세련되지 않지만 일본에 없는 순수함과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평이 많았다. 또한 소비층이 주로 중년 여성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한 한국 드라마는 현재 영상 퀄리티는 물론 소재와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제자리걸음 중인 일본 드라마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만화·영화·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1,913억 달러(약 253조5천억원)로 세계 3위권이다. 하지만 드라마 시장이 내수 중심으로 편중돼 있어 글로벌 OTT 드라마 제작이 드물었다. 반면 한국의 작은 내수시장은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더 큰 시장의 문턱을 넘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한국 드라마는 일본 렌탈숍의 간판 상품과 BS테레비의 단골 프로로, 또 전통을 자랑하는 NHK 아침 드라마만큼이나 친근한 콘텐츠로 정착했다. 한류의 시작을 알린 <겨울연가> 이후 다시 신드롬적 인기를 끈 <사랑의 불시착>을 기점으로 중년 여성층을 넘어 젊은 세대는 물론 중년 남성들까지 즐겨 보는 콘텐츠가 됐다.

K-콘텐츠 기업의 일본 진출

이에 일본 현지에 드라마 배급사를 세우거나 현지 지상파 방송과 합작해 영상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대형 미디어그룹인 TBS 등과 손잡고 현지 드라마 시장 진출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16일 네이버웹툰은 일본 지상파 방송 TBS, 일본 웹툰 제작사 샤인파트너스와 함께 조인트 벤처 ‘스튜디오 툰’을 이달 국내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TBS가 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튜디오 툰은 향후 오리지널 웹툰 제작 및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화 사업을 주력으로 할 방침이다.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웹툰을 네이버웹툰 글로벌 서비스에서 연재하고 TBS가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일본 시장에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웹툰은 콘텐츠 사업을 주도하는 원천 지적재산(IP)”이라며 “일본 TBS와 협업해 재미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앞서 12일에도 일본 계열사인 라인디지털프런티어가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일본 합작법인 ‘스튜디오드래곤 재팬’을 세운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재팬은 라인디지털프런티어가 보유한 웹툰 등 여러 콘텐츠 IP을 바탕으로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기획·제작해 일본 현지에 공급할 예정이다. 김신배 라인디지털프런티어 공동대표는 “웹툰을 연결고리로 한 한국과 일본 간 공동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웹툰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며 “한·일 교류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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