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IP] 디즈니의 추락 ③ 정치적 논란에 얼룩진 디즈니

‘꿈의 동산’ 디즈니, 정치 논란 휩싸여 ‘동성애’ 논란에 플로리다와 불화 과도한 PC주의에 흥행·매출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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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요?”라는 어린이의 질문에 “꿈의 조각을 줍고 있지요”라고 답변한 디즈니랜드 청소부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월트디즈니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에 흑인 여배우를 캐스팅해 전 세계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인어공주는 당연히 백인’이라는 편견을 깼다며 응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원작의 설정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나의 애리얼이 아니다(#notmyariel)’라는 해시태그가 인터넷에 유행하기도 했다.

디즈니와 플로리다의 분열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불화는 디즈니의 어려움을 더욱 악화시켰다. 역사적으로 디즈니와 플로리다는 디즈니랜드의 성공으로 상호 이익을 얻으며 경제적 공동체로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초 플로리다 주의회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 성적 정체성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동성애 교육 금지법’ 법안을 발의하면서 동맹 관계에 금이 갔다. 디즈니의 전 CEO 밥 채이펙이 해당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이후 디즈니가 주정부를 상대로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철회하는 등 사태가 극적으로 확대됐다.

이에 주지사 측은 디즈니에 세금 혜택과 개발권 등을 부여했던 ‘디즈니 특별자치구 권한’ 박탈을 추진하고, 디즈니랜드 주변에 교도소를 세우겠다며 위협했다. 주지사는 ‘깨어난(WOKE) 디즈니’가 플로리다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디즈니가 이에 반발해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하자 주지사 측도 디즈니를 맞고소하며 대응했다.

이같은 디즈니와 플로리다주의 법적 갈등은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주지사가 최근 CNBC에 출연해 밥 아이거 디즈니 CEO에게 소송을 포기할 것을 촉구한 것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치열한 싸움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주지사는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만큼 갈등이 길어질수록, 혹여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디즈니에겐 큰 부담이다.

잃어버린 리더십

무수한 논란 속에서 밥 채이팩은 디즈니를 이끌기에는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았다. 자신했던 테마파크 사업도 잘 풀리지 않았고, 플로리다와의 관계도 망쳤다. 결국 검증된 명장인 아이거가 작년 11월 복귀하면서 디즈니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아이거의 정책은 회사 내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통제권을 회복시키는 일련의 조치를 골자로 한다. 이는 디즈니가 직면한 난관을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은 이러한 디즈니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디즈니는 창의적 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혼란에 특히 취약하다. 이번 파업은 디즈니가 보유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면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디즈니의 재무 건전성에도 타격을 입혔다. 현재 디즈니의 주가는 크게 하락해 9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아이거는 취임 이래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인력 감축에 이어 각종 TV채널을 매각해 디즈니의 몸집을 줄이는 작업에도 나섰다. 디즈니 사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전례 없던 구조조정은 결국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거는 과거 애플의 이사회에 합류한 이력이 있으며, 과거 디즈니가 애플에서 픽사를 인수하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아이거가 애플에 디즈니를 매각하려는 최적의 인사라는 데 반대할 사람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또 다른 100년 이어질까

100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한 디즈니의 앞날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전 세계적으로 최소 손익분기점인 5억6,000만 달러(약 7,568억원)를 간신히 넘기고 스크린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약 64만 명이라는 매우 저조한 관객수를 기록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국내외 기록을 ‘흥행 참패’로 평가한다. 대중은 “디즈니가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또 다시 ‘라틴계 백설공주’ 실사화 소식이 들려오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지난 <인어공주> 실사화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에 매각될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가설이긴 하지만 지난해 애플 기자 회견에 아이거가 등장하면서 해당 가설에 무게가 실렸다. 매각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될 정도로 디즈니가 직면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디즈니는 정치적 분쟁, 법적 소송, 사회적 반발, 내부 및 창의적 도전 등 여러 가지 위기에 처해 있다. 시련에 봉착한 디즈니의 진화 또는 해체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앞으로의 몇 년이 디즈니의 위대한 역사 가운데 중요한 한 장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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