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세에 ‘VOD 시장 침식’ 현실화, “제 앞가림도 힘든 상황”

현실된 VOD 쇠락, 넷플릭스 영향력에 ‘속수무책’ 탈출구 모색 나섰지만, “결국 목줄 쥔 건 OTT ” VOD 구매 감소폭 확대, “시장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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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제휴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OTT의 국내 VOD 시장 잠식 등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국내 VOD 시장은 광고 시장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상파 방송사가 수익을 올리는 주된 사업모델 중 하나로, 콘텐츠 경쟁력 약화 및 해외 플랫폼 확대로 인해 이마저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이 추세라면 향후 약 5년 내 국내 콘텐츠 시장의 해외 플랫폼 종속 등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VOD 매출 감소세, “넷플릭스 효과에 파묻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등 해외 OTT 사업자로 인해 각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의 국내 주문형비디오(VOD) 시장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영향권 아래 이 같은 감소세는 더욱 가속됐다. 실제 국내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줄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는 2,1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IPTV 역시 전년 대비 3,215억원 감소한 1조5,580억원, 케이블TV(SO)도 전년 대비 705억원 감소한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방통위에 따르면 TV 플랫폼의 유료 VOD 매출은 지난 2016년 7,094억원, 2017년 7,552억원, 2018년 8,205억원으로 지속 성장했으나 2019년 7,914억원으로 약 3.5% 줄며 반락했다. 특히 성장을 이어오던 IPTV의 하락은 더욱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방송사 관계자는 “VOD 매출은 지난 수년간 급성장, 광고수익 감소를 상쇄하는 방송사들의 주요 수익원이 됐지만, 넷플릭스가 급성장을 이루며 2019년부터 VOD 수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8년 LG유플러스와 독점 계약을 맺는 등 IPTV 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LG유플러스의 연간 가입자 증가율은 12%로 경쟁사 중 가장 높았고 VOD 매출 감소폭은 가장 낮았다. 업계 사이에서 ‘넷플릭스 효과’란 언급이 나오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영향력 확대는 국내 드라마 등 콘텐츠에도 기회이자 위기가 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CJ ENM과 JTBC는 넷플릭스와 장기 콘텐츠 계약을 맺고 제작비 등을 지원받았는데,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인기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제공되면서 VOD 가입자 이탈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지상파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VOD에서 넷플릭스로의 이동 현상이 고착화되며 위기론은 더욱 커졌다.

통계분석전문기업 닐슨코리안클릭 기준 지난 2020년 넷플릭스 이용자는 월 637만 명이었다. 이를 토대로 업계는 넷플릭스의 연간 매출 규모를 약 5,000억원대로 추산했는데, 이는 국내 VOD 시장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웨이브와 티빙 등 국내 OTT 사업자가 벌어들이는 매출 대비 2~3배 높은 규모다. 웨이브 매출은 약 972억원으로 알려졌고, 티빙은 별도 매출을 발표하고 있지는 않으나 웨이브의 60% 수준으로 예상돼 K-OTT 시장 규모는 대략 1,500억원에서 2,000억원대 사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연합전선을 더욱 확대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넷플릭스발 국내 VOD 시장의 잠식 현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VOD 이용자 ‘뚝’, 나름대로 자구책 마련하고 있지만

OTT의 등장으로 최신 영화나 드라마를 한 편씩 결제하고 유료 VOD로 시청하던 소비자는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3사는 최근 IPTV 유료 VOD 운영 방식이나 서비스 변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IPTV 유료 VOD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데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에선 IPTV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번들 요금제밖에 남지 않았다는 언급이 나온다. 실제로 통신3사는 방송사를 묶은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1일 7개 방송사 콘텐츠 VOD 11만여 편을 볼 수 있는 ‘프리미엄 환승구독’ 요금제를 출시했다. 업계 최초로 주요 방송사(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 방송콘텐츠 VOD를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이전까지는 방송사마다 월 8,800원짜리 VOD 월정액 상품을 각각 가입해야만 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 KT 등은 셋톱박스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통해 VOD 매출의 빈자리를 보완했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같은 시간에 동일 채널을 틀어도 가구마다 다른 광고를 노출하는 서비스다. 예컨대 평소 아동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하는 가구에 학습지 광고 등을 내보내는 식이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자사 IPTV를 대거 개편하기도 했다. OTT 시청 편의성을 높이고 월정액 부담을 줄인 게 특징으로, OTT 가입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자사 IPTV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가 내놓은 U+tv next는 VOD와 OTT를 편리하게 재생하는 ‘런처’, 콘텐츠 탐색이 빨라진 ‘홈 화면’, 온라인 인기 키워드와 관련 콘텐츠를 확인하는 ‘오늘의 트렌드’, 인기 콘텐츠의 VOD 상품과 OTT의 가격을 비교하는 ‘OTT 비교’, U+tv로 구독 중인 월정액 상품과 OTT를 모아 놓은 ‘나의 구독’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런처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OTT 콘텐츠 탐색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결국 IPTV의 존속이 OTT에 달려 있다 봐도 무방한 수준이 됐음을 방증한다.

직원이 새로 개편된 U+tv next의 홈 화면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네이버마저 VOD 탈피, VOD는 ‘저무는 해’

IPTV, VOD의 쇠락은 이미 이전부터 예견돼 온 사태였다. 애초 VOD 시장은 ‘저무는 해’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마저 VOD 탈피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시리즈온은 최근 주문형 비디오(TVOD)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비디오(SVOD)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6월 네이버 시리즈온은 PC 다운로드 소장 상품 판매를 종료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다운로드받은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시리즈온 플레이어와 다운로드 매니저 프로그램도 지원을 종료했다. 스트리밍 위주로 변화한 VOD 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OTT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작품을 구매해 파일을 소장하는 경우는 상당히 줄어드는 추세다. 방통위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간 VOD를 별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는 18.1%에 불과한 데 비해 OTT 사용자는 72%에 달했다. 다수 국민이 콘텐츠를 별도로 구매 또는 다운로드하기보다 OTT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종료하는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기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며 “이동하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모바일과 태블릿은 데이터 환경이 유동적이라 아직 다운로드 시청이 많아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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