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을 아군으로, ‘OTT 열풍’ 위기 속 IPTV의 생존방식

콘텐츠 시장 삼킨 OTT 서비스, ‘코드커팅’ 바람 속 국내 IPTV 서비스는 건재 미국 유료방송 대비 낮은 이용 요금, 통신사-IPTV 결합 상품 등이 원인 IPTV의 진짜 생존 전략은 ‘공생’이다? OTT와 손 잡고 ‘OTT 서비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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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전 세계에 불어닥친 ‘OTT 열풍’으로 TV 시청 수요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IPTV를 비롯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가입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기존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OTT 서비스에 가입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유료방송 해지)’ 현상이 미국 등 여타 국가 대비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IPTV 서비스의 생존 비결로는 OTT와의 ‘공생’이 지목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며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한 OTT와 경쟁하는 대신 협력하기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KT, LG유플러스, SKT 등 국내 주요 유료방송 사업자는 자사 IPTV 서비스에 OTT 서비스를 결합, 이용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드 커팅’ 바람 속 선방한 국내 IPTV

최근 업계에서는 콘텐츠 시장을 휩쓴 ‘OTT 열풍’으로 인해 유료방송 가입자 이탈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5만 명으로, 작년 상반기(약 3,601만 명)보다 0.67% 증가했다. 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은 2015년 하반기 이후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였지만, 증가율이 1% 밑까지 떨어진 것은 작년 하반기가 최초다.

SOD와 위성방송이 OTT에 밀리며 줄줄이 침체기에 들어섰으나, IPTV 서비스만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선전하는 양상이다. SK브로드밴드의 올해 2분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946만 명에 달했다. IPTV 664만 명, 케이블TV 282만 명의 가입자를 각각 확보한 것이다. 해외 유료방송 서비스 대비 요금이 낮고, 유·무선통신 서비스와의 결합 상품 가입자가 많아 해지 비율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OTT 범람의 영향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OTT가 VOD(주문형비디오) 시청 수요를 흡수, IPTV의 VOD 이용률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VOD 서비스는 방송 수신료, 홈쇼핑 송출 수수료 대비 IPTV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코드 커팅족 급증하는 미국

최근 세계 각국이 ‘코드 커팅’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난해 코드 커팅족이 급증하면서 유료방송 5대 회사에서 거의 400만 명의 고객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까지 미국의 코드 커팅 가구는 8,000만 가구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업 리서치 플랫폼 브로드밴드서치는 2030년까지 케이블 TV 보급률이 6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유료방송 서비스 이탈률이 더욱 높다. 25~34세 미국인 대다수는 유료방송 서비스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TV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다. 18~49세 시청자의 케이블 시청률이 11%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들 청년층은 케이블 대비 가격이 저렴한 위성방송(OTA)이나 OTT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코드 커팅 현상 심화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에 있다. 미국 케이블 TV 평균 이용료는 매월 107달러(약 14만원)에 달하며, 이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광고 노출이 많고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케이블 TV의 단점을 체감, 시청 편의성이 높은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찾는 시청자가 늘어난 점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쟁 대신 공생’ OTT와 손잡는 방통사

OTT의 그늘 속에서 생존한 방송통신 서비스는 OTT와의 공생을 택한 경우가 대다수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5G 무제한 요금제 ‘my plan’(회선당 월 80달러) 가입자만 이용 가능한 ‘플러스 플레이(Plus Play)’에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요금제 △파라마운트의 ‘Paramount+ with Showtime’ 요금제 등 OTT 번들 혜택을 추가했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 번들 혜택을 선택하는 경우 두 개의 OTT를 무려 19%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통신 사업자와 OTT 사업자 간 제휴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T는 지난해 IPTV 브랜드를 ‘지니TV’로 전면 개편한 뒤 ‘OTT관’을 별도로 마련했다. LG유플러스도 OTT 서비스 이용 및 콘텐츠 시청에 최적화된 IPTV라는 의미에서 ‘OTT TV’를 표방하고 나섰다. 양사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의 결합 상품도 제공하고 있다.

SKT는 자사 IPTV 서비스에 OTT 플랫폼을 탑재하고, 애플 4K 셋톱박스와 OTT박스 ‘플레이Z’를 통해 고객이 편리하게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IPTV가 OTT 서비스와의 제휴를 택할 경우, 물밀듯 빠져나가는 유료방송 가입자의 발길을 붙잡아 둘 수 있다. OTT 플랫폼 입장에선 방송통신사의 마케팅 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열한 콘텐츠 경쟁 속에서 일종의 ‘윈-윈’ 체계가 형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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