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마스크걸’이 벗겨낸 우리 사회의 가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외모지상주의→모성애 담아낸 묵직함 기괴한 광기를 그려낸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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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드럽고 좋더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연예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외모 콤플렉스와 함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3막으로 나눠 그린 시리즈다.

데뷔작인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센스 있는 연출력으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김용훈 감독의 첫 시리즈 도전작인 <마스크걸>은 3인 1역이라는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김모미의 1막을 표현한 신예 배우 이한별은 작품 공개 직전까지 비밀에 싸여 예비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높였고, 예고편과 함께 공개된 주오남 역의 배우 안재홍의 파격적인 모습은 기대감을 증폭시키시에 충분했다.

<마스크걸>은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연재되며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매미, 희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소식에 공개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예비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원작 웹툰은 외모지상주의부터 성범죄, 동성애, 종교적 모순,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담은 블랙 코미디로 호평받으며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에도 네이버 웹툰 조회수 순위 10위권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18일 전 회차(1~7화)를 동시 공개하며 베일을 벗은 <마스크걸>은 ‘충격’, ‘기괴’, ‘불쾌’ 그 자체의 이야기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작품은 공개 사흘 만에 280만 뷰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2위를 기록했고, 공개 2주차에는 740만 뷰, 5,080만 시청 시간으로 글로벌 1위에 자리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1위로 등극한 데 이어, 총 72개국 TOP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었다.

특히 글로벌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소 폭력적이고 잔인한, 수위 높은 장면들로 국내에선 ‘호불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국내 시청자들보다 파격적인 장르물에 익숙한 해외 시청자들은 <마스크걸>을 K-드라마의 신선하고 실험적인 도전으로 평가하며 공포와 스릴러, 사회 비평 등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작품은 로튼 토마토 관객 점수 90%, IMDb 평점 7.5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최고의 스릴러가 될 준비가 됐다”(NME),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간의 양면성을 볼 수 있는 작품”(디사이더),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 잘 만들어진 K-드라마”(그라치아) 등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사진=넷플릭스

<마스크걸>은 다양한 끼를 가지고 연예인을 꿈꿨지만 못생긴 외모로 꿈이 좌절된 채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는 김모미의 이야기로 서막을 열었다. 김모미가 인생에서 원했던 단 한 가지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 그는 자신의 열망을 채우기 위해 밤에는 마스크걸로 변신해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며 춤을 추는 인터넷 방송 BJ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주오남은 어디서나 조용하고, 소심한 고독한 외톨이다. 일본 만화에서 여자친구를 만들던 그는 마스크걸의 열혈한 광팬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직장 동료인 김모미가 마스크걸임을 알아차리고, 위기에 놓인 김모미에게 다가간 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버린다. 이 때문에 살인자가 돼버린 김모미는 주오남을 죽이고 성형 수술로 얼굴을 바꾼 채 잠적한다.

김경자(염혜란 분)는 주오남의 어머니다. 아들이 자랑스러워하다가도 자신의 기대를 저버린 주오남을 부끄러워하며 원망을 쏟아 내기도 하는 김경자는 어느 날 갑자기 시체로 발견된 아들의 복수를 위해 잠적한 마스크걸을 쫓는다. 김모미는 쇼걸 아름이로 인생의 2막을 살고 있었고, 그의 곁에는 친구 김춘애(한재이 분)가 있었다.

김모미와 같은 바에서 일하는 김춘애는 사랑받고 싶었던 김모미와 자신의 과거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김모미의 하나뿐인 동료가 된다. 김모미는 김경자의 추격으로부터, 김춘애는 남자친구의 끔찍한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함께 도주를 계획한다. 두 사람은 김춘애의 남자친구를 살해하고 도망가지만, 결국 김경자에게 따라 잡힌다. 2대1 대치 상황에서 김춘애는 김모미를 대신해 김경자에게 총을 맞아 희생당한다.

김미모(신예서 분)는 김모미의 딸이다. 김모미는 딸을 어머니 신영희(문숙 분)에게 맡기고 도피를 계획했지만, 경찰에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김미모는 신영희의 손에서 키워진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마스크걸의 딸이라는 칭호는 지워지지 않고, 아무 잘못도 없는 미모는 엄마 김모미의 죄로 고통을 받는다. 그런 미모의 곁에 단 한 명의 ‘내 편’이 있었다. 바로 학교 앞 떡볶이 차 할머니. 하지만 떡볶이 할머니는 김경자였고, 미모에게 일부러 접근한 김경자는 미모의 환심을 산 후 교도소에 있는 김모미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다.

수상한 편지로 딸이 위험해졌음을 느낀 김모미는 탈옥을 결심한다. 그의 직감대로 딸 미모 옆에는 김경자가 있었고, 탈옥에 성공한 김모미는 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 하지만 김경자는 이미 미모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태. 미모의 하나뿐인 친구 예춘(김민서 분)과 할머니 영희도 미모를 구하러 나서고, 십수 년이 넘게 이어진 김미모와 김경자의 악연이 결국 끊어지게 된다.

사진=넷플릭스

<마스크걸>을 관통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외모지상주의다. 김미모와 주오남은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다. 사람들은 얼굴을 가린 채 춤을 추는 마스크걸에게는 열광하지만 김미모의 얼굴에는 불쾌한 시선을 보내며, 그의 엄마조차 김미모에게 못생겼다고 외모를 지적한다. 하지만 직장 동료인 아름(박정화 분)은 다르다. 아름은 아름다운 외모로 상사들의 예쁨을 독차지하며 김모미의 짝사랑까지 박살 낸다. 주오남도 마찬가지. 그는 키 작고 뚱뚱한, 소극적인 모습으로 어린 시절부터 왕따를 당해왔다.

작품에서 다루는 외모지상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늘 언급되고 있으며, 이미 사회 곳곳에 깊숙이 파고든 문제다. 각종 차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지금도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직장인 10명 중 9명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연예인, 그들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인플루언서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화장은 예의”, “쌍꺼풀 수술이나 치아 교정은 필수” 등의 잣대를 대며 ‘호감형 외모’가 중요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 메시지는 ‘모성애’다. 지독한 악연으로 이어진 김경자와 김모미는 결국 각자의 아들, 딸을 위해 최악의 상황에 발을 들인다. 딸인 김모미에겐 나쁜 엄마였지만 손녀인 미모에겐 지원을 아끼지 않던 신영희도 마찬가지. 엄마라는 이름에 묶인 이 세 엄마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모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모성을 넘어선 광기의 김경자, 딸의 존재를 지운 채 살다가도 딸을 위하려는 김모미의 모습은 어긋난 모성애의 이면을 보여주며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마스크걸>은 해외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던 메시지 외에도 배우들의 호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김모미의 인생 1막을 연기한 배우 이한별은 높은 싱크로율과 신인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이야기의 서막을 강렬하게 열었고, 김모미의 인생 2막 쇼걸 아름이 역을 연기한 나나는 전라 노출도 마다하지 않는 파격으로 ‘장르 퀸’으로 거듭났다. 그동안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벗어 던지고 다크써클이 짙게 내려온 얼굴과 짧게 친 머리로 등장한 고현정은 30년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첫 장르물을 성공적으로 채워냈다.

또한 믿고 보는 배우 염혜란은 열연을 넘어 광기에 찬 연기력으로 장르물의 묘미를 극대화했고, 안재홍은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과 짧은 분량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극을 장악했다. 특히 안재홍이 표현한 주오남에 그의 은퇴설까지 제기됐을 정도. 또한 김모미를 향해 “아이시떼루”를 외치는 장면은 그의 아이디어였음이 밝혀지며 호평을 넘어선 찬사를 이끌었다. 배우 김의성은 안재홍의 SNS에 “아… 드럽고 좋더라”는 댓글을 게재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반면 원작 팬들과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혹평도 이어졌다. “굳이 이 장면이 들어가야 했을까”는 반응을 이끈 살인, 성폭행 등 높은 수위의 장면들과 드라마화되면서 각색이 너무 많이 이뤄진 점, 총 130화의 원작 분량을 7화에 담아내며 원작 2부의 내용들이 대부분 잘려진 점 등이 호불호의 원인이다. 또한 갑자기 쇼걸이 된 김모미 등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 원작과 다른 캐릭터 설정,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심도 있게 담아낸 원작과 달리 갑자기 복수극으로 넘어가 버리는 후반부는 원작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하지만 각자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또 각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선택을 해가는 인물들의 불쾌하고 기괴한 이야기는 되려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다양한 메시지는 꽤 날카롭게 다가오기도,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한다. 파격을 넘어서 자극적인, 짜릿하다 못해 아리는 ‘마라 맛’의 <마스크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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