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이것은 예능인가 드라마인가, ‘좀비버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좀비버스’ 어쩔 수 없는 설정인가 ‘작위적’ 연출인가 다소 싱겁지만 재미는 꽉 잡은 모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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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뇌 빼고’ 보면 재밌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좀비버스>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 세계로 변해버린 서울 일대에서 2박 3일간 각종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좀비 유니버스 예능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개미는 오늘도 뚠뚠>의 박진경 CP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밤을 걷는 밤>의 문상돈 PD가 연출을 맡았다.

3일간의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을 생존자들은 10명. 배우 이시영, 코미디언 노홍철, 박나래, 래퍼 딘딘, 아이돌 그룹 빌리의 츠키, 야구선수 유희관, 콩고 남매 방송인 조나단과 파트리샤, 비뇨기과 의사로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홍성우(꽈추형), UDT 출신의 유튜버이자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덱스가 그 주인공이다.

‘좀비’와 ‘유니버스’를 결합한 <좀비버스>는 연애 예능프로그램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홍대 거리의 한 카페에서 시작된다. 이 연애 프로그램의 패널은 다섯. 이시영과 노홍철, 박나래, 딘딘, 츠키다. 촬영이 한창인 가운데, 촬영 중인 한 출연자가 좀비로 변해 스튜디오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연예인 패널단으로 참가한 다섯 명도 마찬가지. 이들은 갑자기 등장한 좀비에 온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차를 타고 기름을 넣으러 주유소로 떠난 이들은 ‘양동작전’ 끝에 한 대형 마트에 도착한다. 다섯 출연진들은 마트에 장을 보러 왔다가 고립된 유희관-조나단-파트리샤-꽈추형-덱스와 합류하고, 열 명이 된 생존자 그룹은 생필품을 구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마트에서 생필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한다. 뛰어난 피지컬로 잠깐이지만 대활약한 야구선수 유희관이 좀비 떼에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한다. 속상한 마음도 잠시, 생존자 9명은 차 지붕에 올라타 좀비를 유인하고, 좀비들을 피해 시동이 걸리는 차를 찾고, 대피로를 확보하기 위해 지게차를 운전해 차를 옮기는 등 마트 탈출 계획을 시작한다.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또다시 두 명의 생존자가 좀비에게 물려 ‘반 좀비’ 상태가 된다. 온전히 사람으로 남은 생존자는 이제 7명뿐이다. 반 좀비가 된 두 명과 함께 생존자들은 한 마을로 향한다. 언뜻 보기엔 ‘좀비 청정구역’ 같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거대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이들은 마을에서 탈출하다 또 한 명의 반 좀비를 얻게 된다.

생존자들을 구한 건 자신을 ‘김 기자’라고 칭하는 의문의 인물. 김 기자와 함께 한집으로 향한 이들은 김 기자에게 좀비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고, 마지막 탈출 선에 대한 정보를 얻어 최종 장소인 월미도로 떠난다. 반 좀비 중 한 명은 운명을 달리하고, 월미도의 한 놀이공원을 피난처로 삼은 참가자들은 구조선이 올 때까지 마지막 사투를 펼친다. 구조선에 무사히 탑승한 생존자는 단 세 명. 두 명의 생존자가 더 있었지만, 이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배’에 갇혀 구조선을 타지 못한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좀비’ 세계관의 예능. 작품은 공개 이틀 만에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국가에서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유럽과 중동 등 36개국 TOP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과 <킹덤> 제작진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좀비들의 비주얼과 홍대 거리, 월미도 놀이공원 전체를 대관한 듯한 스케일에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좀비버스>는 배우 이준혁, 코미디언 김병만 등 NPC의 등장과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농담을 하며 웃음 포인트를 잃지 않는 출연진들, 좀비로 변한 조나단이 요단강을 건너는 연출, 월미도 놀이공원에서 강제로 바이킹을 타게 된 좀비들이 겁에 질려 욕설을 내뱉는 장면은 예능에서 꼭 필요한 ‘웃음 포인트’를 잡았다. 또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동료를 좀비 밭으로 밀어버리는 출연자, 좀비가 된 친오빠 조나단을 버리는 쪽에 의견을 더하는 파트리샤, 좀비가 된 후 그동안 밉상이던 동료를 살려 보내지 않고 물어버리는 모습 등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신선하게 담아 재미를 더했다.

사진=넷플릭스

특히 생존자들의 리더이자 전직 UDT로 3일 내내 출연진들의 가장 앞에서 활약한 유튜버 덱스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덱스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맨몸으로 밧줄을 올라타고, 무서워하는 동료를 위해 먼저 탑승한 배에서 다시 내리고, 부표에 고립된 후 어쩔 줄 몰라 하는 동료들을 안심시키며 영하 13도의 날씨에 바다로 뛰어든다. 몸을 사리지 않고 팀원들을 위해 애쓰는 덱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덱스 입덕 영상이다”, “좀비버스 아니고 덱스버스” 등의 반응을 보냈고, 연출을 맡은 박진경 PD 또한 덱스의 활약이 담긴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예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후기는 ‘호불호’가 갈렸다. 일부 장면에서는 좀비가 일부러 달려들지 않는 듯 보이고, 어떤 좀비들은 출연진들의 힘에 맥없이 밀린다. 출연진들은 이렇게 약한 좀비를 ‘공격’하지 않고 피하기에만 급급하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합이 맞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진과 좀비를 연기한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이지만, 시청자들은 “좀비가 출연진들을 봐주는 거 아니냐”, “조금 싱겁다” 등의 반응을 보냈다.

예능적 재미를 살리기 위한 ‘설정’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실제 상황이 아닐뿐더러 현실 속에 일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리얼리티’를 강조한 프로그램에서 스토리텔링이 더해진 전개는 드라마인지, 예능인지 헷갈리게 해 몰입감을 깨뜨린다. 또한 이시영, 덱스는 ‘피지컬 담당’, 박나래와 노홍철은 ‘예능 담당’ 등 생존자 10인으로 등장하는 이들에게 부과된 듯 보이는 캐릭터 설정은 출연진들의 과장된 리액션과 연기로 이어져 어색함을 자아냈다.

작위적 연출로 “대본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는 <좀비버스>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본 적 없던 색다른 소재와 재미를 놓지 않은 연출로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좀비버스>는 뇌 빼고 봐야 재밌다. 개연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즐기기 어렵다”는 문상돈 PD의 말처럼 개연성이나 설정은 지우고 ‘생각 없이’ 즐기다 보면 <좀비버스>의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한편, ‘K-좀비’ 세계관을 담은 <좀비버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회차(1~8화)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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