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發 아타튀르크 ‘역사 왜곡’ 논쟁, 역사 잊은 콘텐츠에 미래는 없다

디즈니+, 튀르키예 ‘국부’ 이야기 조명한 ‘아타튀르크’ 6부작 공개 취소 튀르키예선 영웅, 아르메니아선 학살자? 공개 취소 이유는 ‘역사 분쟁’ OTT 보편화로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 국내 시장도 역사 논란 신경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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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기리는 동상/사진=pexels

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가 튀르키예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공개를 취소했다. 이에 분노한 튀르키예 정부는 디즈니+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은 2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정부가 디즈니+의 아타튀르크 시리즈 공개 취소 사태와 관련해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OTT 플랫폼 활용이 보편화하며 콘텐츠 향유의 범위가 확장됐고, ‘전 세계 누구나’ 시청 가능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작품에 담긴 역사·정치적인 메시지가 논란이 되는 경우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시대극 제작이 잦은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역시 역사 왜곡 및 미화 논란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디즈니+의 ‘아타튀르크’ 공개 계획 수정

디즈니+는 오는 10월 29일 튀르키예 공화국 100주년 기념일에 맞춰 <아타튀르크> 6부작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아타튀르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 제국이 해체된 후 권력을 잡아 1923년 튀르키예(터키) 공화국을 세운 인물로, 이후 1938년 사망할 때까지 초대 대통령 자리에서 튀르키예를 이끌어왔다.

튀르키예는 아타튀르크를 ‘국부’로 여기며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전국 관공서부터 식당과 가정집, 길거리 등에 아타튀르크의 초상화가 걸려 있으며, 주요 도시 광장에서는 그를 기리는 동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아타튀르크를 모욕하는 사람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을 구형하기도 한다.

논란은 디즈니+가 OTT 플랫폼에 <아타튀르크> 시리즈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시작됐다. 디즈니+는 이날 OTT 플랫폼 내에서 공개될 예정이었던 <아타튀르크>를 튀르키예 전역 극장에서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영화 형식으로 개봉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즈 공개 방식의 변경은 어디까지나 ‘콘텐츠 배포 전략 수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디즈니+의 결정에 반발,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단체가 디즈니+에 시리즈 공개 계획을 철회하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튀르키예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의 오메르 첼릭 부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에 기반을 둔 플랫폼(디즈니+)이 아르메니아 로비에 굴복했다”고 일갈했다. 디즈니+의 콘텐츠 배포 방식 변경이 ‘튀르키예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튀르키예 거리에 아타튀르크의 사진이 걸려 있다/사진=pexels

아타튀르크, 학살자인가 영웅인가

튀르키예 측이 아르메니아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두 국가의 역사적 갈등 때문이다. 튀르키예의 ‘국부’인 아타튀르크는 아르메니아 내에서 ‘학살자’로 통하며, 대부분의 아르메니아인이 그에 대한 반감을 품고 있다. 실제 미국 아르메니아 민족위원회(ANCA)는 지난 6월 디즈니+ 측에 “(<아타튀르크> 시리즈가) 튀르키예의 독재자이자 대량학살범을 미화한다”며 드라마 <아타튀르크>의 방영 계획 취소를 직접 촉구하기도 했다.

아르메니아인은 오스만 제국이 자행한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에 아타튀르크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아타튀르크가 직접적인 학살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아타튀르크가 지도한 ‘튀르크 민족주의 운동’이 사실상 아르메니아 대학살의 주축이라는 것이다. 아타튀르크가 튀르키예 건국 이후 학살 가해자를 기용하고 관련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했다는 점 역시 아르메니아인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금까지도 아르메니아는 아타튀르크를 집단 학살 주범으로 여기고 있으며, 아타튀르크가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살해한 아르메니아인과 아시리아인, 그리스인이 약 15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아르메니아의 이 같은 견해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아타튀르크의 아르메니아인 살인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의 일방적 주장에 의해 사상자의 규모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어디까지나 ‘1차 세계대전’이라는 당시의 맥락을 고려해야 하며, 아타튀르크의 행보를 섣불리 제노사이드라고 칭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양날의 검’ 역사 소재, 콘텐츠 글로벌 파급력 유의해야

이처럼 OTT 플랫폼 이용이 보편화하고 플랫폼 내 콘텐츠를 향유하는 국가가 다양해지자, 역사 콘텐츠의 사실 왜곡·미화 관련 논쟁도 점차 잦아지는 추세다. 디즈니+ 역시 제노사이드로 비판받은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아타튀르크>가 튀르키예 외 글로벌 시장에 공개되는 것 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국, 특히 동북아 3국 간의 역사 분쟁을 겪는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특히 시대극의 역사 왜곡 문제는 시장 경각심을 깨우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례로 SBS의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 배경 작품임에도, 첫 회부터 월병 등 중국식 소품과 의상이 등장해 시청자의 비판을 샀다. 여기에 태종과 충녕대군 같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왜곡 논란마저 발생했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역사 왜곡 논란 끝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사진=SBS

시대극은 전통 사극 대비 현대인이 공감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들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수출을 염두에 두고 시대극 제작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처럼 역사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사실 왜곡이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역사 사실이나 해석을 담은 콘텐츠는 잘못된 역사의식 형성의 단초가 된다. 이는 ‘OTT 시대’ 전부터 통용되던 당연한 논리다. 문제는 최근 OTT 플랫폼의 보편화로 인해 콘텐츠 전파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점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국내 콘텐츠 시장 역시 확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콘텐츠를 제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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