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국내 OTT 업체들의 넷플릭스 따라잡기 시대는 끝났다

OTT 업체들, 영화, 드라마, 예능에서 벗어나 콘텐츠 다변화해야 생존 가능 신인배우들 및 제작사들도 해외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시대 도래 정부 지원금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새 시장 찾던 종편 관점으로 봐야

Policy Korea

지난 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를 제외한 모든 OTT 업체들이 손실을 보고 있으며, 손실액 합계는 200억 달러(약 26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5년부터 본격화됐던 OTT시장의 생존 경쟁에서 넷플릭스가 유일한 승리자임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OTT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국내 미디어 업체들의 사정도 글로벌 후발주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금력이 부족했던 왓챠는 지난해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넘어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데다, 대기업 및 국내 미디어 업체들이 합종연횡한 티빙과 웨이브도 연간 영업적자가 1,000억원대를 넘으며 생존을 위한 합병 논의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넷플릭스 따라잡기 시대 끝났다

OTT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넷플릭스를 따라잡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설명한다. 고급 자체 콘텐츠 확보를 통해 사용자를 끌어들이던 시장이 2021년까지 지속됐으나, ‘오징어게임’ 성공 이후에 넷플릭스에 안착한 가입자들이 일시적으로 티빙, 웨이브를 중복 가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소수의 대형 자체 콘텐츠로 가입자들을 장기 확보할 수 있는 경쟁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한 두 개의 대작 기반 옥외 광고에서 여러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하는 것으로 광고 방식을 변경했다. 기존 콘텐츠로도 충분히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대작 한 두 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리지널 작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리란 메세지를 전달할 만큼 미디어 역량이 성장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월 5,500원에 불과한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된 점도 선점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OTT 업체들이 추격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요금제 인하 정책까지 취해야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체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도 넷플릭스를 추격을 위해 10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는 사실은 자금력이 소진된 국내 OTT 업체들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도전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위) 2022년 9월 넷플릭스 옥외 광고, (아래) 2023년 6월 넷플릭스 옥외 광고/사진=넷플릭스, 트렌드라이트

특화 콘텐츠로 경쟁 방식 바꿔야

다만 모든 국내 OTT 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OTT 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주 전략은 K-리그, 해외축구 등을 비롯한 스포츠 중계권 기반 프로그램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처음 부상했을 때 국내 방송사들이 ESPN, Sky 등의 해외 채널들과 연계해 스포츠 채널들을 따로 개설했던 것과 편향된 정치권 뉴스, 경제 보도 등의 특수 목적을 갖춘 방송 채널들을 확보했던 것에 주목했다.

또한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OTT가 영화, 드라마, 예능 소비 채널을 잡기는 했으나, 그 외의 콘텐츠들은 모두 유튜브로 넘어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중 스포츠 콘텐츠를 쿠팡플레이가 잡으면서 안정적인 콘텐츠와 구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쿠팡의 주 사업인 이커머스와 연계해 생존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기존 TV 프로그램만 갖춘 국내 OTT 업체들은 자금력, 글로벌 시장 확장성 등의 OTT 경쟁력의 핵심에서 모두 넷플릭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과거 종편의 정당 편향 정치 보도, 경제 보도 등이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에 도움이 됐던 것을 지적하며 OTT 업체들도 콘텐츠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제작사들도 틀에서 벗어나야

최근 애플TV에서 방영된 <운명을 읽는 기계 The Big Door Prizes>는 국내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하고 자본을 투입한, ‘한국형 미드(미국 드라마)’다. 미드 제작비는 편당 100억원대 이상 수준으로, 국내 제작비가 5억원~10억원 안팎인 것에 대비 10배에서 많게는 20배에 달한다. 그런 만큼 투입 자본금이 큰 만큼 OTT 업체들이 제작사에 지불하는 보전 비용도 자연히 커질 수 밖에 없다.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한국 드라마도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적 화제작이 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도래했지만, 수익 측면에선 성공한 미드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운명을 읽는 기계>는 지난 4월에 미주 시장에서 애플TV 3위를 기록했으며, 시즌2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제작사들의 뛰어난 인재들이 그간 고액 연봉을 약속한 해외 업체들로 이탈했던 것을 비춰볼 때, 제작사들이 직접 해외로 진출해 스튜디오를 개설하더라도 경쟁력 면에서 뒤처지진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수익이 나더라도 상여금이 적을 수밖에 없으나, 해외 시장에서는 소위 ‘대박’이 날 경우 인력들에게 더 높은 급여를 약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OTT 업체만 살아남을 것

OTT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이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는 데다 제작사들과 배우들마저 직접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상황이 온 만큼,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업체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다.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채널 집중과 스튜디오드래곤의 해외 진출, 국내 신인 배우들의 해외 진출 등이 이른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신제품을 빨리 구매해서 사용하는 소비자)’의 관점으로 OTT 시장을 바라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티빙, 웨이브 등의 국내 대기업 및 미디어 연합군 업체들의 경우 과거 TV 시절 관점으로만 미디어 시장을 바라본 것이 사업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4년간 3조3천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넷플릭스의 지난달 발표에 정부 지원금부터 찾는 ‘스크린 쿼터 마인드’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한 관계자의 일침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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