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창조주를 꿈꿨던 어느 과학자의 몰락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 오브 클론 : 황우석 박사의 몰락’ 희대의 과학 사기꾼 황우석 박사의 몰락과 현재 ‘집착’이 만들어 낸 교만한 피노키오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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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 황우석 박사의 몰락>은 획기적인 인간 복제 연구부터 불미스러운 사태에 따른 몰락까지 한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과학자였던 황우석 박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아디티아 타이는 황우석 박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그가 일으킨 불미스러운 사태와 몰락을 다양한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황우석 박사는 우리나라 과학계에 여러모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인물이다. 1996년 영국에서 최초로 체세포 복제 양 ‘돌리’가 탄생했고, 우리나라도 같은 기술을 이용해 1999년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다. 이때 영롱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사람이 바로 황우석 박사다. 프로젝트의 성공에 힘입어 황 박사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가 됐고, 당시 참여 정부의 과학 기술 지원 의지와 맞물려 전폭적인 지원이 쏟아지면서 전국에 ‘황우석 붐’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이어 황우석 박사는 동물 복제 성공에서 멈추지 않고 2004년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내놓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에든버러 대학교 세라 찬 박사는 “하나의 세포로 어떤 체세포든 만들 수 있다면 각종 장기를 새로 만들 수 있고, 손상된 신경 세포도 재생할 수 있을지 모르니 치료 측면에서도 막대한 관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각종 난치병과 불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전 세계 환자들을 고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연구에 열광했고 새로운 영웅의 탄생에 환호했다. 정부와 학계 그리고 대중은 모두 황우석 열풍에 휩싸였다. 하지만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해당 연구에 사용된 난자가 불법 매매와 여성 연구원들에게 강제로 얻어낸 난자임이 밝혀지며 윤리적 결함이 드러났기 때문. 이뿐만 아니라 당시 연구팀장으로 있었던 류영준 교수가 MBC <PD수첩>을 통해 황 박사의 논문에 조작됐음을 고발했고, 이후 진행된 검증 조사에서 연구 결과가 허위 사실임이 밝혀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국익을 위해서 윤리적 결함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여성들이 몰리는 등 기이할 정도로 황우석을 옹호하던 세력들은 사기 정황이 드러나자 순식간에 붕괴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황우석 박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최고 과학자 지위에서 박탈됐고, 소속 학회에서 영구 제명됐으며 2004년 받았던 대통령상 수상도 취소됐다. 물론 사회적으로도 퇴출 당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진=넷플릭스

작품은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자취를 감췄던 황우석 박사의 근황을 공개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이오테크 연구센터에서 셰이크 만수르를 상관으로 두고 여전히 동물 복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더불어 황 박사를 통해 자기 애완견 ‘칠로’ 복제에 성공한 알렉산더 루벤 박사의 이야기도 함께 그려졌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그가 과학자로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충격을 안겼다.

과학은 종종 윤리보다 훨씬 앞서가곤 한다. 윤리 학자 폴 루트 월페이 박사가 과학자들이 윤리를 고려하는 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우리는 최고의 과학을 행하겠다는 구실로 부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과학적 사기는 범죄로 인정되지 않아 마땅한 처벌조차 없는 상황. 그 구조적인 틈을 타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며 당당하게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황 박사의 모습은 허탈함과 분노를 동시에 자아냈다.

황 박사는 “이것은 과학이다. 누가 보면 무모할지 모르지만, 과학은 무모하다고 해서 그 길을 무시하면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얻는 과학적 데이터가 얻어진다”며 “핑계 댈 순 없지만 과욕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인생의 길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미치게 한 걸까. 황우석 박사와 그가 연구하고 있는 생명 복제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집착’이다. 그는 과학자로서 최고의 업적과 성과를 내는 것 그리고 끝까지 자기가 틀리지 않았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생명 복제 또한 마찬가지다. 애초에 완벽한 생명 복제란 있을 수 없고 복제로 되살린 생명체는 본래의 그 생명체일 수 없다. DNA를 복제해 생명을 탄생시키고 이전의 생명과 동일하다고 믿는 인간의 어리석은 집착만이 있을 뿐이다.

생명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진화와 변화를 거듭한다. 그래서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고,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유일무이하다. 알렉산더 루벤 박사는 인터뷰에서 복제 애완견 칠로에 대해 “복제한 게 아니라 다시 환생해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녀석의 역할은 네가 대신 하렴”이라고 복제견에게 말하는 아이러니를 보였다. 결국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난 복제 생명체는 가짜 대체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방송 말미 황우석 박사는 신의 창조 질서에 대한 거역이라며 생명 복제 기술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이 부분을 신의 영역이라고 누가 규정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고작 자신의 명예와 권력, 업적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연구 내용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거짓을 일삼은 피노키오 과학자가 ‘감히’ 물을 수 있는 질문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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