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고개 돌린 HBO, 웨이브-워너 연결고리 끊어지나

넷플릭스 바라보는 워너, 웨이브와는 ‘이제 안녕’? 자금력 떨어지는 웨이브,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힘들 듯” 넷플릭스 제외 OTT 모두 ‘적자’ 상황, 자금력 앞세워 유리한 고지 점한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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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서비스 웨이브가 <왕좌의게임>, <체르노빌>, <유포리아> 등 HBO 인기 콘텐츠 서비스를 종료한다. 그간 웨이브는 워너브라더스(이하 워너)와 대규모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HBO 인기 시리즈를 국내 독점으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최근 웨이브 내 HBO 서비스가 차례대로 종료되면서 재계약 연장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웨이브, HBO 콘텐츠 서비스 대부분 ‘종료’

27일 콘텐츠웨이브에 따르면 오는 30일 <왕좌의게임>, <체르노빌>, <유포리아>, <언두잉>, <석세션>, <웨스트월드> 등 다수의 HBO 오리지널 콘텐츠 서비스를 종료한다. 웨이브는 현재 HBO 측과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즉 재계약 체결 여부에 따라 서비스 종료 작품이 다시 업데이트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웨이브는 지난 2년간 HBO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웨이브 측이 구체적인 유료 가입자 데이터를 공개한 바는 없으나, 대다수 HBO 시리즈가 해외 시리즈 전체 시청 시간 상위권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 이탈률 방지에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웨이브가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출혈이 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웨이브와 워너의 재계약 향방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웨이브-워너 재계약 실패 전망↑

업계 사이에선 웨이브가 재계약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HBO가 해외 공룡 OTT ‘넷플릭스’에 콘텐츠 유통을 전면 맡길 것이란 의견이다. 이미 HBO맥스의 작품 일부는 넷플릭스로 이전된 상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워너는 HBO 라이브러리 타이틀 중 <인시큐어> 등을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HBO의 결정은 넷플릭스의 압도적인 가입자 수에 기반한다. 제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한들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현재 HBO맥스의 가입자 수는 1억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약 2억3,500만 명에 달한다. 2배를 아득히 넘는 수치다. 가입자는 자연스럽게 늘지 않는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 현지화, 인력 충당 등을 이뤄내야 한다. 사실상 ‘공룡’ 넷플릭스를 이길 방도가 없음을 HBO가 인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경영 실적을 보면 넷플릭스를 제외한 나머지 OTT 서비스들은 안정적인 비즈니스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트쉐드(LIGHTSHED)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1년간 흑자를 기록한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65.5억 달러)가 유일했다. 그 외엔 전부 적자였다. 적자 규모는 각각 디즈니(디즈니+, 훌루, ESPN+) 40.9억 달러, 피콕 25.2억 달러, HBO맥스 20.6억 달러, 파라마운트+ 18.2억 달러였다. 국내 OTT도 다를 바 없다. 지난해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1,217억원과 1,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워너, HBO 한국 진출 전략 대거 수정

이번 재계약에 있어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HBO의 한국 진출 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다. 워너는 HBO맥스와 디스커버리플러스를 통합한 신규 OTT ‘맥스’ 론칭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워너는 많은 투자 비용을 고려해 한국 시장 간접 진출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웨이브와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인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당초 HBO맥스는 올해 하반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콘텐츠 경쟁력 차별화를 위해 지난해 넷플릭스, 왓챠 등 국내 서비스 중인 주요 OTT에 콘텐츠 공급도 중단했다. 이에 웨이브와의 대규모 콘텐츠 공급 계약이 만료된 뒤 한국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는 업계 내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HBO맥스는 2024년 이후 한국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워너가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며 HBO맥스의 한국 진출 전략에 변동이 생긴 영향이다. 2021년 먼저 한국 시장에 진출한 ‘디즈니+’, ‘애플TV+’의 초기 성적이 부진한 점 또한 HBO맥스의 계획 수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BO맥스로선 자금력이 뒤처지는 웨이브와 구태여 함께 갈 이유가 없어졌다. 토종 OTT 서비스의 떨어지는 자금력으론 넷플릭스를 잡을 만한 콘텐츠를 제작·유통하기 어렵다. HBO맥스 입장에선 자금력이 높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게 이익이 더 크다.

넷플릭스와 워너가 손을 맞잡게 되면 OTT 생태계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 서비스들은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HBO 타이틀마저 넷플릭스가 차지할 경우 다른 OTT 플랫폼에 적지 않은 타격이 가해질 것이 자명하다. 물론 아직 워너의 결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워너의 작은 날갯짓이 OTT 업계에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거란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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