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3조원 규모 국내 투자, 시장 자양분일까 독배일까

넷플릭스, 후속작 통한 창작자 보상 강화·인재 양성 등 투자금 활용 방향성 언급 넷플릭스의 25억 달러 규모 K-콘텐츠 투자, ‘가성비’ 흥행작 IP 싹쓸이 노렸다? 망 사용료 분쟁·법인세 납부 회피 등 논란 여전, 오히려 국내 시장 위축될 위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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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사진=넷플릭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3조원대 투자 윤곽을 드러냈다. 그는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창작자를 위한 정당한 보상’과 관련한 넷플릭스와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서랜도스 CEO는 후속작 투자 규모를 확대 및 창작 생태계 확대를 위한 교육을 국내 투자 전략의 골자로 꼽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가 ‘독배’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의 저렴한 제작비로 손쉽게 IP를 확보하는 한편, 망 사용료·법인세 납부 등을 회피하며 극한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후속작 통해 창작자 보상 보장하겠다”

서랜도스 CEO는 기자간담회에서 후속작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창작자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즌2 등 후속작이 나오면 시즌1의 인기를 고려해 시즌2 보상에 포함한다”며 “넷플릭스는 창작자를 위해 시장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창작자를 위한 정당한 보상 문제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흥행 이후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에 200억원 가량의 제작비를 투자한 넷플릭스는 흥행 이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계약 당시 <오징어 게임>의 IP(지식재산권)가 넷플릭스로 넘어갔고, IP를 잃어버린 창작자에게는 별도의 흥행 수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으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서랜도스 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넷플릭스가 예능·드라마·다큐멘터리 등 국내 창작 생태계를 위해 투자와 인재 교육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4월 서랜도스 CEO가 발표한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 국내 투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 넷플릭스는 5월 31일부터 3일 동안 성균관대학교에서 진행한 워크숍 ‘N 프로덕션 스토리’ 등 생태계를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시각효과(VFX) 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넷플릭스 VFX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사진=N프로덕션스토리 홈페이지

3조원 규모 투자, 과연 누구에게 이득인가

지난 4월 서랜도스 CEO는 성공할 만한 국내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창작물에 집행한 투자액(약 1조5,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한국 투자를 늘리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가성비’가 지목된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넷플릭스가 9부작 <오징어 게임>에 투입한 제작비를 회당 238만 달러(약 28억원)로 추정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넷플릭스 인기작 <기묘한 이야기>와 <더 크라운>의 회당 투자비는 각각 800만 달러(약 95억원), 1,000만 달러(약 119억원)에 달한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업체가 주력 콘텐츠에 영화 제작비와 맞먹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징어 게임>의 가성비는 더욱 부각된다.

국내의 낮은 IP 인식으로 부가 수익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점도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호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대신 모든 IP가 넷플릭스에 귀속된다. 당장 대규모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넷플릭스에 줄을 선 제작사들은 IP를 잃게 되며, 작품이 흥행하더라도 부가적인 수익 창출은 기대할 수 없다. 실제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작은 아씨들>등 주요 인기 드라마들은 케이블 채널에서 선공개 뒤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판매하는 식으로 IP를 유지하기도 했다.

ENA 방영 후 넷플릭스에 방영권을 판매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사진=ENA

망 사용료 납부·법인세 회피, 극단적인 이익 추구

넷플릭스의 투자는 과연 국내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될까. 업계에서는 오히려 넷플릭스의 투자가 ‘불공정 경쟁’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및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며 국내 시장의 ‘단물’만을 뽑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티빙과 웨이브 등 국내 OTT들은 해마다 2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망 비용을 통신사업자에 지불하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ISP)하는 국내 통신 업계는 망 사용료를 두고 꾸준히 충돌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지급 요구가 망 사업자 독점의 폐해라고 주장하는 한편, ISP는 이용료를 내는 건 자유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ISP는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하는 넷플릭스가 국내 OTT 기업과 달리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사용료 문제를 두고 지난 2020년부터 법정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양측은 2심 재판 중 9차 변론 기일까지 마친 상태로,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서랜도스 CEO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공급자인 국내 통신사들 간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해 “좋은 생태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입장 표명을 꺼렸다.

한편 넷플릭스는 국내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해외로 이전해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넷플릭스 결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7,733억원인데 비해 법인세 납부액은 33억원에 그친다. 국세청은 2021년 넷플릭스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통해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금으로 ‘가성비’ 넘치는 국내 IP를 쓸어모으는 한편, 망 사용료 납부 등을 회피하며 ‘독점’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실제 넷플릭스 콘텐츠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티빙, 웨이브 등 국내 토종 OTT들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하는 실정이다.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는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자양분일까, 독점과 ‘가성비 챙기기’로 시장을 죽이는 독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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