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디즈니가 과거 콘텐츠를 삭제하는 이유

디즈니, 지난달부터 5천억원 손실 감수하고 과거 콘텐츠 대규모 삭제 중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 없어 삭제, 나가는 저작권료가 더 많아 향후 OTT들 자사 콘텐츠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Policy Korea

지난달 27일부터 디즈니+가 <윌로우>, <빅 샷>을 비롯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포함해 50여 개의 콘텐츠를 삭제했다. 향후 삭제 예정인 콘텐츠까지 포함하면 약 4억 달러(약 5,240억원)에 달하는 자산가치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 증권 업계의 예측이다.

1980년대 콘텐츠까지 확보하고 있는 누누티비에 환호를 보냈던 일반 구독자 입장에서는 사용자를 1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할 OTT 업체가 거꾸로 과거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 많은 콘텐츠가 있으면 더 많은 가입자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과거 콘텐츠에 대한 세금과 저작권료가 더 크니까

크리스틴 맥카시 디즈니 CFO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특정 콘텐츠를 삭제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오래된 콘텐츠로 신규 구독자 유입이 예상만큼 크지 않은 반면,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가 크기 때문이다.

New ID의 김조한 이사에 따르면 OTT 업체들은 콘텐츠를 많이 둘수록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나빠진다고 지적한다. 사용자로부터 받는 사용료는 일정한 반면,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분배해야 하는 수익금도 늘어나다 보니 콘텐츠당 배정되는 저작권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부분도 지적됐다. 콘텐츠를 삭제할 경우 오리지널에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할 수도 있고, 외부로 나가는 저작권료도 줄어든다. 특히 지난 디즈니+가 1분기 동안 4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잃은 것이 신규 가입자 유치에 도움 되지 않는 과거 콘텐츠들을 삭제하는 결단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분석업체인 모펫네이던슨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던슨은 “스트리밍 업체들의 손익계산서에 타격을 주는 것은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CNBC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는 지난해 8월부터 HBO 맥스에서 영화와 드라마 36편을 삭제해 최대 수천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럿 애널리틱스의 브랜든 카츠 분석가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콘텐츠 IP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저작권자에게 콘텐츠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재무제표를 관리하는 데 악성 항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더 떠난다 vs 자체 콘텐츠 위주로 시장 재편된다

무제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소비자들은 콘텐츠 삭제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재무제표 숫자 맞추려다가 고객들이 다 사라지는 것을 왜 모르냐고 불평하면서도 그나마 디즈니 사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들은 삭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어 물량 확보가 관건인 OTT에서조차 콘텐츠 삭제가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OTT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시장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만큼, 기존부터 자체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회사들만 OTT 시장에서 살아남는 구조로 시장이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조사업체 풀닷컴(Fool.com)에서 콘텐츠 기업 전문 분석 담당인 릭 무나리즈(Rick Munarriz)에 따르면 워너 브라더스와 디즈니를 시작으로 과거 콘텐츠에서 수익성을 낼 수 없는 OTT 업체들이 단계적으로 과거 콘텐츠를 삭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체 콘텐츠를 대규모로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이 자체 콘텐츠 판매용으로 OTT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어 타 사 콘텐츠 유지 비용이 감소될 경우 구독료가 인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간 여러 회사로 나눠진 콘텐츠를 모두 구매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으나, 자사 콘텐츠만 공급하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유지 비용이 감소해 고객 유치를 위해 가격 인하 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돈 안 되는 디즈니+를 왜 운영할까?

밥 아이거 디즈니 그룹 총괄 CEO는 OTT가 빠르게 성장하던 2016년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회사들과 독점 거래를 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콘텐츠마다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나을지 조사해 본 결과, 스트리밍 사업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디즈니가 자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거 CEO는 2020년 초 은퇴 당시 “디즈니플러스로 몇 년간 돈을 잃을 수 있지만, 수십 년 먹거리를 마련했다”고 자평했고, 2022년 하반기에 경영에 복귀하면서도”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디즈니의 콘텐츠를 팔기 위한 창구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OTT가 성장하면서 지난 7년간 성장의 주요 잣대는 얼마나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느냐였다. 저작권료를 지불하더라도 오리지널을 확보하면 가입자를 더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기존 OTT 가입자들이 장기 구독자로 남아있지 않는 상황을 맞았다. 대신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아 구독 후 바로 해지하는 ‘메뚜기족’ 행태가 크게 늘었다. 변화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수요가 적은 과거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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