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을 대표 사의 표명, 적자 늪 빠진 티빙의 ‘경영 쇄신안’?

사의 표한 양지을 대표 후임으로 최주희 트렌비 CSO 거론 OTT 시장 침체로 적자 불려 온 티빙, 이번 사임은 CJ ENM 구창근 대표의 ‘경영 쇄신’? 근본적인 한계 봉착한 국내 OTT 업계, 차기 대표 부담 상당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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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을 티빙 대표/사진=티빙

국내 토종 OTT 기업 티빙(TVING)의 양지을 대표가 사의를 표했다. 2020년 6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뒤 4년 만이다. 양 대표는 이르면 이달 말까지 티빙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대표 이사 후보로는 최주희 트렌비 사업총괄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티빙이 최근 적자 폭을 급속도로 키워온 가운데, 양 대표의 사임은 CJ ENM ‘경영 쇄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토종 OTT 기업이 위기에 빠진 현재, 티빙 대표직은 결국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확실한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누가 대표직에 앉든 티빙이 ‘흑자 기업’으로 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4년 만에 자리 내려놓는 양지을 대표

양 대표는 2020년 6월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티빙을 이끌어 왔으며, 같은 해 10월 티빙이 CJ ENM에서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대표 자리를 지켜왔다. 그의 사임 의사 표명에는 휴식을 원하는 본인 의지는 물론, 지난해 10월 CJ ENM 구창근 대표 선임 이후 CJ에 불어든 미디어·콘텐츠 사업 경영쇄신 바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공룡 OTT’들과 경쟁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 줄줄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 티빙 역시 더 이상은 막대한 콘텐츠 제작·수급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표 교체를 계기로 콘텐츠 투자 규모 조정 등 티빙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티빙과 웨이브가 2021년부터 합병을 논의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생존을 위한 합병 기반을 마련하려 양지을 대표가 사의를 표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추측에 사실상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한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어디까지나 ‘검토’ 단계일 뿐, 당장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양 대표의 뒤를 이을 티빙의 신임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주희 트렌비 사업총괄 대표(CSO)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최 대표는 10여 년간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디즈니에서 전략 컨설팅을 담당한 인물로, 현재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에 몸담고 있다.

최주희 트렌비 CSO/사진=트렌비

OTT 업계 침체, 이번 사임은 CJ ENM 대표 ‘칼질’ 일환?

OTT 업계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정체기’를 맞이했다. 글로벌 OTT 시장의 꼭대기에 앉은 넷플릭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계정 공유 단속을 본격화했으며, OTT 사업을 확장해 온 월트디즈니도 관련 사업 축소를 검토 중이다. 국내 시장 상황은 한층 더 심각하다. 토종 OTT 업계에서는 올해 목표가 ‘생존’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마저 나온다.

티빙 역시 시장 전반에 드리운 그림자를 피해 가지 못했다. 티빙은 2020년 10월 CJ ENM으로부터 분사한 뒤 2020년 61억원, 2021년 761억원, 지난해 1,192억원 등으로 점차 적자폭을 키워왔다. 올 1분기에도 약 400억원 적자를 내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면서다.

OTT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구조 개편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티빙이 몸담은 CJ그룹의 경우, 내부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잘 알려진 구창근 대표가 지난해 10월 대표직에 오르며 본격적인 ‘칼부림’이 시작됐다. 실제 구 대표는 취임 이후 창립 이후 최대 규모로 꼽히는 조직 개편을 강행한 바 있다. 이번 양 대표의 사임이 티빙 조직 쇄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비어버린 대표직, 철저한 체질 개선 없이는 ‘독배’

한편 시장에서는 티빙 대표 자리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종 OTT 기업의 활로가 점차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적된 경영 적자로 인해 매물로 나온 왓챠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시장을 떠돌고 있으며, 상기했듯 2021년 웨이브에서 최초 제안된 티빙과 웨이브 간 통합 논의도 사실상 암초에 부딪힌 상태다. 티빙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CJ ENM 입장에서는 합병에 소요되는 시간, 합병 이후 인수가 상승 등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OTT 시장은 한계에 봉착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내세우는 전략은 이용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만 소비자를 붙잡아 둘 수 있는 구조를 확립했다. 결국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통해 계속 콘텐츠를 뽑아내야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티빙 역시 이 같은 시장 구조의 피해자 중 하나다. 한동안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티빙의 새로운 대표가 어떻게 경영 쇄신을 이어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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