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의 그림자에 허덕이는 토종 OTT, 자체 ‘체질 개선’ 필요한 때

누누티비 사라져도 OTT 가입자 수 정체 여전, 원인은 ‘제2의 누누티비’? 급성장한 ‘누누티비 대체재’ 불법 사이트들, 업계 “처벌 강화해라” 수익성 악화·성장 정체 원인 ‘불법 사이트’뿐만은 아냐, 내실부터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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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OTT 플랫폼의 대표주자였던 ‘누누티비’ 종료 이후에도 다수의 불법 OTT 사이트가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요를 빼앗긴 OTT 플랫폼의 가입자 수는 여전히 정체 상태다. 누누티비를 이용하던 불법 시청자들은 ‘유료 구독’ 대신 ‘제2의 누누티비’를 선택한 것이다.

이에 관련 업계는 저작권 인식 개선 캠페인, 처벌 강화 등 정부 주도하에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한다고 가입자 수 정체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토종 OTT 플랫폼이 자체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불법 사이트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누누티비’ 아류 기승, 유료 구독 전환 실패

현시점을 기준으로 불법적인 경로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10여 개로 확인됐다. 이들은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해 △예능 △드라마 △개봉 영화 등에 대한 실시간 다시보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부터 고전 드라마까지 제공하는 콘텐츠도 OTT 플랫폼과 맞먹을 정도로 다양하다. 사이트 수익은 불법 도박, 성인 사이트 등 홍보 배너를 통해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불법 이용자 사이 인기를 끄는 A 사이트는 시밀러웹 기준 한 달 방문객이 1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이트는 누누티비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3월 22만 명에 그쳤던 방문자 수는 누누티비 서비스가 4월 140만 명까지 폭증했으며, 5월 150만 명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누누티비 서비스 종료 이후 불법 시청자들이 OTT 서비스에 유료 가입하는 대신 누누티비의 ‘대체재’를 찾아 나섰다는 방증이다.

한 불법 OTT 사이트의 방문자 추이/자료=시밀러웹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불법 OTT 사이트 10여 개의 방문자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이들 사이트의 지난달 총방문자 수는 5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암암리에 운영되는 사이트를 합하면 그 수는 한층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이들 사이트는 간단한 검색을 통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업계에서는 OTT 가입자 성장세 정체의 원인이 사실상 누누티비 및 아류 사이트들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넷플릭스, 티빙 등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4개사의 지난 4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410만4,270명으로, 전월 대비 101만8,655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모바일 시청자 한정 집계). 사실상 ‘누누티비’의 이용자층이 유입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증가세다.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A 불법 사이트/사진=해당 사이트 캡처

OTT 기업 자체적인 체질 개선 필요해

업계 관계자들은 △저작권 인식 개선 캠페인 전개 △해외와 비슷한 수준의 엄중한 처벌 등 정부가 나서서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해결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OTT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OTT 플랫폼의 구독형 수익모델은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유지할 경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토종 OTT 기업들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처럼 구독 수익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토종 OTT 기업이 방영권을 구입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며 ‘일시적으로’ 구독자를 유치하는 것 이상의 사업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위기를 느낀 OTT 기업들은 방영권 확보 대신 ‘IP 투자’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방영권을 구매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IP를 확보할 경우 구독 수익 외에도 다양한 수익 창출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현시점 토종 OTT 플랫폼의 수익으로는 제작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진출을 통해 해외 가입자를 유치하고 수익모델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대신 ‘스포츠 중계권’ 등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가입자를 확보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OTT 플랫폼 수익성 악화의 원인은 불법 사이트뿐만이 아니다. 저작권 침해로 수익을 올리는 불법 사이트를 방관할 수는 없지만, ‘불법 사이트 문제를 해결하면 토종 OTT 플랫폼의 성장이 회복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차후 체질 개선을 거친 토종 플랫폼들이 불법 사이트의 기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갖춘 시장을 형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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