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투병 후 깊어졌다, 흡연씬은 100% CG”, ‘택배기사’ 조의석 감독 [인터뷰]

넷플 ‘택배기사’ 조의석 감독 인터뷰 “작품서 말하는 유토피아가 내가 꿈꾸는 세상” “김우빈, 투병 후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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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작품은 감독을 닮는다. 디스토피아 안에서 유토피아를 바라는 것에 나의 꿈이 담겼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의 조의석 감독이 작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지난 12일 공개된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사월(강유석 분)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혜성 충돌로 급격하게 사막화가 진행된 암울한 디스토피아 속 희망을 찾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택배기사>는 2018년 아시아필름마켓에서 E-IP피칭 어워드를 수상했던 이윤균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배우 김우빈과 송승헌, 강유석, 이솜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감시자들>과 <마스터>에서 화려한 액션과 세련된 영상미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인정받은 조의석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이번 작품은 조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드라마는 처음이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했던 조 감독은 “주위에서는 인터넷을 보지 말라 그러더라.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인터넷을 안 켰다”고 말했다.

첫 드라마로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공개 첫 주차의 결과는 성공적. 13일(현지시간) 글로벌 스트리밍 순위(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작품은 총점 592점으로 글로벌 2위에 등극, 공개 단 하루 만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드라마의 기쁜 소식에 조 감독은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 관심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스터> 이후 7년 만에 복귀하게 된 조 감독은 드라마 감독들에 대한 존경심도 표했다. 그는 “오랜만에 복귀인데 새로 시작하는 느낌도 들었고, 영화와 드라마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6편짜리 시리즈를 찍는데 영화를 두 편 찍는 느낌이었다. 모든 드라마 감독님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넷플릭스

첫 드라마 연출작이자 오랜 휴식기 끝의 복귀작으로 <택배기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감독은 “원작 웹툰에서 택배기사를 주인공으로 쓴다는 것과 그 세계관이 좋았다. 현실에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이지 않나. 그래서 더 현실적인 호기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영화와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조 감독은 각색에 집중했다. 그는 “각색에 최선을 다했다. 원작의 스토리는 대부분 차용했지만, 영상화할 수 없는 일부 캐릭터를 없애고 새 인물을 추가했다”고 말하며 “작품은 감독의 색깔을 따른다. 영화는 감독을 닮는다는 말도 있지 않나.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봐도 ‘아 저 감독님이어서 이런 영화를 찍었구나’ 한다. 나만의 색깔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것 또한 조 감독의 ‘색깔’이다. 조 감독은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주인공의 모습에 나만의 느낌을 담았다.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은 사실 없다고들 하지만, 있다고 믿고 싶은 게 나의 평소 생각이자 꿈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시작과 끝이 매 회 반복되는 탓에 어려움도 있었다고. 조 감독은 “각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을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테이크를 많이 못 끌고 가기도 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는데, 기술적인 부분에서 힘들었다. 대부분의 장면이 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되다 보니 준비 시간이 길었고, 시간에 대한 압박감도 있더라”고 털어놨다.

원작 웹툰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월 역이 남성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또 배우 이솜이 맡은 설아 역과 진경이 맡은 대통령 역이 새롭게 추가됐다. 조 감독은 이에 대해 “기획 단계에서 스토리를 구상하는데, 사월이가 여자이면 멜로 느낌이 날 것 같더라. 멜로는 내가 제일 자신없어 하는 분야라 원작 작가님께 말씀드리고 남자로 바꿨다. 대신 여성 캐릭터로 설아랑 대통령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공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의 일등 공신은 바로 김우빈. 극중 김우빈은 낮에는 막강한 전투 능력을 가진 택배기사이자 밤에는 세상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블랙나이트로 변해 천명그룹의 비밀을 파고드는 인물 ‘5-8’ 역을 맡아 고난도 액션과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호평받았다.

김우빈의 캐스팅 당시를 회상한 조 감독은 “김우빈과는 <마스터>에서 한 번 만났었다. 김우빈이 많이 아팠다가 회복되고 복귀작을 고민하던 중에 내가 먼저 출연을 제안했다. 대본을 보더니 한 번 더 작업하고 싶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김우빈이 투병 후라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액션 장면에 대역을 많이 쓰려고 했는데, 김우빈이 많은 부분을 직접 하겠다고 하더라. 나도 그래서 더 자신 있게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원작에서 5-8의 시그니처와 같은 담배를 표현하는 데에는 고민이 있었다. 조 감독은 “웹툰에서 5-8은 항상 담배를 물고 있다. 그걸 빼자니 너무 밋밋해지는 느낌이었다. 근데 김우빈이 암 투병 후에 복귀하는 작품인데 담배를 피우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고민이 많이 됐는데, CG팀이 도와줘서 모든 흡연씬을 CG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우빈에 대한 칭찬도 아까지 않았다. 조 감독은 “김우빈은 원래도 워낙 연기도 잘하고, 피지컬 적으로 뛰어난 친구이지 않나. 그런데 투병 후에 눈빛이 더 깊어졌다. 또 연기를 하는 목소리에 강렬한 힘이 실리더라. 그런 부분이 5-8 역할과 너무 잘 어울렸다”고 김우빈을 치켜세웠다.

데뷔작 <일단 뛰어>로 만나게 된 송승헌에 대해서도 전했다. 조 감독은 “알고 지낸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번 작품에서 너무 잘해주셨다. 나는 현장에서 오랜 친구여도 냉정하게 디렉션을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이 송승헌이 대본 분석을 엄청나게 해왔다. 서로 잘 얘기하면서 조절했다. 오래된 사이라 그런지 호흡이 잘 맞더라”고 송승헌을 칭찬했다.

성공적으로 첫 시리즈의 도전을 알린 조 감독은 최근 영화계에 불어온 위기에 대한 언급과 함께 차기작 또한 드라마로 기획 중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기존에 생각했던 작품은 영화다. 내가 영화 감독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영화를 생각했는데 영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현실적으로 지금 영화 투자가 멈췄다고 하더라.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대작인 것 같다. 나도 ‘생존’을 위한 전략을 고민하게 되더라. 또 지금 계획중인 작품은 들어가는 예산이 크기 때문에 투자 받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기존 각본을 쪼개서 시리즈 드라마로 만들 생각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이번에 영화와 드라마는 정말 다르고, 나의 부족한 면들도 많이 배웠다.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층이 넓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빠른 호흡으로 가고 싶다. 한 번 경험해 봤으니 다음에는 더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해 다음 작품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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