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투자, 독인가 약인가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 세미나 넷플릭스 韓콘텐츠 3.3조 투자, K-OTT 술렁 토종 OTT 플랫폼 보호 및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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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넷플릭스가 앞으로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억원) 투자를 결정하며 국내 OTT 시장이 술렁였다.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리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콘텐츠 하청 기지가 될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OTT 플랫폼 보호와 글로벌화된 K-콘텐츠의 정당한 권리 확보를 위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K-콘텐츠 투자의 가장 큰 수혜자는 넷플릭스다. 디즈니 콘텐츠가 비운 자리를 K-콘텐츠가 채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 제작사는 IP(지식 재산권)를 내어주고 제작만 하는 콘텐츠 하청공장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넷플릭스 대표 IP <오징어게임>이다. 전 세계적으로 16억 이상의 시청 시간을 기록, 메가 히트를 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1위를 차지했지만 정작 한국 제작사는 흥행에 비례하는 수익을 얻지 못했다. 권리를 모두 넘겨줬기 때문이다. K-콘텐츠는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고, 국가 브랜드 파워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수익은 넷플릭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프랑스 OTT 플랫폼 살토(SALTO)의 파산 사례를 들며 “넷플릭스 독점 가중화로 인한 국내 OTT 플랫폼의 몰락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의 핵심인 IP를 소유하지 못하고, 제작만 담당하는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질되면 결국 산업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넷플릭스 국내 투자가 좋은 계기임은 분명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공개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IP 활용 사례를 들어 국내 사업자의 IP 자체 확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영우>의 경우 드라마 흥행과 함께 글로벌 OTT 판매를 시작으로 웹툰, 뮤지컬, 시즌2 등으로 IP를 활용해 수익 구조를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국내 사업자는 IP 협상력을 길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적 측면에서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K-콘텐츠의 우수성 입증, 제작비 투자 유치 및 제작 능력 증명에 유익하게 보이지만, 일부 배우 출연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남는 수익은 미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유치 시, 해외 OTT 콘텐츠 판매 시에도 IP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정부 지원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OTT 사업자 측은 정부의 올바른 규제와 지원을 촉구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팀 리더는 넷플릭스로 인한 국내 콘텐츠 시장 구조의 변화에 대한 분석과 객관적 지표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건전하고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제도를 설정하고, 국내 사업자는 보호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건전한 경쟁 관계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 자본 의존도가 높았던 일부 제작사는 ‘한한령’으로 자본이 모두 빠져나가자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현재 미디어 시장은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제작사, 지상파는 물론 배우, 감독, 작가, 스태프까지 큰 자본이 있는 해외 OTT로 쏠리고 있다.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을 지키고 있는 토종 OTT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뒤늦은 해외진출도 쉽지 않기에 위기론만 커지고 있다.

허승 왓챠 이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K-콘텐츠의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자가 넷플릭스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지금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핵심 아젠다다. IP를 다 내어주면 창작자 권리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콘텐츠 업계를 유지하려면 단일 투자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투자와 유통에 대한 국가적 전략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가 지원 정책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한국 미디어 시장이 가진 자생적 역량에 집중 투자 및 지속적 투자, 수익 달성을 위한 비전 제시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통한 보호보다 현 생태계 안에서 구조적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국내 OTT 시장을 흔든 넷플릭스가 밝힌 3조 3억원 투자 계획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꾸준하게 투자를 늘려온 넷플릭스의 지난해 한국 콘텐츠 제작 투자액은 연간 8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4년을 곱하면 이번 투자 규모는 이전과 다를 바 없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전 세계 제작 투자에 쏟은 돈 24조원 규모에 비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증가할 ‘넷플릭스형 콘텐츠 제작’에 우려를 표했다. 백승혁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금융지원단장은 “올해 마련된 7,900억원 규모 정책 금융이 콘텐츠 산업에 꼭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거라고 기대한다. 과거의 제작 지원 사업 형태가 아닌 수익성을 높이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백승혁 콘텐츠진흥원 팀장, 김용희 동국대 교수,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노동환 웨이브 정책협력팀 리더, 허승 왓챠 이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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