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나는 신이다’ 광풍, 득이거나 독이거나

넷플 ‘나는 신이다’ 글로벌 흥행 시작 MBC-넷플릭스 협업 ‘연타석 홈런’ 웨이브 ‘국가수사본부’와 비교되는 성적

Policy Korea
사진=넷플릭스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다큐멘터리까지. K-콘텐츠가 또 한 번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과연 국내 미디어 업계에 봄바람이 부는 것일까?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8부작에 걸쳐 ‘신’을 자처하는 사이비 교주들의 만행을 낱낱이 드러낸 이 작품은 우리 생활 가까이에 침투해 있는 사이비 종교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며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작품은 9일 현재 [데일리 OTT 랭킹] 넷플릭스 1위를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10개국에서 10위 안에 들며 이례적인 다큐멘터리 열풍을 시작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말로만 듣던 사이비 종교의 실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하다”는 반응과 함께 활발한 사회적 토론이 이어졌다. 이들은 작품에서 다뤄지지 않은 자신의 피해 사례를 털어놓기도 하고, <나는 신이다>에 등장한 JMS 교회 명단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사람들의 경각심을 깨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작품에 등장한 구체적인 성범죄 묘사가 불쾌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에 대한 논의를 불러오기도 했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는 비판의 목소리에 “불편할 수 있지만, 있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신도로 남아 있는 피해자들의 믿음이 그릇된 것이라는 걸 깨우쳐주고 싶었다”며 소신을 밝혔다.

넷플릭스 손잡은 MBC, 연이은 글로벌 히트

조성현 PD는 MBC 시사교양국 소속이다. 그의 전작인 <PD 수첩>은 <나는 신이다>에서 다룬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성 추문을 2019년 1월 방송에서 한 차례 다룬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에피소드는 방송 시간 및 심의 규정 준수를 이유로 전체 약 46분의 분량 중 단 15분 정도만을 이 목사의 성 추문 관련 보도에 할애할 수 있었다. ‘시대를 보는 눈이 되겠다’는 시사교양국 PD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극장과 TV로 대표되던 미디어 채널이 OTT의 급성장으로 재편되자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대도 늘었다. 더불어 OTT는 방송통신심위원회가 아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받음에 따라 지상파 TV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시사교양국 PD들의 ‘보도 본능’을 자극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 역시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지상파 시사교양 PD가 글로벌 OTT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눈부신 흥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꼽힌다.

넷플릭스와 MBC의 협업으로 탄생한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가 연타석 흥행을 기록하자 KBS, SBS 등도 재빨리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OTT와의 협업을 모색 중이다. 다큐멘터리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인기 스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좋은 방송 시간대를 편성받는 경우가 드문 만큼 TV 채널에서 기대한 만큼의 이목을 끌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

한 지상파 시사교양 PD는 “얼마 전 사내 임원으로부터 글로벌 OTT와의 협업을 적극 권장한다는 지침이 있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으며, 또 다른 PD는 “지상파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안 나오니 편성 자체가 줄어드는 실정이다. OTT 콘텐츠는 표현의 자유도 보장되고, 다룰 수 있는 이야기도 많지 않나. OTT에 익숙한 젊은 제작자들에게는 해방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OTT 쪽에서도 지상파에서 못하는 이야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 활발해질 협업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 ‘넷플릭스’를 언급하며 국내 OTT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음을 넌지시 드러냈다.

‘국가수사본부’ 중/사진=웨이브

지상파 방송의 국내 OTT 외면에도 이유는 있다.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와 같은 날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가 대표적인 예다. 작품은 각종 범죄 사건의 발생부터 검거까지를 다루는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100% 리얼로 기록한 수사 다큐멘터리다.

시청자 ‘평점’으로 판단할 수 없는 진짜 성적

사건의 재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나는 신이다>와 달리 <국가수사본부>는 실제 사건 해결 과정과 인터뷰만으로 채워져 “현장감이 남다르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작품은 9일 기준 왓챠피디아에서 5점 만점에 4.4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호평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에 별점을 남긴 이용자는 54명에 불과했다. 순차 공개인 만큼 남은 이야기로 더 많은 평가를 끌어낼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로서는 다소 아쉬운 파급력이다.

반면 <나는 신이다>는 5점 만점의 평점에서 3.2의 중간 성적표를 받았다. 평점을 남긴 이용자는 무려 1,592명. 8개의 에피소드를 전체 공개한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차이다. 시청자가 각각의 작품에 매긴 성적이 ‘평점’이라면 플랫폼과 제작사가 작품에 매긴 성적은 평점을 남긴 ‘이용자의 수’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를 다룬다 한들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2월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티빙 475만, 쿠팡플레이 401만, 웨이브 376만명이다. 3사 모두 전월 대비 6.6%~9.4%의 이용자 감소를 맞았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역시 8.5%의 가입자를 잃었지만, 여전히 1,150만명의 MAU를 자랑하며 미디어 공룡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더불어 대부분 콘텐츠를 전 세계 동시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2억명이 넘는 글로벌 구독자를 떠올리면 방송계 ‘넷플릭스 선호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넷플릭스는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신드롬을 비롯해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드라마를 통해 세계인의 선택을 받은 후 <솔로지옥>, <피지컬: 100>으로 한국 예능에도 눈을 떴다. 더불어 최근에는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한계 없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확인했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의 글로벌 흥행은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신을 가진 넷플릭스는 한국 제작사에 지갑을 활짝 열 준비를 마쳤다.

OTT 콘텐츠는 충분한 제작 기간과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원되는 제작비를 비롯해 방송 시간 및 심의 등 각종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제작자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날 기회’다. 드라마 및 영화에 이어 다큐멘터리까지, 우수한 작품일수록 K-콘텐츠를 두고 우리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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