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韓시청자 ‘역사 왜곡’에 민감 “사극은 역사적 사실만 다뤄야”

시청자 10명 중 4명 “역사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만 다뤄야” 대부분의 시청자 ‘픽션 사극’에 부정적 K-콘텐츠 글로벌화, 완성도 높은 사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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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의 글로벌화와 함께 드라마, 영화 속 ‘역사 왜곡’ 민감도가 높아졌다. 자칫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사실과 다르게 전달되거나 문화의 품격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1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정책 연구개발 사업으로 발간된 보고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시청자 10명 중 4명은 “사극은 역사적 사실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가 및 제작자의 상상력에 기초한 역사 드라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600명)의 절반 이상인 55.5%가 ‘역사적 사실과 작가-제작자의 상상력을 함께 반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반대인 ‘역사적 사실만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42.7%에 달했다. 반면 ‘작가-제작자의 상상력에 맡겨도 된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많은 한국 시청자가 역사 드라마를 ‘드라마’가 아닌 ‘역사’로 바라보고 있다”고 해석하며 최근 역사 왜곡으로 도마 위에 오른 역사 드라마를 향한 비판과 방송심의 민원 제기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tvN, SBS, JTBC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로는 김혜수 주연작 tvN <슈룹>(2022)을 꼽을 수 있다.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 임화령(김혜수 분)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신예 박바라 작가의 작품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정통 사극’을 표방한 것과 다르게 공개 초반부터 예법, 호칭, 소품 등과 관련해 역사 고증논란에 시달렸고, 여기에 중국식 한자 표기로 논란이 됐다.

베테랑 배우 김혜수와 매력적인 신인 배우들의 출연으로 해당 논란과 관계없이 TV시청률은 상승했고,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도 늘 상위권 순위를 유지하며 인기를 누렸다. 추후 박 작가는 긴 인터뷰 글로 고증논란에 대해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작가의 상상력’을 강조하며 억울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중전 김소용(신혜선 분)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tvN 퓨전사극 코미디 <철인왕후>(2020-21) 또한 역사와 다른 설정으로 지적을 받았고,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정복하려는 악령과 이에 맞서 백성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액션 사극 <조선구마사>는 SBS 2회 방영 후 폐지됐다.

사극뿐만인 아니라 근현대사를 그린 작품들 또한 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87년을 배경으로 한 JTBC 드라마 <설강화 : snowdrop>(2021-22)은 민주화운동 왜곡 우려 속에서 공개되며 최저 1.7%, 최고 3.9%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류스타 블랙핑크 지수의 첫 연기 도전, 그리고 배우 정해인의 출연으로 흥행이 보장되는 듯했지만, 해당 드라마를 첫 독점 공개한 디즈니+는 여전히 한국 OTT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역사 드라마에 있어 작가-제작자의 상상력을 역사적 사실 대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 응답자(344명)의 71.5%가 ‘역사 드라마에서 작가 및 제작자의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 대비 허용될 수 있는 범위는 40% 이하’라고 답했다. ‘60% 이하’ 응답 비율은 93.3%에 달했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역사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만 다뤄야 한다’는 인식은 젊은 세대일수록 낮았다. 하지만 ‘역사 드라마를 작가 및 제작자의 상상력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응답자도 적었다. 세대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시청자가 ‘픽션 사극’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많은 시청자가 실제 역사와 다른 사실을 포함하는 내용, 역사적 제도나 유물의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야기하는 내용에 대한 방송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역사를 담은 콘텐츠는 역사적 사실만 다뤄야 한다고 믿는 상당수 시청자들. 역사왜곡이 꼭 흥행 실패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많은 제작사가 왜곡 논란을 피하고자 작품 속 배경이 ‘가상의 나라’ 임을 강조하거나 아예 새로 나라를 건국해 ‘판타지’ 장르로 우회한다.

앞으로도 역사 콘텐츠를 두고 창작자와 시청자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작가와 제작사는 ‘역사 왜곡’이라는 시청자의 비판에 지속적으로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양측 인식의 간극이 단숨에 좁혀질 수는 없겠지만, 우리 영화, 드라마를 향한 대중의 높은 관심과 완성에 신중을 기하는 창작자의 자세가 K-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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