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에도 ‘태세 전환’

넷플릭스, 지난해 4분기 신규 가입자 766만명 증가 순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91% 급감 수익성 개선에 사활 “계정 공유 유료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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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글로벌 최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칼을 빼 들었다.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이라던 그동안의 경영 방침을 뒤집는 행보다. 역대 최대 가입자를 기록한 ‘미디어 공룡’ 넷플릭스의 아성은 지켜질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19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지난해 4분기 가입자가 766만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가의 예상치인 457만 명을 훨씬 웃도는 성적으로, 이로써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는 2억 3,000만 명을 넘어섰다. 회사는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와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의 인기가 가입자 증가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의 퇴진과 향후 넷플릭스의 사업 방향이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과 경영 악화의 난관이 있었지만, 모든 임직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헤쳐나왔다. 지금이 경영권을 승계할 가장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드 헤이스팅스가 명예로운 퇴장을 했다고 풀이했지만, 업계의 해석은 달랐다. 신규 가입자 증가와 소폭 증가한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도리어 악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78억 5,000만 달러(약 9조7,000억원)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5,500만 달러(약 678억원)를 기록하며 1년 전(순이익 6억 700만 달러)과 비교해 91% 급감했다.

가입자 증가에도 수익성 악화, ‘계정 공유 유료화’ 선언

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11월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요금제의 신규 가입자 수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측정이 불가한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요금제에 대한 성과 발표는 건너뛰고 더 구체적인 수익성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1분기 말부터 ‘계정 공유 유료화’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 계정 공유가 자사의 비즈니스 구축은 물론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제한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일부 남미 국가에서 계정 공유 행위를 단속하고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요금제 시범 운영에 돌입했기 때문. 해당 요금제는 ‘동거 가족(동일 IP)’에 한해 계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IP에서 로그인할 때는 최대 2명까지 계정을 공유할 수 있고, 그마저도 1인당 최대 3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더불어 여러 디바이스를 통해 시청하려는 경우에도 매번 추가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사실상 ‘계정 공유의 종말’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프로필 이전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에 계정 공유를 통해 넷플릭스를 이용하던 시청자가 별도의 계정으로 구독하는 경우 지금까지 시청한 콘텐츠 기록을 비롯해 찜한 콘텐츠, 콘텐츠 추천 목록 등 정보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당시 미국 투자은행  Cowen&Co.는 넷플릭스의 프로필 이전 기능이 전 세계에 정착되면 매년 1억 6,000달러(약 1,97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엇갈린 전망, 일부 이용자 “어둠의 경로로 보고 말지”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IT 전문 매체 더버지(The Verge)는 초창기에는 가입자 이탈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그동안의 사업 방향과 크게 달라지는 데 실망한 구독자들의 이탈에 대한 문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득보다 실’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국내 이용자들의 의견은 후자에 가깝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 가운데 86.3%가 계정을 공유 중이며, 이 가운데 42.5%는 현재 구독 중인 플랫폼이 추가 요금을 부과하면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계정 공유 유료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계정 공유는 사랑이라더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예전에 잠깐 있던 주간 요금제나 재출시해주길” 등 의견이 쏟아졌다. 특히 한 네티즌은 “5,500원이면 공유 가능한 걸 1만원 넘게 주고 보라고? 그럴 바엔 원하는 작품만 어둠의 경로로 찾아서 보고 말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불법 공유를 시사하면서까지 계정 공유 유료화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수익성 개선’이라는 계정 공유 유료화의 취지 역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계정 공유 단속을 시범 운영한 남미에서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등 모든 사업 권역에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계정 공유 유료화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의 부정적인 전망, 이용자들의 날 선 비판에도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유료화를 멈출 생각이 없다. 올해 1분기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확대 적용한다는 예고다. 회사는 전 세계에 약 1억 명 정도가 공짜로 넷플릭스를 이용 중이라고 추산하며 이를 ‘잠재적 손실’이라고 표현했다.

계정 공유에 추가 요금을 부과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넷플릭스의 포부가 회사의 청사진대로 구독자 증가를 불러올지, 아니면 정반대로 함께 이용하던 ‘구독자 묶음’을 통째로 잃는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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