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드래곤, 용두사미? 히트작 많지만 계속되는 실적 우려

예상되는 4분기 어닝쇼크… 대책은 있나 돈은 모자라는데 흑자인 비결은? 저무는 공중파… 넷플릭스가 바꾼 미디어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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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스튜디오드래곤에 대해 한한령 완전 해제를 단언하기는 이르나 이전 작품 방영 허가 사례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빠르면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중국 대상 동시 방영 재개 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며 성장세를 전망했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이라며 어닝쇼크를 점쳤다. 빅마우스 정산이 4분기에 있고, 4분기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셀러브리티, The Big Door Prize 등 히트작이 꽤 있음에도 비관적이다. 해당 분기 중 TV 편성 작품들이 대체로 일반 작품이었고, 이전 작품 판매가 부재했다며 인센티브 비용 및 길픽쳐스 인수 비용 및 제작비 관련 상각비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위기?

스튜디오드래곤 4Q22 연결 매출액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전망이다. 4Q22기간에 OTT 오리지널로는 △더 글로리(8부) △셀러브리티(12부) △아일랜드(2부) △The Big Door Prize(3부) 등이 있고 넷플릭스 동시 방영작으로는 △작은아씨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슈룹 △환혼: Part2 등이 있었다. OTT 오리지널 방영비중이 컸던 분기로 수익성은 다른 분기 대비 낮지만, 매출 성장은 지속했을 모양새다. 편성 매출은 19년 이후 매출 감소 중이지만, OTT 시장 성장에 따라 판매 매출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환혼>의 경우 매출액보다 상각비 규모가 더 커 영업이익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전 작품 판매 역시 예년 대비 부진했고, 2022년 9월 길픽쳐스 인수에 따른 PPA 상각비 약 30억원이 4Q22에 일시 반영되면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수익이 예상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아무리 야심 차게 제작해도 모든 드라마가 다 히트를 칠 수는 없다. 제작한 드라마가 자산가치를 상실하면 재무제표에서 지우는 상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어도 인기가 없으면 그대로 막대한 부채로 변한다. 게다가 요즘은 콘텐츠 소비가 다양한 매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도 높지 않다. 예전처럼 공중파에 나오면 인기가 생기는 시대가 지났다. 이제 매체보다 콘텐츠의 힘이 더 중요하다. OTT 등 미디어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는 미디어 업계의 회계처리도 바꿨다.

스튜디오드래곤의 2022년 3분기 기준 총자산은 1조1,270억원으로 이 중 33.8%가 무형자산이다. 드라마 제작사답게 무형의 가치가 회사 자산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무형자산 중 저작권은 570억3,467만원, 전속계약금 등 기타 무형자산은 115억3,668만원이다. 바로 이 계정들이 드라마 제작사의 핵심 무형자산이다. △영업권 △상표권 △판권 △기타무형자산 △소프트웨어 △회원권 △건설중인자산 등이 무형자산 계정을 구성한다. 건설중인자산 2,059억4,008만원이 눈에 띄는데, 이 계정은 건설사라면 당연히 건축물이겠지만 드라마 제작사는 촬영을 시작한, 현재 제작중인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 제작비 항목으로 계산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제작을 위한 선급금(先給金)으로 1,118억9,996만원을 책정했다. 선급금이란 상품, 원재료 등의 매입 또는 계약을 확실히 하기 위해 선지급한 금액이다. 지난 2020년 18억9,207만원, 2021년 208억8,983만원에서 2022년 3분기 1,387억9,043만원으로 증가했다. 제작에 착수한 드라마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부채비율은 65.8%로 30%대에 머물렀던 지난 4년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지난해 2,100억원에서 올해 4,473억원으로 부채가 두 배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상술한 자산항목 중 선급금과 연관된 부채가 있다. 부채라고 다 나쁘지는 않다. 대표적인 좋은 부채가 선수수익이다. 빚은 빚인데 고객한테 미리 받은 돈이다. 과외 교사 같은 경우 과외비를 선입금 받았지만 아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작성한다면 부채항목 선수금(先收金)으로 표시해야 한다.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방영권, 콘텐츠, 라이선스, 서비스 등 계약을 통해 제공하기 때문에 콘텐츠가 다 제공되지 않았지만, 미리 받은 돈이 있다. 이는 계약부채로 선수수익으로 표기한다. 2021년 말 944억6,848만원에서 2022년 3분기 1,529억455만원으로 선수수익이 증가했다. 부채이긴 하지만 미래에 매출로 변할 것이 확실하니 긍정적인 상승세다.

스튜디오드래곤의 2022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42억원에서 4,192억원, 영업이익은 462억원에서 640억원, 순이익은 398억원에서 590억원으로 성장했다. 다만 매출액 5,075억원의 80% 수준인 4,192억원이 매출원가다. 매출원가 중 제작원가는 2,574억5,472만원으로 61%, 그 외에도 무형자산상각비 9,812억10만원과 지급수수료 400억2,695만원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영업현금흐름은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의 숫자와 꽤나 차이가 난다. 여전히 마이너스다. 손익계산서는 흑자인데도 영업현금흐름은 판권의 증가(1,477억8,000만원) 등 현금지출이 많아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손익계산서가 흑자라면 현금흐름표도 흑자여야 한다. 실제 현금흐름과 손익계산서가 다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금흐름표는 영업외 현금의 손익을 고려하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아직 현금흐름이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연말 기준 831억7,700만원으로 여유로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의 괴리… 비결은 ‘가속상각’

이 괴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드라마 제작사들이 가속상각을 해서 비용을 미리 인식했기 때문이다. 환혼 파트1, 파트2 처럼 나눠서 방송하게되는 ‘더 글로리’ 1부, 2부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제작비는 제작 단계에서 바로 충당되지 않는다. 먼저 ‘건설 중인 자산’으로 입력한 뒤 제작이 완료되면 저작권(자산)으로 인식한다. 이때부터 일정 기간 감가상각이 시작된다. 업종별자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짧게는 4년 길게는 20년의 내용연수를 적용해 감가상각을 거쳐 재무제표에 입력한다.

판권은 무형자산으로 감가상각을 거쳐야 한다. 감가상각은 자산을 사용기간 동안 비용으로 덜어내는 과정이다. 감가상각 기간(내용연수)은 자산이 낡고 손상되어 자산가치가 0원에 이르면 끝난다. 보통 건물의 내용연수는 15~50년이다. CJ E&M은 8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와 방송 판권의 상각기간을 2~4년으로 잡았다. 판권으로 수익이 생기는 기간을 4년으로 간주했다는 의미다. 2022년 현재 판권의 내용연수는 1년 6개월에서 6개월로 초고속으로 단축되고 있다,

가속상각은 회계학에서 유형자산의 감가상각시 처음에 감가상각비를 많이 계상하고 차차 적게 계상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내용연수의 초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상각한 후 차등적으로 감가상각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속상각은 회계적인 관점에서 다소 파격적인 결정이다. 상각기간이 줄면 비용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160억원 짜리 판권을 4년간 분기별로 10억원씩 상각했는데, 올해부터 상각기간이 1년6개월로 줄면 매 분기 상각비용은 약 27억원으로 늘어난다. 미디어 업계들은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결정을 왜 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콘텐츠 사이클이 빨라져 판권을 4년 동안 자산으로 잡기는 너무 길다고 말한다. 자산으로서 판권의 유효기간은 1년 반이면 끝난다. 나머지 기간은 자산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해 자산으로 인식할 실익이 없다. 방송 콘텐츠 주기를 회계적인 관점에서 합리화하기 위해 상각기간을 현실적으로 바꿨다.

급격히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

드라마 제작사 쪽이 제작비를 지출하는 방법 몇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tvN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 하는 작품은 tvN 쪽에서 방영권료를 받고 나머지 금액을 댄다. 텐트폴(Tentpol, 제작사의 사업 성패를 가를 정도로 대대적으로 투자한 작품) 같은 대작이라면 제작비는 특히 광고료(PPL 등)으로도 뽑고 이익은 판권판매로 이윤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환혼은 스튜디오드래곤의 2분기 실적부터 매출액이 잡혀있다. 소위 말하는 선판매다. 보통 방영 달부터 가속상각을 잡으니 3분기, 4분기에 다 털어 넣었을 것이다. 상기한 가속상각을 하는 모든 조건에 다 해당하기도 해서 4분기에 상각 부담이 크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에서 초기 비용을 대주면서 판권의 가치를 쉽게 인정받아 제작마진은 안정적으로 20%, 30% 뽑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굳이 4년씩, 18개월씩 나눠서 천천히 비용으로 처리하다가 단기적으로 매출액과 나눠놓은 비용 차이 값이 커서 엄청난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세금 폭탄 맞는 거 피하려는 의도다. 회계적으로 영업이익이 많이 난 경우에 세금 축소를 위해 상각법을 일률상각에서 가속상각으로 바꾸는 경우 종종 있다. 2018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속상각을 도입하고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기도 했다. 콘텐츠 업계도 드라마 방영 주기가 빨라지고 해외 시장 진출로 쉽게 매출액을 단기에 뽑아낼 수 있게 되면서 상각법을 변경해 세금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이미 1, 2년 전부터 해외 선판매되거나 동반 상영되는 작품들은 6개월로 가속상각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끝내고 있다. 괜히 회계연도를 바꿔가면서 부담을 지우지 않고 깔끔하게 6개월로 가속상각해서 단기적으로 부담을 늘리는 대신, 그 이후에 잡히는 수익은 순수한 미래 이익 레버리지를 반영해줘서 회계처리도 깔끔하다. 제작비가 크게 증가하는 작품들은 플랫폼의 방영권료 분담이 줄어든다. 대작일수록 광고는 잘 팔려 절대 금액은 증가하지만, 제작비 대비 방영권료 비율은 감소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OTT 등에 사전판매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제작을 진행하기 때문에, 제작비 증가가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 약화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작일수록 판권의 가치를 더 인정받기 때문에 보통 작품의 20%보다 높은 30% 수준의 제작마진이 가능하다.

20~30%의 제작마진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구조에서, 가속상각은 미래에 발생할 비용을 선반영해 오히려 미래 이익의 레버리지를 발생시키는 요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플랫폼이 지급한 방송권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비만 부담하며, 이 비용들은 무형자산(출판권)으로 인식된 후 1.5년간 상각한다. 제작비가 높은 작품은 대부분 해당 저작권 무형자산의 수익을 확인한 뒤 제작한다. 때문에 제작비가 높은 작품을 제작한다고 해서 상각 비용 부담으로 제작사들의 위기를 전망하는 것은 기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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