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13,500원” 파트제 공개, 전략인가 술수인가

‘더 글로리’ 뜨거운 인기만큼 쏟아지는 비판 “한 달 구독으로는 완성된 이야기 즐길 수 없어” 파트 쪼개기, ‘제작 기간 확보’ VS ‘대박 아니면 쪽박’ 장단점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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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파트제 공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런 강한 비판 속에서도 OTT 플랫폼들이 쪼개기 공개를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창 시절 학폭(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더 글로리>는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와 탁월한 연출력의 안길호 감독의 의기투합, 송혜교-임지연-박성훈 등 배우들의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지난달 30일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의 최상단을 꿰차며 흥행 질주를 시작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역시 갓은숙, 역시 갓혜교!”라던 찬사는 “<더 글로리> 절대 보지 말라”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제대로 된 복수를 시작하기도 전에 선전포고만 하다가 파트1이 끝나버린 것. 진짜 처절한 복수는 3월 공개되는 파트2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고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전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극강의 몰입감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2016년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 가장 크게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오리지널 작품의 한 시즌 모든 에피소드를 동시에 공개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빈지워치(Binge-watch, 몰아보기)라는 문화를 만들어냈고, 넷플릭스가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으로 거듭나는 데 일조했다. 넷플릭스 역시 “나눠서 공개하는 것보다, 전체 공개가 파급력이 크다”며 전체 공개를 고수할 것을 시사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2020년 음악 드라마 <셀레나>부터 돌연 파트제를 도입했다. 각각 9부로 나눈 <셀레나>의 파트1과 파트2는 모두 기대 이하의 아쉬운 성적을 받았지만, 넷플릭스는 쪼개기 공개를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엔데믹의 도래와 함께 OTT 시장 내 경쟁이 가장 뜨거워졌던 지난해에는 최대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4를 쪼개 공개하며 승부수를 뒀다. <기묘한 이야기>는 오랜 시간에 걸쳐 방대한 팬덤을 구축한 시리즈인 덕분에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고, 넷플릭스는 파트제 공개에 자신감이 붙었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도 쪼개기 공개를 감행한 것.

사진=넷플릭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파트1과 파트2는 각각 지난해 6월과 12월에 공개돼 무려 6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다. 원작에서 등장했던 살바도르 달리의 가면 대신 하회탈을 착용하는 등 한국적인 색채로 재해석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파트1 공개와 동시에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가져온 데 불과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후 파트2가 공개되며 원작에 없던 캐릭터 서울(임지연 분)의 등장이나 분단국가에서만 나올 수 있는 독창적인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파트1에 쏟아진 혹평을 씻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많은 시청자가 “처음부터 12회 전체 공개했으면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빈지워치의 성지’라 불리는 넷플릭스의 태세 전환에 다른 OTT들 역시 슬그머니 파트제를 기본 공개방식으로 채택했다. 디즈니+는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 <카지노>의 16회를 파트1과 2로 나눈 것도 모자라 첫 주 3회 동시공개 후 1주일에 1회씩을 추가하고 있다. 굵직한 사건의 발생이나 인물들 간의 대립은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아 한 인물의 일대기를 짚어주는 데 그친다는 평가가 많다.

<더 글로리>와 같은 날 공개된 티빙 <아일랜드> 역시 파트1과 2를 각각 6부씩 나눠 1주일에 2회씩 선보인다. <아일랜드>는 초반 2회를 공개한 첫 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캐릭터들의 서사만 소개하다 끝났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다. 오는 13일 파트1의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처럼 혹평 속에서도 OTT들이 파트제 공개를 택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제작자나 플랫폼 입장에서는 장점이 많다. 먼저 제작자 입장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파트1에 쏟아진 혹평을 지우기 위해 편집 방향을 바꿨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는 혹평을 씻어내는 데 역부족이었지만, 전체 공개를 했다면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판타지 액션 <아일랜드> 역시 CG(Computer Graphics)와 VFX(visual effect) 등 후반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진=디즈니+, 티빙

하지만 작품의 공개 방식을 결정하는 권한은 플랫폼에 있다. 플랫폼이 파트제 공개를 선호하는 이유는 성공할 경우 장기간 사용자들을 묶어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사용자들이 매달 지불하는 구독료는 플랫폼의 가장 큰 수입원이 된다.

<더 글로리>를 모두 즐기기 위해서는 지난 12월과 오는 3월 최소 두 달을 구독하거나, 파트2가 공개되는 3월에 모든 에피소드를 시청해야 한다. 물론 이 사이에 당하는 스포일러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카지노>는 파트1만 다 보려고 해도 6주가 걸린다. 한 달 구독으로 즐기려면 남들보다 3주 늦게 시작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스탠다드 요금제는 13,500원, 디즈니+의 구독료는 9,900원이다. 실시간으로 최신 인기작을 즐기려면 만원 안팎의 구독료를 더 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OTT가 자리 잡기 전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이 때문에 전체 공개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경쟁이 치열해져 빠져나가는 구독자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콘텐츠를 두 개로 쪼개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역시 플랫폼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킬러 콘텐츠의 부재나 공백은 시장 내 경쟁력을 잃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다만 단점도 명확하다.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지 못할 경우에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펼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만다. 파트1을 보고 실망한 시청자는 파트2 공개 전에 다른 이야기를 찾아 떠난다. 더불어 해당 플랫폼에 계속해서 남아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에서 사랑받은 캐릭터를 집중 조명해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스핀오프나 많은 시청자가 궁금한 과거 이야기를 그린 프리퀄, 또는 이야기의 끝을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한 속편(시즌제) 등 다양한 파생 콘텐츠는 그 하나로도 충분히 완성된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 작품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덕에 본편과 프리퀄, 스핀오프, 속편을 오가는 선순환을 낳기도 한다.

반면 파트제 공개는 하나의 파트로는 완성된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파트2에서 재밌는 거 엄청 보여줄게” 식의 편집은 파트1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입장료까지 받고 손님을 초대해 맛없는 전채요리로 배를 채우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구독자를 붙잡기 위한 플랫폼의 열망은 파트제 공개라는 신풍속을 낳았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에는 파란불을 켜주었을지는 몰라도 시청자들에게는 피로감만 더하고 있다. 물론 작품에 대한 흥미가 피로감을 이길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한 달 구독료로는 모든 이야기를 다 보여줄 수 없다”는 파트제 공개가 정당한 마케팅 전략인지 얄팍한 술수인지, 이용자들의 반응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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