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읽는 한국경제사 – 12.순환출자와 비자금

재벌집 순환출자, 지주회사 고리를 끊으려면 순양물산 지분을 외부로 넘겨야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와 순양물산 지분 구조 유사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진도준의 비자금과 다른 방식으로 법적 문제 풀어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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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막바지에 다다르면 진도준이 순양그룹을 진씨 형제들에게서 빼앗기 위해 진양철 회장이 남긴 비자금을 활용하고, 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해 진동기, 진영기 형제의 발목을 묶는 장면이 나온다.

국내 몇몇 기업들이 실제로도 순환출자 및 순환출자에 엮인 금산분리법 등의 이유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고, 상속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엮인 상황에 이른바 ‘꼼수’를 쓰다 시민단체들에 지적을 당하기도 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출처=JTBC

순환출자란?

지금이야 거대 기업이 된 삼성, 현대, LG 등의 대기업들이지만, 설립 당시에는 직원 월급 주기도 버거웠던 회사였다. 생존에 목을 매던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들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구성되기보다, 단순히 자금이 남아있는 자회사들을 이용해 새로운 자회사에 자본금을 대거나 은행 담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그룹이 운영됐다.

이러다보니 A, B, C 세 개의 기업을 운영하는 대기업 ‘가나’의 경우, A 자회사가 B 자회사의 지분 50%, B가 C의 50%, 다시 C가 A의 50%를 보유하는 형태로 지분 관계가 이뤄질 수 있었다. A회사 B회사를 지배하고, B회사가 C회사를 지배하고, 다시 C회사가 A회사를 지배하는 구조, 즉 ‘순환출자’ 구조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 고리 속에서 대기업들은 외부주주들의 경영 개입을 막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자본을 실제로 출자하지도 않고 ‘돌려막기’로 지분을 갖게 됐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각 1억원의 자본금 중 5천만원으로 50%의 지분을 갖게 된다고 가정하면, A, B, C 세 개 회사 전체의 자본금은 3억원이어야 하지만, 실제로 3개의 기업에 투입된 돈은 외부 주주 지분 50%씩에 해당하는 5천만원씩과 가나그룹에서 A, B, C에 돌려막기한 5천만원, 즉 합계 2억원 자본금에 5천만원만 내고 3개 회사 모두를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가나그룹은 5천만원으로 1억원짜리 회사 3개의 50%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출처=JTBC

순환출자와 금산분리법

순환출자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였다. 이 문제를 지주회사 구조로 풀어내라는 ‘지주회사법’이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위의 예제로 볼 때 1억5천만원을 확보해야하니 1억원이 부족한 기업들이 쉽게 지주회사 전환을 못 이뤄내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로 정리가 된 주요 대기업은 GS그룹을 비롯한 소수에 불과하고, 삼성그룹이 대표적으로 지주회사 정리에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그룹이 더 곤란을 겪는 이유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순양물산 지분 2%’와 관련있다. 대기업이 은행을 갖고 있으면서 예금주의 예금을 기업 경영에 마구잡이로 대출해 쓰면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는 이미 20세기 들어오면서부터 정립이 됐고, 한국에서도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 금융기업과 산업기업간의 공동 소유를 막는 ‘금산분리법’ 체계가 갖춰져 있다. IT업을 운영하는 카카오그룹이 카카오뱅크라는 금융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벤처기업에 대한 특례고, 우리가 알고 있는 대기업들은 모두 금산분리법 탓에 금융산업과 일반 산업기업 간의 지분 구조를 분리해야 한다.

2018년 2월 이전 삼성그룹 지분관계도/출처=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나무위키

지주회사법, 순환출자, 그리고 비자금

즉, 산업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 2개로 분리된 지주회사를 갖고 있어야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구분이 완전히 정리됐다고 할 수 있으나, 현재 삼성생명의 대주주는 삼성물산이다. 1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에서 공익재단을 통해 삼성물산의 지분 1.07%를 보유 중이다. 1.07%는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삼성생멸이 삼성화재를 통해 1.38%,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를 거쳐 2.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분을 모두 합하면 5% 이상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셈이 된다. 순환출자 고리를 좀 더 간소화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서로 19.34%, 5% 지분을 교차로 갖고 있는 셈이 된다. 산업회사와 금융회사가 서로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법과 순환출자 모두에서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주회사법이 여러차례 개정되면서 은행이 아닌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는 금산분리법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지만, 순환출자와 금산분리법 위반은 삼성그룹 전체에서 오랜 숙원 과제 중 하나였다. 삼성전기를 통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4%가 외부로만 넘어가도 순환출자 고리가 끊기는데, 가장 이상적인 구조는 이재용 부회장 일가에서 직접 인수하는 것이었지만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너무 커 지분 2.64%를 인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드라마 상에서 순양물산 지분 2%를 넘기라는 것이 이 부분에서 매우 유사하게 나타난다. 진도준이 순양물산 지분 2%를 갖게되면 삼성그룹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순양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기게 되는 것이다. 단, 2%의 지분이 집안에 넘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상 우호지분이 아니라 진도준이 순양그룹 전체를 소유하기 위한 계획이 담겨 있었던 점이 실제 삼성그룹의 사례와 다른 점이다.

위의 삼성그룹 지분관계도에서도 삼성물산을 장악하게 될 경우 대부분의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진도준에게 순양물산 지분 2%도 비슷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집안에서 해당 지분을 완전히 인수하면 순환출자 고리를 깔끔하게 끊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진양철 회장이 남기고 간 비자금을 활용해 순양물산 지분을 확보할 경우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쥘 수 있게 된 모습이다.

드라마 속의 진도준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지만,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이용해 상속세도 피하고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력도 확보한다. 비록 합법적으로 이뤄진 전환사채 발행이었지만 지금도 시민단체들이 상속세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을 하고, 삼성그룹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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