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읽는 한국경제사 – 7. 90조원 몰려든 바이 미라클 펀드

극 중 바이 미라클 펀드 출시해 90조 수탁액의 초대박 이끌어내 현실 바이 코리아 펀드는 33조 수탁액, 횡령 논란과 IT버블 붕괴로 실패로 끝나 애국 마케팅과 엮어 대성공을 거둔 펀드로 한국 금융사에 남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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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10회에서 진도준은 9.11테러를 예측하고 미라클의 해외투자금을 회수한 뒤 바이 미라클 펀드를 출시해 순양증권 인수에 나섰다. 펀드 모금액이 무려 90조원에 달한다는 대사와 함께 미라클이 출시한 펀드가 대성공하는 모습이 화면에도 비춰진다.

실제 한국 경제사에서도 바이 미라클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펀드가 있었다. 1999년에서 2000년 사이,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펀드 중 하나인 ‘바이 코리아’ 펀드다. 당시 이익치 현대증권(현 KB투자증권) 회장이 외환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270까지 떨어지자 “지금 주식을 사면 여러분 모두 부자가 됩니다, 2005년엔 코스피 지수가 6,000까지 갑니다”라는 광고를 했다. 금모으기 운동과 맞물려 국내 주식 시장을 살리겠다는 애국심이 결합되어 바이 코리아 펀드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출처=JTBC 재벌집 막내아들

특히 외국 기업 하나가 한국 상장기업 전체보다 시가총액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캠페인 광고에 “한국 경제, 외국 기업 하나만도 못합니까?”라는 자극적인 언급이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조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심지어 그 외국 기업은 일본의 대형 통신사인 NTT였다.

펀드는 실제로도 대성공을 거뒀다. 출시 54일 만에 5조원이 모였다. 사실상 코스피 지수 최저점에 펀드를 구매한 만큼, 1999년 말이 되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저점 대비 4배, 6배 이상 올라 펀드 투자자들이 큰 이득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IT버블이 붕괴하며 코스닥 지수가 2834.4에서 520선으로 폭락하는 탓에 99년 100% 수익 났던 펀드가 2000년 -77% 손실로 바뀐다.

드라마 상의 ‘바이 미라클 펀드’는 심지어 광고 문구까지 한국 대신 기적, 코리아 대신 미라클로 바꾸면서 그대로 차용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바이 미라클 펀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에 판매된 상품이고, 바이 코리아 펀드는 1999년부터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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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 코리아 펀드의 유명세

바이 코리아 펀드의 유명세를 알 수 있는 사건으로 1999년 당시에 대학을 다녔던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기억에도 있는 사건이 있다. 일반인 사이에 ‘연고전’ 혹은 ‘고연전’으로 알려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스포츠 정기전에 쓰인 응원 문구 때문이다. 매년 새로운 응원 문구로 상대 학교에 대한 익살 섞인 비방과 자교를 높여주는 문구로 응원전을 이어가는 두 학교의 응원단 열기가 실제 스포츠 경기의 승패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는 평도 많은 행사다.

예를 들면 최승돈 전 KBS 아나운서는 고려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의 깃발을 놓고, “피는 붉은 색이죠”라며 모교인 고려대학교를 응원하는 반면, 연세대 의대에는 “너네는 외계인이니?”라고 익살 섞인 농담을 섞어 고려대학교의 학생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 명문대의 응원전이 매년 다양한 아이디어로 흥미를 끌었으나, 1999년에는 ‘Buy Korea, 연대가 고대를 샀습니다’라는 응원 문구에 고려대학교 응원단이 어떤 응원을 해도 효과가 없었다는 당시 고려대 응원단의 답답한 하소연이 고려대학교 학생들 사이에 내려오는 전설 중 하나가 됐을만큼, 1999년 당시 바이 코리아 펀드는 한국 전체를 휩쓴 열풍을 갖고 왔다.

다만 수탁액은 극 중의 바이 미라클 펀드처럼 90조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당시 한국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이 137조원에서 210조원으로 증가하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3조원의 수탁액을 모아 신화를 썼다는 기록을 남기기는 했다.

뒷 이야기, 바이 코리아 펀드의 몰락

극 중 대성공으로 끝난 것처럼 보이는 바이 미라클 펀드와 달리, 바이 코리아 펀드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못했다. 전술했던대로 해가 바뀌고 IT버블이 붕괴되자 -77%의 손실을 본 것과 더불어, 바이 코리아 펀드 운용 중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의 이익을 위해 사실상 사금고처럼 활용되었던 탓에 검찰 조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현대투신운용은 바이 코리아 펀드 운용 자금을 이용해 계열사인 현대투신증권의 상품 및 인수채권을 고가로 매입하는 방법으로 2,033억원의 채권매매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투신증권이 보유 중인 부도채권 및 부도어음을 바이 코리아 펀드를 비롯한 주식형 펀드로 하여금 1,520억원에 매입하도록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어 펀드 판매처였던 현대증권이 주가조작을 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국민 여론이 싸늘하게 식었고, IT버블 붕괴와 함께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펀드가 됐다.

현재는 한화자산운용에서 ‘코리아 레전드 펀드’로 이름을 바꿔 여전히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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