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읽는 한국경제사 – 6. 딸이라서 재벌집 권력다툼에서 밀려나?

고명딸 진화영, 횡령, 투자 실패 등으로 지분 매각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재벌가 ‘남매의 난’에서 대부분의 승자는 ‘남성’, 대한항공 남매의 난도 남동생이 최종승자 범LG가의 아워홈은 막내 여동생 구지은 대표가 오빠를 누르고 경영권 확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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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10화에서는 결국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의 고명딸 진화영이 순양백화점을 내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유는 회사 자금 횡령과 본인의 무리한 투자 탓이지만, 형제간 다툼으로 경영권을 내놓은 딸이라는 모티브는 국내 재벌가에서 은근히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대표적인 사례가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 구자학 회장이 설립한 아워홈의 자녀 간 경영권 분쟁이다. 장남인 구본성 대표와 삼녀인 구지은 대표는 무려 10살이나 차이가 나는 오빠-동생 지간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4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아워홈의 외식 사업 성장에 힘을 기울여온 삼녀 구지은 대표가 2016년에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밀려나고, 그간 경영 일선에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장남 구본성 대표가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부터다.

사진=JTBC 재벌집 막내아들 캡처

‘남매의 난’에 흔들리는 기업 경영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은 LG그룹에서 불편해하는 줄 알면서도 삼성경제연구소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외부인의 눈으로 봤을 때 아워홈 경영에 큰 뜻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구본성 부회장은 어머니 이숙희씨가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차녀인 만큼, 외할아버지의 기업을 돕는다는 명분을 내기도 했었다. 장남 승계가 가시화되지 않으면서, 그룹 안팎에서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깨고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던 무렵이었다.

기업 내부의 자세한 사정을 세세하게 알 수는 없으나, 2016년 구지은 대표가 매출액 1,000억원 남짓의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나던 무렵에 외부에 알려졌던 내용에 따르면, 구자학 회장의 가신으로 불렸던 임원단들이 구지은 대표와 심각한 불화에 빠졌고, 적절한 대체자를 찾던 중에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과 합이 맞았다는 것이다.

아워홈 장남 구본성 부회장(왼쪽)-셋째 딸 구지은 대표/사진=아워홈

현실의 진화영은 달랐다

그러나 현실의 진화영은 드라마처럼 무기력하지 않았다.

구지은 대표의 여러 도전이 이어지면서 아워홈 임원단의 무능이 외부에 속속 알려졌고, 둘째 언니가 먼저, 뒤이어 큰 언니마저 구지은 대표와 힘을 합치게 된다.

도전은 쉽지 않았다.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난 이듬해인 2017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사 선임 건이 주제였고, 당시 19.6%, 19.3%의 지분을 보유한 장녀 구명진 씨와 차녀 구미현 씨가 구지은 대표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이사 선임 건은 부결로 끝나게 된다.

오빠 구본성 부회장은 바로 복수전에 들어간다. 8월들어 막내 여동생이 운영하고 있는 캘리스코에 식재료 공급 중단을 선언한다. 캘리스코는 돈가스 전문점 ‘사보텐’과 멕시칸 패스트푸드 ‘타코벨’을 영업하고 있다. 식재료 공급이 중단되면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처한 구지은 대표는 다시 서울중앙지법에 식재료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매출액 2조원의 아워홈이 매출액 1천억원의 캘리스코에 ‘갑질’하고 있다는 보도가 몇 차례 나갔고, 결국 법원이 구지은 대표의 손을 들어줘 식재료 공급 중단은 2020년 4월까지 연기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6월 4일,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 대표이사로 확정된다. 큰 언니마저 오빠대신 동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구본성 대표가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특수상해 등)로 하루 전인 3일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부분이 결정적이었다. 꾸준히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아워홈이 2020년 상반기에 1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부분도 언니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오빠인 구본성 부회장은 이후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기도 했다.

재벌가 ‘남매의 난’에서 대부분의 경우 승자는 아들들이었다. 대한항공을 운영하는 한진그룹도 아버지가 죽고 남매가 경영권 분쟁에 들어갔다가 결국 누나인 조현아를 밀어내고 장남 조원태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됐다. ‘비행기 갑질 사태’로 일선에서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밀려난 기회를 조원태 회장이 적절하게 이용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장자 승계 원칙’, ‘남성 위주의 경영 문화’ 등등이 주주들 사이에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의 진화영은 1,400억원 횡령으로 서민영(신현빈 분) 검사의 취조를 받는 신세가 됐다. 오빠들과 어떻게 힘들 모아 배다른 남동생에게 반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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