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읽는 한국경제사 – 1. 분당 개발

현대 정주영 회장의 강남 땅투기 빗댄 분당 땅투기 그려내 타이타닉 성공 예측, 아마존 조기 투자 등은 설정 상 무리가 있기도 국내 주요 경제적 사건과 재벌가문의 내부 사정 적절히 엮인 드라마

OTTRanking
재벌집 막내아들/출처=JTBC

1987년으로 회귀한 2020년대의 지식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분)은 미래를 아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들을 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열세에 놓여있던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를 지지하자고 의견을 냈다가 비웃음을 사지만 결국 김영삼-김대중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주변을 놀라게 한다. 이어 할아버지에게 분당 토지를 용돈으로 받았다가 신도시 개발이 되면서 240억원이라는 현재의 시점으로 봤을 때 수천억원에 해당하는 차익을 벌어들인다.

분당 개발에서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어내는 사건과 가장 유사한 한국경제사의 한 사건을 꼽자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강남 땅 투기 사건이다.

현대의 강남 땅투기, 진도준의 분당 땅투기로 그려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 강남지역이 여름만되면 홍수로 물난리를 겪는 것을 보다 못한 박 대통령은 건설업자인 정주영 회장과 이병철 회장을 부른다. 한강 상류에 댐을 건설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병철 회장은 모든 자금을 끌어모아 댐 전문가들을 섭외하고 기획을 진행했다. 반면 정주영 회장은 기획안에는 큰 관심이 없는 채로 정몽구, 정몽헌 두 아들에게 강남 지역에 구입할 수 있는 모든 토지를 다 구입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병철 회장은 완벽에 가까운 기획안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마음을 산 덕분에 소양강 댐 건설을 수주할 수 있었던 반면, 정주영 회장은 강남 일대의 배 밭을 헐 값에 인수했다가 댐 건설이 완료되면서 수십, 수백배의 차익을 누리게 된다.

삼성역 앞 무역센터 부지와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부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 이후에도 정주영 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설을 진두지휘하며 고급 아파트 전략을 성공시켰고, 이것이 현대그룹의 자금력 토대가 된다.

분당 개발, 정부는 1987년에 알고 있었나?

서울 근교 지역 개발 중 2000년대 들어 본격화 된 곳이 분당, 디지털미디어시티, 판교신도시, 세종신도시, 그리고 마곡지역이다. 그 중 분당신도시개발 사업은 1989년 4월에 노태우 정부에서 발표한 사안이다. ‘주택 200만호 건설’ 공약을 추진하고, 서울 지역의 아파트 수요를 분산시키기위해 적절한 입지를 찾던 도중,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부를 최적지로 선택했던 것이다.

당시 서울 내에서는 목동 신시가지나 상계동 지역을 개발하고 있었으나, 서울로 몰려드는 지방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수출 호황에 따른 ‘3고(高)’로 금융시장에 유동성까지 늘어나자,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었다. 결국 정부는 1988년에 발표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위해 산본, 중동, 평촌을 1차 후보군으로 정하고 건설 계획을 발표한데이어, 1989년 4월 27일에 2차 발표에서 분당신도시와 일산신도시 계획을 공표하게 된다.

이후 디지털미디어시티, 판교신도시, 세종신도시, 마곡신도시 등이 이어 개발되었으나, 한국에서 강남 이후 분당만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곳은 없다.

다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1989년 5월부터 급격하게 분당의 땅 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 제1기 신도시 건설계획은 1990년 5월에 수정발표되었고, 1996년 12월에 1차 입주민들이 들어올 때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아마존 지분 투자, 무리한 설정

이어 영화 ‘타이타닉’이 대박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 부분과 전세계 1위 유통기업이 된 아마존에 투자해서 또 다시 엄청난 수익을 얻는 부분은 약간 무리한 설정이라고 봐야한다. 타이타닉의 경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고집스럽게 영화 제작에 힘쓰는 감독이라는 평이 자자했고, 이미 제작비가 2억 달러나 들어간 대작이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수 있으나 해외에서는 출시 이전부터 소문이 파다하게 나 있던, 마케팅 비용이 이미 절감된 영화였다.

아마존의 경우도, 실제 투자 수익이 현실화 되었던 것은 1990년대 후반이 아니라 2010년대 이후의 이야기다. 계속해서 손실을 보며 유통망을 장악하는데 몰두해야했던 아마존이 AWS 등의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이 없었다면 최근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자금 압박으로 헐 값에 매각되거나 폐업하는 사태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경제적 사건보다 집안 내부의 암투에 집중하다보니 약간씩의 설정 오류가 생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