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부실한 스토리에 빛을 잃은 캐릭터들, 넷플릭스 ‘썸바디’

‘썸바디’ 공개 나흘 만에 넷플릭스 2위 로코 이미지 탈피, 김영광의 재발견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한 다양한 소재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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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가히 배우 김영광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로맨틱코미디에 특화된 그의 매력은 넷플릭스 <썸바디> 속 성윤오에게선 찾을 수 없다. 21일 현재 넷플릭스 랭킹 2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썸바디>는 인기만큼 혹평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는 데이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앱의 개발자 섬(강해림 분)과 그 주변의 친구들이 정체불명의 인물 윤오(김영광 분)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섬’은 타인의 평범한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인물이지만, 천재적인 능력을 가졌다. 그는 이용자들의 대화 패턴을 분석해 취향을 읽어 어울리는 상대를 맺어주는 데이팅 앱 ‘썸바디’를 개발한다.

이 앱은 큰 인기를 얻지만, 얼마 가지 않아 앱을 통해 만남을 가진 여성들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며 잔혹범죄의 매개체가 되고 만다. 개발자 섬의 친구인 ‘기은’ 역시 썸바디 앱을 이용해 데이트를 한 후 외딴곳에 버려진다. 기은은 섬과 또 다른 친구 ‘목원’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파헤친다. 그러는 사이 섬은 썸바디를 통해 ‘윤오’와 만나고, 그가 잔혹 범죄의 가해자인 사실을 알고도 그에게 빠져든다.

김영광은 젠틀한 모습 뒤에 가려진 잔인한 사이코패스 윤오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냈다. 느릿한 말투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은 작품이 가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평범한 대화 도중 한 번씩 드러나는 그의 미소는 윤오의 뒤틀린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김영광은 이번 작품에서 연기 변신을 위해 전라 노출까지 불사했고, 꽤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알렸다.

사진=넷플릭스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은 “‘기괴한 멜로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말하며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 섬을 비롯해 장애인, 동성애자 무속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등장인물을 비롯한 작품에 등장하는 설정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이용자가 썼다 지우는 말까지 기억하는 인공지능,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사이버 수사대 경찰, 퀴어 요소, 아스퍼거 증후군까지. 다양한 소재가 나열되지만 정작 어느 하나 스토리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소시오패스의 모습에 가깝다. ‘두려움’이라는 표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엄마의 목을 조르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린 시절이라고 해도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한 누리꾼은 “소재 낭비의 전형적인 예. 그동안 선보인 정지우 감독의 작품과는 너무 달라 실망”이라며 혹평을 내놨다. 피카레스크(도덕적 결함을 가진 악인이 주인공인 작품) 장르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소재와 캐릭터지만, 부실한 스토리에 빛을 잃었다는 평가다.

빛을 잃은 건 비단 캐릭터들뿐만이 아니다. 시종일관 어둡고 음침한 장면들은 눈의 피로감까지 더한다.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는 지금 등장한 인물이 누구인지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화면은 몰입을 방해한다. 작품 전반에 깔린 어두운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기엔, 맥락 없는 섹스 장면이나 피 튀기는 살인 장면에서는 조명을 밝혀 자극적인 요소에만 힘을 더했다. 포털사이트에 ‘썸바디’를 검색하면 ‘수위’, ‘노출’이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제시될 정도다. <썸바디>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공포, 대사 등 모방위험 항목이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한 시청자는 “가해자의 욕망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들이 불쾌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접한 얼굴들이 아닌, 신예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목원 역을 맡은 김용지는 캐릭터 소화를 위해 몸무게를 10kg 넘게 증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는 “작품을 하면서 강해림과 김수연 두 배우를 개인적으로 사랑해보자고 생각했다”며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안팎으로 애쓴 사실을 가늠케 했다. 김수연 역시 하반신 마비를 가진 경찰이라는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상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등 노력을 거듭했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일까. 작품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날 <썸바디>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3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에서 4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이용자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작품이 공개된 지 이제 나흘째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인기가 과연 매력적인 배우들이 선보인 열연 덕분일지, 아니면 늘어지는 전개 가운데 억지로 끼워 넣은 자극적인 장면들 덕분일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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