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만큼 성장하는 캐릭터의 매력, ‘하이큐!! 콘셉트의 싸움’ [리뷰]

전 세계 강타한 ‘하이큐’ 신드롬 시리즈 4기, 극장판 7편…뜨거운 인기의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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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어느덧 여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이런 날, 스포츠 팬들은 리그의 흐름으로 계절을 읽기도 한다. 여름 스포츠의 포스트시즌 윤곽이 보이기 시작하고, 겨울 스포츠인 배구는 컵 대회를 열어 서로의 기량을 점검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종목이었던 배구는 국제대회에서의 눈부신 활약과 김연경, 김희진, 양효진 등 스타플레이어들 덕에 ‘찾아보는 스포츠’가 됐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김연경 선수가 직접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인다”며 호평을 내놓은 ‘하이큐!!’ 시리즈의 ‘콘셉트의 싸움’ 편이다.

‘하이큐!!’란 제목은 배구(排球)의 일본어 독음으로, 일본어 숫자 읽기와 비슷해 819로도 불린다. 이런 이유로 팬들은 매년 8월 19일을 ‘하이큐의 날’로 정해 기념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9일 왓챠 인기 순위에선 ‘하이큐!! 콘셉트의 싸움’이 8위에 올랐다. 과연 기념일을 만들어 해마다 챙길 정도로 ‘하이큐!!’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지, ‘콘셉트의 싸움’을 통해 확인해보자.

작품은 후루다테 하루이치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45권의 단행본은 4편의 TV시리즈로 만들어졌고, 특별판까지 포함해 총 7편의 극장판이 탄생했다. ‘콘셉트의 싸움’은 극장판 중에선 네 번째로 개봉했지만 시리즈 3기에 해당하는 ‘카라스노VS시라토리자와’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팀인 카라스노를 응원하는 팬들 만큼이나 상대팀 시라토리자와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아 화제가 된 에피소드다. 왓챠피디아에선 5점 만점에 4.6, 네이버 평점 10점 만점에 9.51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시리즈에서 이야기는 카라스노 팀 내에서도 히나타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주인공은 큰 의미가 없다. 팀원들 하나하나가 대체 불가한 팀의 기둥이기 때문이다. ‘콘셉트의 싸움’에선 히나타와 함께 미들 블로커 ‘츠키시마 케이’, 리베로 ‘니시노야 유’의 활약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 편에서의 준결승 승리 기쁨도 잠시, 카라스노 팀은 현 내 최강인 시라토리자와 고등학교와의 결승을 치러야 한다. 달리기 훈련 도중 시라토리자와 학교 근처까지 달리게 된 히나타와 동료 카게야마는 거기서 마주친 상대팀 에이스 우시와카에게 정찰을 해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우시와카는 반기지는 않지만 기꺼이 자신의 학교에 히나타와 카게야마를 들어올 수 있게 해준다.

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물론 그의 행동은 자신감에서 나올 수 있었겠지만, 시작부터 ‘하이큐!!’의 가장 큰 매력이 빛을 낸다. 작품은 상대팀을 우리팀 승리의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해 약팀 또는 악인으로 그리지 않는다. 시라토리자와가 강팀인 이유는 타고난 피지컬도 있지만 그들의 쉴 틈 없는 연습과 엄청난 승부욕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작품은 모든 에피소드에서 상대팀의 서사를 충실히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작 만화를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안 그래도 줄어든 상대팀의 이야기가 극장판에서 또 한 번 잘려나갔다는 지적이 많긴 했지만, 그럼에도 일부만 남은 ‘그들이 강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대팀을 응원하는 팬들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다가온 경기. 양 팀의 피지컬 차이, 최근의 성적, 경기장의 분위기… 모든 요인이 카라스노가 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양 팀은 똑같이 진지한 자세로 게임을 시작한다. 주눅 들지도 않고, 상대를 만만히 보고 벤치선수로 경기를 시작하지도 않는다.

상대팀 에이스의 스파이크 공격을 처음 맛본 리베로 니시노야는 놀란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 버린 것. 그는 세 번의 기회 안에 상대의 공을 받아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다음 공격 역시 받아내지 못하고, 그 사이 상대는 득점을 이어간다. 상대팀 에이스의 서브가 보란 듯이 니시노야를 향한다. 하지만 두 번의 수비 실패를 통해 니시노야는 그의 공을 읽게 됐다. 자신에게 서브가 오기만을 바라던 그는 결국 완벽한 리시브를 선보이며 코트 중앙에 공을 띄우고야 만다.

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여기서 ‘하이큐!!’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이 돋보인다. 바로 캐릭터들이 경기를 치러내는 도중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세트가 끝나기도 전에 성장하는 캐릭터 덕분에, 받아내지 못한 처음 두 번의 공격은 실수가 아닌 훌륭한 교재가 된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건네는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한 캐릭터의 성장은 시청자에게 뿌듯함을 선사한다.

카라스노 팀원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1세트는 16 대 25 큰 점수 차로 지고 만다. 하지만 이미 상대팀은 자신들의 맹공격에도 주눅 들지 않는 카라스노 팀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어진 2세트에서 팀은 자신들의 필살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렇게 카라스노는 경기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콘셉트’를 유연하게 바꾸는 팀이다.

2세트 결과는 31 대 29로 카라스노의 승. 거듭되는 듀스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2세트를 끝낸 건 바로 츠키시마의 블로킹이다.

배구는 3세트를 먼저 따 내는 팀이 승리하고, 5세트를 제외하면 25점을 확보해야 한 세트를 가져올 수 있다. 아무리 강팀이어도 한 선수가 25점을 낼 수 있는 팀은 없다. 뿐만 아니라 상대편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내는 리시브와 토스, 세트가 없다면 스파이크를 내리꽂을 수 없다.

그렇게 여러 손을 거쳐 만들어진 강력한 한 방을 단번에 무력화 시키는 게 바로 블로킹이다. 실제 배구 경기에선 공격 이전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품은 블로킹을 이용해 상대편의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장면, 체공 시간까지 고려한 철저한 타이밍 계산,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온 단독 블로킹 등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이로써 모든 포지션이 각자의 자리에서 경기에 기여하고, 선수 자신 역시 배구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껏해야 한 번의 블로킹 성공, 기껏해야 25점 중 1점, 기껏해야 부활동”이라던 츠키시마는, 그렇게 ‘배구에 빠져든다’.

사진=(주)팝엔터테인먼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는 연출도 백미다. 작은 신장을 극복하기 위해 점프 전 도움닫기를 하는 장면에 날개를 그려 넣는가 하면, 4세트 듀스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코트 엔드라인 뒤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연출은 실사 영화에서 시도했다간 작품성을 해친다며 욕을 먹기 딱 좋은 장면이다. 압박감에 짓눌린 팀원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쳐 그들을 짓누르는 손을 떠받치는 선배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접전을 거듭하며 결국 파이널 세트로 향한 두 팀. 결과는 모든 스포츠물이 그렇듯 주인공 팀의 승리다. 하지만 승자도 들뜨지 않고, 패자도 억울해하지 않는다. 더 피나는 연습을 다짐할 뿐이다.

애매한 장면에서 “비디오 판독!”을 외치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만 뺀다면 배구팬들에게 ‘하이큐!!’시리즈는 경기가 없는 날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아껴뒀다 하나씩 재생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작품임이 분명하다.

배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역시, 패자가 흘린 눈물에 담긴 그들의 마음과 노력을 알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 아닐까. 바로 이게 ‘하이큐!!’ 시리즈가 가진 힘이다.

4편의 ‘하이큐!!’ TV시리즈는 티빙과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으며, 극장판 ‘콘셉트의 싸움’ 편은 왓챠와 웨이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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