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을 마주한다는 것,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리뷰]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리뷰 “당신의 기억, 행복한가요?” 나의 기억을 마주하는 것, 그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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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품 포스터

어린 시절의 사건들을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는 없겠지만, 놀랍도록 선명한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의 온도나 향기, 소리까지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때로는 특정한 향기를 맡았을 때 관련된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토록 생생하게 재생되는 기억조차 그 정확성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기억이란 참 믿을 수 없는 것이라, 똑같은 순간을 경험한 이들도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도 좋지 않은 기억도 어느 순간 잊혀지고, 때로는 그 찌꺼기만 남아 삶을 좌지우지할 때가 있다. 어린시절 자동차 사고를 당했던 이가 사고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자동차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식이다.

사람들은 보통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강렬한 기억은 즐거운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삶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기억을 마주해야 한다.

콩쿠르 상 수상자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기억에 대해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비슷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고 표현했다.

잊은 기억을 되짚어본다는 것은 이토록 알 수 없는 일이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도 나쁜 기억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무언가에 대해 나쁜 기억만을 가지고 있다가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은 기억이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

진정제인지 독약인지 알 수 없는 기억을 아무렇게나 펼쳐 보는 것은 모험적인 일이겠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주인공 폴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어 자신의 기억을 돌아본다.

사진=작품 스틸컷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2013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화로 2014년 7월 24일 국내 개봉했으며 2019년 7월 재개봉했다. ‘벨빌의 세 쌍둥이’, ‘일루셔니스트’ 등을 제작한 실뱅 쇼메 감독의 코미디 드라마 장르 영화다.

출연진으로는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베르나데트 라퐁, 헬렌 벤상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8.84점(평가자 1,448명), 네티즌 평점은 8.93점(평가자 2,716명)이며 영화 평점 사이트 왓챠피디아에서는 5점 만점에 3.8점(평가자 19만명)을 기록했다. 러닝타임은 106분이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주인공 폴(기욤 구익스)은 이모들에게 얹혀사는 33살의 청년이다. 그는 2살 때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실어증에 걸렸다.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아버지가 자신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악몽에 시달린다.

폴은 어릴 때 부모님을 잃어 두 사람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지만,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의 모습과 다정하던 어머니의 모습에 대한 기억의 편린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는 가족사진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모두 오려내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만을 간직하려 노력한다.

사진=작품 스틸컷

폴과 함께 사는 이모들은 폴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길 원하지만, 그는 이모들이 운영하는 댄스 교습소에서 피아노 반주나 하며 살아간다. 감정없이 반복적인 일상을 이어가던 중 폴은 공원에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중년의 여인 프루스트(앤 르 니)를 만나게 된다.

그는 프루스트 부인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고, 어느 날 이웃인 부인의 집까지 우연히 들르게 된다. 집을 불법 개조해 아파트 전체에 정원을 가꾼 프루스트 부인의 집은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프루스트 부인은 폴의 기억을 되살려주겠다고 제안한다. 폴은 마담 프루스트가 내준 차와 마들렌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첫번째로 마주한 기억은 어린 자신을 바라보던 가족들의 모습이다. 이모들은 그를 피아니스트로 키우고 싶어하고, 아버지와 그의 친구는 폴을 아코디언 연주자로 키우고 싶어하는 가운데 폴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쪽도 원치 않아요. 내 아들은 자기 뜻대로 살 거예요.”

행복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폴은 홀린 듯 계속해서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을 찾는다. 그리고 잊고 있던 기억들을 헤집으며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함께 건져 올린다. 그는 잊힌 기억을 되찾고 슬픔을 마주하며 마침내 트라우마를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게 된다.

애니메이션에서 두각을 발휘하는 실뱅 쇼메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동화적이고 신비롭다. 비현실적인 분위기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독특한 감성의 장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마주해야 할 기억이 있으나 두려움 속에서 외면하고 있다면, 혹은 과거의 기억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오늘은 차 한잔과 디저트를 놓고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웨이브, 왓챠 등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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