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랑 친구해 보신 분? “나의 문어 선생님” [리뷰]

넷플릭스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 리뷰 자연의 경이로움과 포근함으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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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사람과 문어(암컷)의 1년간의 우정을 담고 있다. 어쩌면 우정 그 이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 문어의 수명은 평균 2~3년으로, 크레이그는 문어 양의 삶 절반 이상을 함께 보냈다.

“흔히들 문어는 외계 생명체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희한하게도 문어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인간과 닮은 점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죠”

시작은 다큐멘터리 감독 크레이그 포스터가 번아웃 증후군으로 고향이 내려오면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보통 산소통 없이 물안경만 쓰고 잠수한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면 산소통이 필수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그가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무려 6분에 달한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즐겨 찾던 다시마숲을 탐험하던 중, 이상하게 뭉쳐있는 조개더미를 발견한다.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조개 뭉치에 의아함을 느낀 크레이그는 그것을 지켜보기로 결심했고, 잠시 후 조개 뭉치에서는 문어 양이 빠른 속도로 탈출한다.

굉장히 신기했던 그는 매일매일 문어 양을 쫓아다니기 시작한다. 어느 날, 매일 문어 양을 찾아다니던 크레이그에게 문어 양이 갑자기 손을 뻗는다. 문어 양은 경계심이 많기 때문에 항상 바닥에 다리를 묻어두는데, 크레이그에게 다리를 뻗어 마치 악수하듯이 손을 잡았다.

문어 양(좌)- 크레이그 포스터/사진=넷플릭스

크레이그가 문어양과 교감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수로 카메라 렌즈를 떨어트려 문어 양이 놀랐다. 쏜살같이 도망간 문어 양을 보며 크레이그는 심하게 자책했고, 문어 양에 빙의하여 문어 양을 찾아낸다. 실로 놀라운 점은, 크레이그가 문어 양이 사냥한 흔적, 문어 양이 지나가면서 바뀐 조류 등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일주일간 문어 양 찾기에 돌입한 그는 겨우겨우 문어 양을 찾아냈다. 호흡이 가빠졌기 때문에 수면 위로 올라가려던 그의 손에 문어 양이 살포시 올라탄다. 그리고 크레이그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간다. 이때 감독이 느끼던 놀라움, 당황스러움 그리고 환희가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시청자 역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문어 양은 크레이그 품에 안기기도 하고 손에 올라타기도 하고 같이 다시마숲을 헤엄치는 등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크레이그가 문어 양에 대해 찾아보니, 문어는 복잡한 뇌 구조를 갖고 있어 연체동물 중 가장 머리가 좋으며, 개나 고양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약 2천여 개의 빨판을 보유하고 있는데 각 빨판을 조정할 수 있어 사람으로 따지면 2천 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다는 무법지대다. 문어 양에게는 수많은 천적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파자마상어다. 파자마 상어는 뛰어난 후각과 납작한 주둥이로 돌 밑에 숨어있는 문어 양을 귀신같이 찾아냈고, 결국 문어 양은 다리 한쪽을 내주고 만다. 위급한 상황에서 크레이그는 자연에 개입하느냐, 자연에 순응하느냐로 고민한다.

그의 개입이 문어 양과 바다, 자연에는 나비효과를 불러낼 수 있다. 결국 그는 개입하지 않고 문어 양을 지켜보지만, 그 과정에서 크레이그의 고통이 누구보다 잘 느껴진다. 특히 문어 양이 다리를 잃은 후 하얗게 질린 채로 굴에 은신할 때의 고통은 눈물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다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문어 양에게 새로운 다리가 아주 가냘프게 자라나고 있었다. 자연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그 안에서 순리대로 흐르고 있었다.

사진=넷플릭스

크레이그는 아들을 문어 양에게 소개해주기도 했고, 문어 양은 다리를 뻗어 물고기들과 놀기도 했다. 크레이그는 처음에 문어 양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다고 했는데, 물고기와 노는 문어 양은 처음 봤다고 했다.

암컷 문어는 알을 품기 시작한 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삶을 마감한다고 한다. 문어 양 역시 알 보호에 집중하다 그렇게 죽어갔다. 문어 양은 다른 물고기들에게 먹이가 됐다. 그렇게 자연은 순환한다. 크레이그는 전처럼 매일같이 바다를 탐험하지는 않지만, 종종 다시마숲 근처에서 문어 양의 새끼로 추정되는 아주 작은 문어를 만났다.

‘경이롭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자연. 번아웃을 앓던 크레이그가 문어와 함께하며 자신의 인생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힐링을 선사한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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