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속에서 펼쳐지는 신념의 싸움, 영화 ‘크림슨 타이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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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품 스틸컷

등장인물의 활동 반경을 축소할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스릴러나 추리물에서 고립된 산장이나, 배편이 끊긴 섬 등이 단골 배경으로 사용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조금 더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에이리언(1979)의 우주선처럼 위험하고 밀폐된 공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크림슨 타이드’ 또한 잠수함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영화의 배경을 한정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영화다.

미군이 등장하는 액션 스릴러 영화지만, 총싸움이나 폭발 장면 등의 화려한 액션 장면보다는 잠수함 내부에서 벌어지는 신념의 다툼에 집중하고 있어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액션으로서의 요소는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심해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함장과 부함장의 첨예한 신념 대립이 영화 내에서 훌륭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스릴러적 요소를 더한다.

‘크림슨 타이드’는 1995년 제작된 미국 영화로 같은 해 9월 8일 국내 개봉했다. ‘탑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맨 온 파이어’ 등을 제작한 토니 스콧 감독의 액션, 드라마, 스릴러 장르 영화다. 배우 덴젤 워싱턴, 진 핵크만이 주연으로 참여했으며, 조지 던자, 비고 모텐슨, 제임스 갠돌피니, 맷 크레이븐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세 명이 있다.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전략 핵잠수함 함장이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대사다. 영화의 제목인 ‘크림슨 타이드’는 미 해군에서 1급 위기사태를 의미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전략 핵잠수함 알라바마호 안에서 흘러간다. 구소련 강경파가 러시아 내전을 틈타 핵미사일 기지를 장악하고, 군부지도자 라첸코(다니엘 본 바르겐)가 미국 본토를 위협한다. 미국방성은 라첸코가 핵미사일 암호를 수중에 넣기 전 그의 전쟁 의지를 제압하고자 핵잠수함 알라바마호를 출정시킨다.

알라바마호의 함장 램지(진 핵크만)은 백말의 베테랑이다. 이번 출정에는 원칙 하버드 출신의 젊은 엘리트 소령 헌터(덴젤 워싱턴)이 부함장으로 함께한다. 알라바마호는 러시아 핵미사일 기지 근해로 접근하던 중 러시아 잠수함으로부터 어뢰 공격을 받는다. 적의 어뢰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알라바마호는 본국으로부터 핵미사일 발사에 대한 단계적 명령을 하달 받는다. 핵미사일 발사명령을 수행하던 중 예기치 못하게 통신 장비 고장 사태가 발생한다.

후속 명령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베테랑 램지 함장은 직권으로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한다. “우린 이미 선제공격 명령을 받았다. 러시아 반군이 우리에게 핵 위협을 했으니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아니면 저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며, “상부 지시대로, 규정대로 미사일을 쏠 것”을 명령한다. 이때 부함장 헌터는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우려하며 “명령이 바뀌었을 수도 있따. 비상 통신을 재개한 후 미사일을 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작품 스틸컷

램지 함장이 핵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하자 헌터 부함장은 ‘함장과 부함장이 동시에 동의해야만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반대표를 던지고 램지 함장의 지휘권을 박탈한다. 램지 함장은 숙소에 감금되고 부함장 헌터가 알라바마호의 지휘를 맡는다. 그러던 중 러시아 잠수함으로부터 두번째 어뢰가 발사된다. 알라바마호의 동체 일부가 파괴되며 엔진이 정지되고 심해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일부 병사들이 감금된 함장을 풀어주고, 이번에는 부함장 헌터와 협조세력이 감금당한다.

영화에서 헌터 부함장은 “핵무기가 있는 현세에 진정한 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주장하며 핵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반대한다. 핵전쟁은 승패도 피아도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헌터 부함장의 주장은 원론적으로 옳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이 전쟁 목전이라는 점과, 그들이 군인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램지 함장의 주장에도 상당히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 영화 중 램지 함장은 화재 상황 중 훈련을 강행한 자신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헌터 소령에게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있는 것이지, 민주주의를 실천하려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내의 상황과 램지 함장, 헌터 부함장의 관계를 살퍼보면 헌터 부함장은 전시 상황에서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했을 뿐만 아니라, 함장을 감금하는 등 반란 행위를 일으킨 것이 된다. 본국이 내린 명령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휘권의 분열로 인해 승조원들까지 둘로 갈라져 다툼을 벌이게 된다.

발사를 고작 몇 분 앞둔 시점에서 헌터가 다시 탈출에 성공한다. 램지와 헌터를 지지하는 군인들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대치한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침내 통신 장비가 복구되고, 그들은 본국의 명령을 전달받는다.

영화의 엔딩 부분에서 두 지휘관은 군법회의에 회부된다. 법정에서는 이런 판결을 내린다 “둘 다 옳았고, 둘 다 틀렸다.”

영화는 이처럼 쉽사리 한쪽 편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첨예한 대립을 통해 ‘전시상황의 핵잠수함’이라는 특수한 배경 안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용서받지 못한 자’, ‘야망의 함정’ 영화에  주연으로 참여한 진 핵크만과, ‘맨 온 파이어’,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주연으로 열연한 덴젤 워싱턴 두 명배우가 펼치는 심리전이 영화의 주된 감상 포인트다.

‘크림슨 타이드’는 훌륭한 심리 묘사와 촘촘하고 긴장감 가득한 상황 전개 덕분에 아직까지도 ‘최고의 잠수함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즈니+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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