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롯가에서 진행되는 SF 영화, ‘맨 프럼 어스’ [리뷰]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 1만 4,000년 살아온 인간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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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품 스틸컷

SF라는 장르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무언인가? 누군가는 우주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외계인의 침공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발전한 기계 문명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SF라는 단어를 듣고 가정집의 거실 난롯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듯하고 포근한 난롯가와 ‘공상과학’이라니, 이보다 동떨어진 단어는 없을 듯 느껴진다.

영화 ‘맨 프럼 어스’의 공간적 배경은 주인공의 집 거실이다. 가끔 집 밖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러닝타임은 집 안에서 흘러간다. 화려한 CG도 없다. 외계인은 물론이고 우주도, 화려하고 세련된 기계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이 영화의 장르가 SF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영화는 초라한 배경 속에서 오직 신선한 발상과 기막히는 입담만으로 러닝타임을 효과적으로 끌어간다.

‘1만4천년간 죽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영화 ‘맨 프럼 어스’는 200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2015년 8월 23일 국내 개봉했다. ‘브로큰 하트’, ‘디바의 크리스마스 캐롤’, ‘아브라함 링컨 VS 좀비’ 등의 영화를 제작한 리처드 쉔크만 감독의 영화다. 배우 데이빗 리 스미스, 존 빌링슬리, 앨렌 크로포드, 윌리엄 캇, 애니카 피터슨, 리차드 리엘, 알렉시스 소프, 토니 토드가 출연했다.

영화는 10년간 지방의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던 존 올드맨(데이빗 리 스미스)가 종신교수직 제안까지 거절하고 갑자기 이사를 결정하면서 시작된다. 그의 의아한 행동에 동료 교수들이 이유를 추궁하고, 말을 아끼던 존은 환송회 자리에서 갑자기 진짜 이유를 알려주겠다며 믿기 어려운 내용을 털어놓는다.

바로 자신이 1만 4,000년 전부터 살아온 크로마뇽인이라는 것. ‘만약에…’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존은 주변인이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기 전에 신분을 바꿔가며 이주해왔고, 이곳을 떠나는 이유도 같다고 밝힌다. 그 시간동안 역사 속 인물들과 교류하고 유명한 사건들에 관여했다는 존의 주장에 동료 교수들은 그에게 질문을 쏟아낸다. 존이 각 분야의 전문가인 동료들의 질문에 논리정연하게 답변을 늘어놓자 초반 장난식으로 진행되던 대화의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진다.

사진=작품 스틸컷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는 바로 이들의 대화에 있다. 언뜻 보기에는 화기애애한 담소로 보이지만, 날카로운 질문과 담담한 답변이 이어지는 상황은 긴장감 넘치는 대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오직 존의 말뿐이고,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거실에서 오가는 대화의 장면뿐이기 때문에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은 끝없이 존의 말을 의심하게 된다.

1만 4,000년을 살아온 인간이 존재한다는 영화의 기본 소재는 그 자체로 공상이지만, 특히 논란이 되는 장면도 있다. 존 올드만은 자신의 인생사를 털어놓던 중 예수는 사실 자신이며, 성경의 내용은 진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존의 동료 교수이며 그의 당황스러운 고백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크리스천 에디스는 그 말을 듣고 분노한다. 실제로 영화 밖에서도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크게 논란이 된 소재 중 하나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심각해지고 동료들이 괴로워하자 존은 지금까지 자신의 얘기가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후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지만, 이 부분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러닝타임은 매우 짧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이 등장인물들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모습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각본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난롯가라는 단조롭고 평범한 배경이 관객에게 그 대화 속에 참여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록 관객은 존의 동료 교수 중 한 사람이 된다. 관객은 그들과 함께 존을 의심하고, 반쯤 믿기도 하고, 완전히 넘어가기도 하면서 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보면 한 시간 반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존은 자신의 이야기가 농담이라며 대화를 마무리하지만, 과연 진짜인지 끝 맛이 개운치 않다. 열린 결말을 즐기지 않는다면 안심할 것. 동료 교수들은 끝끝내 존의 이야기 진위 여부를 알 수 없겠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슬쩍, 그러나 꽤 노골적인 단서를 건네준다. 신선한 SF를 보고 싶은 이나, 기발한 발상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맨 프럼 어스.’ 왓챠에서 시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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